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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출발한 여객기가 1박2일이나 걸려 제주에 도착한 기막힌 사연

  • 허완
  • 입력 2016.06.13 13:27
  • 수정 2016.06.13 13:28
ⓒ티웨이항공

"비행기 타고 서울에서 제주 오는데 1박2일 걸렸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뜬눈으로 밤을 꼬박 지새우고 13일 오전 티웨이항공편으로 제주공항에 가까스로 도착한 김남훈(44)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김포에서 출발해 제주 상공까지 왔다가 무안을 거쳐 다시 제주로 왔다가 인천으로 가는 동안 어린이들이 힘이 드는지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며 "인천공항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돌아오는 편을 기다리던 김포공항에서도 임시편 배정이 늦어져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는데도 항공사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모(45)씨는 "제주에 오기까지 1박을 하는 바람에 직장인은 월요일부터 회사에 지각하게 됐다"며 "태풍이나 한파 등 심각하게 기상이 나쁜 것이 아닌데도 이렇게 여정이 오래 걸린 것은 항공사의 책임"이라며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를 비롯한 승객 185명은 전날인 12일 오후 8시 47분 김포발 티웨이항공을 타고 출발했다. 그러나 제주공항에 도착한 승객은 40명뿐이다. 비행기가 두 번이나 제주공항까지 왔다가 회항하는 과정에서 참다못한 대부분 승객이 제주여행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에 이틀간 짙은 안개가 껴 전체적인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있었지만, 김포에서 제주까지 1박2일이 걸린 것은 오락가락한 항공사의 미숙한 대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티웨이항공 승객들의 김포∼제주 1박2일 잔혹사는 출발부터 시작됐다. 애초 12일 오후 7시 35분 출발 예정이던 티웨이항공 TW723편은 예정보다 1시간 10분 이상 늦은 오후 8시 47분께 이륙했다. 기상 때문이라는 항공사의 안내에 승객들은 지연 출발하는 불편을 참았다.

그런데 1시간이 지나 목적지인 제주공항에 도착해야 하지만 비행기는 무슨 일인지 계속 하늘을 날아다녔다.

당시 제주공항에는 안개가 짙게 껴 저시정 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비행기는 안개가 금방 걷히는 것으로 예보되기라도 한 듯 제주공항 상공을 1시간 30분가량 선회했다. 티웨이항공은 결국 안개가 걷히지 않아 착륙하지 못하게 되자 인천공항으로 회항한다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오후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회항지가 출발지인 김포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이 된 것은 너무 많은 시간을 비행하다 보니 김포공항 운영시간이 끝나 되돌아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행기 연료도 거의 바닥났다. 긴급히 기수를 전남 무안공항으로 돌려 착륙하고, 주유를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또 일어났다. 인천공항으로 회항한다던 비행기가 다시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자정부터 13일 오전 1시까지 1시간가량 제주공항 상공에서 재착륙을 시도했으나 안개가 더욱 짙게 껴 착륙하지 못했다.

비행기가 다시 기수를 돌려 인천공항에 착륙한 시간은 오전 2시께. 승객들은 김포 출발 예정시각으로부터 6시간여 만에 예정에 없던 인천공항에 내렸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항공사에 거세게 항의했다. 145명의 승객은 여행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제주도민 40명만 이날 오전 5시 30분 항공사의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했다. 임시편도 5시간이나 지난 오전 10시 50분으로 배정됐다. 이들을 임시편인 TW9705편을 타고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제주 땅을 밟았다. 보통 1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린데 무려 16시간이나 걸렸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제주공항의 해무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인천으로 회항 결정을 하게 됐으며 그 과정에서 급유하려고 무안공항으로 갔다"며 "승객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버스를 동원하는 등 불편을 덜고자 최대한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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