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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어도 꼭 먹어보고 싶어질 음식 4가지

  • 강병진
  • 입력 2016.06.22 09:04
  • 수정 2016.07.05 07:46

여행을 가든, 이태원을 가든, 이국적인 음식을 먹는 건 인생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어떤 음식들은 유명한 작품에 언급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유명세를 타기도 하는데, 우리 호기심을 자극했던 책 속의 음식은 어떤 게 있을까?

1. “총은 두고 카놀리는 챙겨라(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 책 <대부>, 마리오 푸조 저

카놀리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방에서 먹는 대표적인 후식이다. 원래 이름이 카놀로인 것을 미국에 정착한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영어로 발음하기 쉽게 카놀리라고 부른 게 이름의 시작. 대부에서 카놀리는 마피아의 비정함, 살인에 대한 무감각을 드러내는 장치로 쓰인다. 배신자를 처단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부인이 부탁한 카놀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대체 얼마나 맛있으면...?

2. “그러다 문득 추억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 맛은, 꽁브레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레오니 숙모님의 침실로 아침 문안을 가면, 숙모님께서 홍차나 보리수차에 담갔다가 나에게 주시곤 하던 작은 마들렌느 과자 조각의 맛이었다.”

-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 저, 출판사 펭귄북스

마들렌은 조개 모양으로 된 작은 케이크이다. 식감이 부드럽고, 버터와 레몬 맛이 함께 나는 빵 과자. 바게트와 더불어 대표적인 프랑스 빵류다. 프루스트는 프랑스 작가답게 이 과자를 자신 책에서 아주 핵심적인 장치로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불현듯’이라고 요약하는 ‘비자발적 기억’을 불러내는 매개체로 말이다. 마들렌이 추억의 맛이라니, 우리의 추억의 맛은 뭐가 있을까? 오뚜기 삼분카레?

3. “사부님, 저는 보살님의 가르침을 받은 이래 오훈삼염(五葷三厭)을 딱 끊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장인 댁에 있으면서도 소식만 하고 비린 고기나 마늘, 파, 부추 같이 냄새나는 음식에 젓가락을 대지 않았습니다. 이제 사부님을 만나뵙게 되었으니, 오늘부터는 그 계율을 풀고 다시 먹겠습니다.”

- 책<서유기>, 오승은 저 제 2권 p.313 출판사 문학과 지성사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의 ‘팔계’는 사실 8가지 음식을 끊었다는 의미다. 불교에서 금지하는 5가지 음식(오훈)과 도교에서 금지하는 3가지 음식(삼염)을 모두 끊었다는 것인데, 삼장법사를 만났으니 이제 마음 놓고 다시 먹겠다고 딜을 하는 이 대목에서 저팔계가 이 음식들을 얼마나 먹고 싶어 했는지 느껴진다. 여기서 오훈은 마늘, 부추, 파, 달래, 생강, 삼염은 기러기, 개, 뱀장어를 의미한다.

4. “그가 아마란따 우르술라의 부풀어오른 젖가슴에 달걀 흰자를 발라 주무르거나 야자열매 버터로...농밀한 배를 부드럽게 문지르고 있는 사이, 그녀는 아우렐리아노의 무시무시하게 커다란...을 인형처럼 가지고 놀고...작은 모자처럼 씌워주곤 했다...어느날 밤에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복숭아 잼을 바르고 서로 개처럼 핥으며 복도 바닥에서 미친 듯이 사랑을 나누고 잠이 들었다가 자신들을 산 채로 갉아먹으려는 식인 개미떼가 물밀듯 밀려와 잠에서 깨어났다.”

- 책 <백년의 고독>, 마르케스, p.290, 출판사 민음사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서 음식은 성욕을 돋우는 장치로 활용된다. 달걀 흰자, 야자열매버터, 복숭아 잼을 합치면 대체 무슨 맛이 날까? 특별한 요리가 아니니, 연인과 직접 실험을 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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