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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을 여행할 당신이 꼭 가봐야 할 루마니아의 세 도시

루마니아 소도시 시나이아의 펠리쇼르 성. 펠레슈성 부근에 있는 19세기 귀족의 성이다.

[매거진 esc] 여행 루마니아 소도시 시나이아·시기쇼아라·시비우 둘러보기

글·사진 백상현

근래 TV에서 방영된 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의 영향으로 이제 동유럽은 정서적으로 아주 가까운 여행지가 되었다.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잠시 눈을 감고 귀를 열면 마치 명동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한국말이 제일 많이 들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직도 넓디넓은 동유럽의 아주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여행자들은 이제 서유럽 위주의 편식 여행에서 벗어나 서서히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동쪽으로 갈수록 미지의 여행지들이 그 놀랍도록 풍요로운 문화와 전통을 품은 채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 동쪽 땅들 중에서도 ‘이 나라를 여행하지 않고는 동유럽 여행은 완성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여행지가 바로 루마니아다.

루마니아는 다뉴브강과 카르파티아 산맥, 그리고 흑해 연안에 이르기까지 깨끗한 자연과 문화유산을 두루 간직한 나라다. 수도 부쿠레슈티를 정점으로 남쪽의 트란실바니아 지역 구석구석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중세의 마을과 현대적인 도시들이 공존한다. 농업과 중세적 생활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시골마을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다양한 생물학적 종들을 갖춘 지역으로 인정받는 다뉴브 델타, 그리고 건축·음악·공예 등 전통문화를 통해 오랜 세월 유지되어 온 루마니아인들의 예술혼과 문화 역량 등으로 루마니아는 충분히 만족감을 주는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1. 시나이아, 대자연 카르파티아의 진주

루마니아 중부에 위치한 시나이아는 특히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카르파티아의 진주’라 불리는 루마니아 최고의 휴양지다. 1690년 카르파티아 산맥 남쪽 왈라키아 지방의 귀족 미하일 칸타쿠지노가 성서 속 시나이산 여행에 영감을 받아 프라호바강 상류에 작은 수도원을 짓고 이름을 시나이아라고 지은 게 이 도시의 기원이 되었다.

시나이아 수도원 천장.

처음 기차역이나 도로변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비탈진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면 뜻밖에도 고급 호텔과 카지노와 꽃으로 수놓인 화려한 시가지가 나타난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시나이아를 찾는 주된 이유는 숲속에 있는 펠레슈 성을 보기 위해서다.

1860년대에 이 지역이 가진 야생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루마니아의 첫 번째 왕 카를 1세는 시나이아 숲속에 여름 별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1883년 마침내 루마니아의 국보 1호 펠레슈 성을 완공했다. 이후로 귀족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저택들을 자연 속에 짓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도시가 성장했고, 19세기 말에 이르러 시나이아는 애매모호하던 시골마을에서 루마니아의 비공식적인 여름 수도 구실을 하게 되었다.

한참을 숲속으로 걸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눈앞에 우아하고 웅장한 펠레슈 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깨끗한 자연 속에 숨겨놓은 보석 같은 느낌이 든다. 흙길을 걸어서 청정한 자연을 만끽하다가 갑자기 등장하는 중세의 고성은 마법 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정교한 조각들과 화려한 내부 벽화들, 그리고 그 위로 흐르는 구름과 맑은 공기는 진정 시나이아가 카르파티아의 진주라는 걸 실감나게 한다.

*시나이아 여행 정보

현지 교통 수도 부쿠레슈티와 브라쇼브 사이 철도 노선 중간에 위치해 있다. 헝가리로 향하는 모든 열차는 시나이아를 거쳐서 간다. 시기쇼아라·티미쇼아라 등 주요 도시들과도 많은 기차편이 오가고 있다. 연착이나 취소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차 이동 시간을 여유롭게 잡아야 한다. 브라쇼브에서 인터시티 코치 버스편이 운행되고 있다.

부체지산 국립공원 자연 트레킹 카르파티아 산맥 아래에 위치한 시나이아는 부체지산 국립공원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다. 시나이아 시내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부체지산으로 곧바로 올라갈 수도 있어 편리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000m가 넘는 산으로 올라가 주변 전망을 감상하고 시나이아 방면으로 내려오는 트레킹을 즐기면 좋다. 케이블카는 시나이아에서 해발 2330m의 코타까지 7분이면 도달한다. 성인 요금 편도 19레이(약 5500원). 왕복 32레이(약 9300원).

2. 시기쇼아라, 드라큘라의 고향

예전에는 헝가리령이었으나 현재는 루마니아 중부에 속해 있는 시기쇼아라는 드라큘라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블라드 체페슈 3세가 태어난 작은 마을이다. 실존 인물인 블라드 백작은 1456년부터 1462년까지 왈라키아 지방의 통치자였다.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브램 스토커는 이 블라드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서 가공의 인물인 드라큘라 백작을 창조했다.

시기쇼아라에 있는 블라드 백작의 생가

마을 시계탑 바로 앞에 있는 드라큘라 백작의 집은 드라큘라 백작이 1431년에 태어나서 가족과 함께 1435년까지 실제로 살았던 집이다. 이후 드라큘라 가족은 남쪽의 트르고비슈테로 이주한다. 집 입구에는 조금 촌스럽지만 철로 만들어진 용이 걸려 있다. 독립과 리더십, 힘과 지혜를 상징하는 용의 라틴어 ‘드라코’(Draco)와 드라큘라(Dracula)라는 단어 사이에는 발음상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시기쇼아라 주민이나 루마니아인들에게 블라드 백작에 대해 물어보면 다들 훌륭한 위인이라고 칭송한다.

드라큘라의 고향이라는 것 외에도 시기쇼아라가 매력적인 이유는 파스텔톤으로 채색된 구시가의 주택들과, 낡았지만 세월이 쌓여 있는 골목길이 주는 소박한 아름다움이다. 가게 주인들도 따뜻한 인심을 베풀고, 미소를 먼저 짓는다. 아무리 세상이 급변해도 여전히 수백 년 전의 골목과 주택들과 인심이 어우러져 낯선 여행자의 마음도 금세 편안해지는 곳이 바로 시기쇼아라다. 500년 된 프레스코화로 유명한 언덕 위의 교회와 바로크 양식의 설교단이 있는 도미니칸 수도원, 구불구불한 대리석 길들과 조용한 광장과 탑들, 온전히 보존된 성채와 주택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여행자의 마음은 낭만에 젖고 시간은 저절로 과거로 회귀한다.

*시기쇼아라 여행 정보

현지 교통 열차로 부다페스트에서 시기쇼아라까지 10시간, 프라하에서 19시간, 빈에서 12시간 소요된다. 서유럽 국가로 넘어가려면 부다페스트를 경유해야 한다. 부쿠레슈티를 선택할 때는 부쿠레슈티 북부역을 선택해야 한다. 버스도 국제선과 국내선이 운행되고 있다. 버스 회사들마다 누리집을 운영하고 있으니 목적지에 따라 시간과 요금을 잘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로 부쿠레슈티에서 시기쇼아라로 이동할 경우에는 E60번 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시기쇼아라에서 중세 축제도 즐길 수 있다. 매년 여름 7월 마지막 주말에 시기쇼아라 중세 축제가 열린다. 연극·음악 공연, 전통 공예품, 그림, 조각 등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중세 옷차림을 한 주민들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평소에 조용하던 동네가 이때만큼은 유럽 각지에서 몰려온 여행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기쇼아라 인구의 두 배나 되는 3만명가량이 이 축제를 찾는다. 숙소는 미리 예약해두거나 브라쇼브와 같은 근교의 다른 도시에 잡는 게 좋다.

3. 시비우, 유럽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

루마니아 중부 부쿠레슈티 북서쪽에 위치한 시비우는 2007년 유럽 문화의 수도로 선정된 아름다운 도시다. <포브스>는 시비우를 ‘유럽에서 가장 살고 싶은 이상적인 도시 8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루마니아 최초의 병원(1292), 최초의 약국(1494), 그리고 가장 오래된 박물관인 브루켄탈 박물관이 1817년 문을 연 역사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루마니아어로 된 책이 1544년 최초로 인쇄된 곳도 바로 이곳이다. 구시가 중심에는 대광장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으로 18세기 건설된 로만 가톨릭 성당과, 루마니아 최고의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브루켄탈 궁전이 있어서 더욱 빛난다. 위쪽 마을과 아래쪽 마을을 이어주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루마니아 최초의 철골 다리인 ‘거짓말의 다리’(Podul Minciunilor)를 통과하게 된다. 이 다리에서 물건을 팔던 상인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과장된 거짓말을 섞어 판매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라거나, 한창 사랑에 불타오르는 젊은 연인들이 금세 변해버릴 사랑의 약속을 했던 데서 다리 이름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시비우의 ‘거짓말의 다리’

시비우 옛 시가지의 골목 풍경.

시비우를 거닐다 보면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섬뜩한 느낌이 든다. 주택들의 지붕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감시자의 눈처럼 지켜보는 눈이 한두 개씩 달려 있다. 지붕의 채광창이자 통풍용 창들인데, 찢어진 듯한 눈초리 형상이 마치 그 옛날 독재자가 지배하던 시절 국민들을 억누르던 ‘감시의 눈’과 같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기도 한다. 건축물 하나에도 역사와 해학과 사회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어서 흥미로운 곳이 바로 시비우이다.

시비우 옛 시가지의 지붕.

*시비우 여행 정보

현지 교통 시비우는 부쿠레슈티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부쿠레슈티에서 비행기로 45분 걸린다. 열차로는 부쿠레슈티에서 약 5시간30분 소요, 하루에 4편이 운행된다. 자동차로는 4시간30분 걸리는데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어 그림 같은 길을 달린다. 브라쇼브와 시비우 사이에도 여러 편의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열차로 2시간30분~3시간 소요. 유로라인을 비롯해 다양한 국제선 버스들과 국내선 버스 회사들이 루마니아 주요 도시들 사이를 오가는 버스편을 운행한다.

시비우식 돼지고기 스튜 맛보기 루마니아 식당들의 메뉴판은 주로 육류 요리가 차지하고 있다. 서유럽에 비해 훨씬 저렴하면서도 풍성하게 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시비우에서는 시비우식 돼지고기 스튜가 인기 있다. 옥수수를 갈아 만든 폴렌타와 함께 주로 제공되고, 돼지고기와 훈제 족발, 소시지를 섞어서 자글자글하게 스튜로 끓여낸다. 두꺼운 철 프라이팬에 담겨 나오는데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380g에 35레이(약 1만원) 정도.

주요 링크

루마니아 관광청 www.romaniatourism.com

국내선 열차편 시간·요금 검색 www.cfrcalatori.ro

‘아틀라시브 버스’ 매일 프랑스·독일편 운행 www.atlassib.ro

‘플레틀 아젠투레 버스’ 매일 독일편 운행 www.pletl-reis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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