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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이 청바지를 입고 마르크스가 가죽재킷을 입은 까닭

ⓒIgor Petrygin-Rodionov

붉은색 티셔츠와 청바지, 흰색 운동화에 붉은색 노트북 컴퓨터를 든 젊은 날의 '섹시 레닌'.

젊은층의 외면으로 '노인과 연금생활자의 정당'이라고 불리는 러시아 공산당이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할배 정당' 이미지를 탈피해 젊은 세대와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채택한 선거 전략이다.

1917년 공산주의 볼셰비키 혁명을 이끌어 소련을 만든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의 딱딱하고 엄격한 혁명가 이미지를 '섹시'로 바꾼 러시아 공산당은 레닌 옆에 같은 옷차림에 붉은색 휴대전화를 든 미모의 젊은 여성을 나란히 세운 포스터를 만들었다.

레닌에게 씌운 모자는 전통적으로 노동자들이 쓰는 납작한 플랫 캡이지만 역시 강렬한 붉은 색을 입혀 패션 소품처럼 비치게 했다. 나이 들어 대머리가 된 레닌이 쪼그려 앉은 채 독수리 타법으로 붉은색 노트북 컴퓨터를 만지는 데 골몰하는 유머러스한 포스터도 만들었다.

선거포스터 디자인을 책임진 이고르 페트리긴-로디오노프는 공산주의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 소련 독재자 조지프 스탈린 등 소련공산당의 후신인 러시아 공산당의 역사적 상징인물들을 모두 '현대화'했다.

팔자 콧수염의 스탈린은 늘 입에 물고 있던 파이프 담배 대신 붉은 색 몸통의 전자담배를 문 채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그 옆엔 "동지들, 시대에 맞춰가시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마르크스는 붉은색 티셔츠, 청바지와 운동화에 검은 가죽점퍼를 걸친 채 저서 '자본론'을 옆에 끼고 있다. 미국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대사로 유명한 "나는 돌아온다(I'll be back)"는 문구를 곁들여 러시아 공산당의 희망을 담았다.

러시아 공산당은 지난 2011년 총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통합러시아당(238석)에 이어 92석으로 제2당의 자리를 차지했다.

러시아 공산당의 바딤 롤로비요프 서기장은 이번 선거운동의 초점을 레닌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세대 유권자들"에게 맞출 것이라며 "그들은 자신들이 알아볼 수 있는 상징들을 통해 레닌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시대의 요구이다"라고 말했다고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지난 8일(현지시간) 전했다.

성과학자 예브게니 쿨가프추크는 러시아 공산당의 이러한 시도가 "젊은 층을 당 지지자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치기술센터의 로스티슬라프투로프스키 부회장은 그동안 공산당이 젊은 층의 지지를 모으기 위해 노력해온 게별 성과가 없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에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노년 유권자들이 젊은 유권자들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공산당이 방향은 옳게 잡은 것 같다고 이 매체는 한 정치전문가의 말을 인용했다.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는 10일 러시아 공산당이 최근 수년간 학생, 기업인, 지식인 등을 충원하고 있으나, 과거 소련공산당 시절 폭정의 기억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스탈린 시대에 대해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많았다고 답해 2012년 같은 조사에 비해 긍정평가가 27% 높아지는 등 스탈린 같은 역사적 논란이 있는 인물들의 인기가 반등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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