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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이 '올랜도 테러대책'은 정말 끔찍한 편견으로 가득차있다

  • 허완
  • 입력 2016.06.14 11:08
  • 수정 2016.06.14 11:17
Republican U.S.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delivers a speech at St. Anselm's College in Manchester, New Hampshire, U.S., June 13, 2016. REUTERS/Brian Snyder
Republican U.S.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delivers a speech at St. Anselm's College in Manchester, New Hampshire, U.S., June 13, 2016. REUTERS/Brian Snyder ⓒBrian Snyder / Reuters

도널드 트럼프는 정말, 정말, 정말 끔찍하다.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올랜도 테러 이후인 13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대테러 대책'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테러 관련국'으로부터 이민을 전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자신의 터무니 없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저는 이 (이민정책 결정) 권한을 미국인들을 지키는 데 쓸 겁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나 유럽, 그밖의 우리 동맹국들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지역으로부터의 이민을 중단시키겠습니다. 이런 테러 위협들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지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말입니다."

그는 대부분의 선량한 무슬림과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전혀 구분하지 않은 채 이런 편견 가득한 말을 쏟아냈다. (심지어 그런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또 "미국인들을 지키겠다"는 말에는 '미국인=백인 기독교인'이라는 인식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어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오랫동안 미뤄왔던 충분하고 철저한 보안 평가가 끝난 다음, 미국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이민정책을 만들 것입니다.

이 야만적인 학살범과 똑같은 사고구조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오도록 계속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급진적 이슬람의 많은 원칙들은 서구의 가치와 공존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급진 이슬람은 반(反) 여성적이고, 동성애 혐오적이며, 안티-미국입니다."

그는 어김없이 모든 무슬림 이민자들을 '급진주의로 무장한 잠재적 테러범'으로 규정했다. 이보다 더 단순하고 위험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자유로운 미국'을 위해 국경을 통제해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는 1년 만에 거의 다섯 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인 99%는 억압적인 샤리아 율법을 지지합니다.

이 지역 다른 나라의 많은 사람들도 역시 마찬가지의 시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유롭고 열린 사회를 유지하고 싶다면, 국경을 통제해야 합니다."

샤리아 율법을 지지하는 것과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는 행위 사이에는 거대한 강이 흐른다. 그러나 트럼프에게는 '다 똑같은 사람들'일 뿐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모든 무슬림 미국인을 '공모자'로 매도하는 듯한 말을 내뱉기도 했다.

"우리 모두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무슬림 커뮤니티와도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슬림 커뮤니티들은 수사당국에 협조해야 하며, 나쁜(bad) 사람을 알고 있다면 당국에 신고해야 합니다. 나쁜 사람들이 어디에있는지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인 무슬림들이 '나쁜 무슬림'을 신고하지 않아서 테러를 막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걸까?

하이라이트는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될 게 확실시 되는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한 부분이었다.

"여성과 게이, 자신들의 시각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을 억압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하는 이민정책을 계속 지지하는 한, 힐러리 클린턴은 절대 스스로를 게이 커뮤니티의 친구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성소수자들을 억압하려는 사람들을 마구 들여보내고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지지한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식의 이민이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한단 말입니까? 이런 이민이 어떻게 우리나라를 더 좋게 만든다는 말입니까?

힐러리 클린턴은 대체 왜 우리의 가치를 거부하는 이 수많은 사람들을 데려오려고 하는 걸까요?

이민은 특권이며, 우리 사회의 커뮤니티, 모든 커뮤니티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들어오게 해선 안 됩니다.

미국은 이미 지구상 어떤 나라들보다 네 배 넘게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였고, 철저한 검사나 조사 없이 계속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년 동안 우리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지 않은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슬람에 대한 끔찍한 편견과 혐오를 '일자리 뺏는 이민자'에 대한 혐오로 연결시키는 저 놀라운 솜씨를 보았는가?

트럼프의 이 연설에 앞서, 같은 날 클린턴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선동적인 반(反)무슬림적 레토릭, 무슬림 미국인의 가족과 친구는 물론 수많은 무슬림 비즈니스인과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위협은 자유를 사랑하고 테러를 혐오하는 대다수 무슬림들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종교 때문에 우리의 동료 미국인들을 상대로 특별한 감시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리테러와 샌버나디노 테러 이후 미국인 무슬림과 모스크에 대한 증오범죄가 세 배 이상 늘어난 건 우연이 아닙니다. 그건 틀렸습니다. 또 위험합니다.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놀아나는 꼴입니다.

물론, 전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죄없는 사람들을 학살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왜곡된 이슬람을 동원하는 적들을 우리가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 그렇게 하고 있듯, 할 수만 있다면 우리 모두를 석기시대로 데리고 가려고 할 것입니다.

LGBT 미국인을 공격한 올랜도의 테러범은 증오와 편견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누구든 미국인에 대한 공격은 미국인 전체에 대한 공격입니다.

플로리다와 전국의 성소수자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언제든 등을 기댈 수 있는 수많은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을요.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스톤월에서부터 라라미까지, 그리고 지금 올랜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그리고 공포 없이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폭력이 가해진 수많은 사례를 목격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맞서야 하고, 함께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테러리스트들과 그 모든 혐오에 맞서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우리의 개방적이고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는 테러리즘과 맞서는 데 있어 소중한 자산이지, 장애물이 아닙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급진화에 저항하도록 해주는 힘입니다."

물론, 트럼프는 이 말을 이해했을리 없다.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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