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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70년이 지난 지금도 비키니 환초는 방사능이 너무 강해 거주가 불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마셜 제도 비키니 환초의 주민들을 이주시켰을 때, 핵 실험이 끝나면 곧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 이후 70년이 지났지만 이 섬들은 아직도 비어 있다. 주민들은 돌아오고 싶어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렸던 귀향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번 주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비키니 환초는 아직도 방사능이 너무 강해 주거할 수 없다고 한다. 작년에 비키니 환초에 다녀온 연구자들은 방사능 수준이 최소한의 안전 기준보다 높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주변의 다른 환초들의 방사능 수치는 현저히 낮았다. 수십 년 동안 심한 변동을 겪었던 이 지역의 예전 주민들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다.

1946년 3월 14일, 고향 비키니 환초를 떠나서 근처의 섬에 이주당하는 주민들

이주와 폭발

세계 2차 대전 후 마셜 제도를 통치하게 된 미국은 1946년에 비키니 환초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과 어업을 하며 살아오던 주민들을 이주시킨 다음 핵 실험을 시작했다. 주민들에게는 폭탄 실험이 ‘인류를 위한 것이며 세계의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그들이 무기를 실험할 수 있도록 이주해야 했다. 힘들었지만,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다.” 당시 소년이었던 잭슨 라이소가 2012년에 아웃사이드 지에 말했다.

1954년 3월 1일, 미국은 비키니 환초에서 캐슬 브라보라는 이름의 15메가톤 수소폭탄을 터뜨렸다. 히로시마에 투하했던 폭탄보다 1천 배 이상 강력한 이 수소폭탄은 미국이 터뜨린 폭발 중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

냉전 핵무기 군비 경쟁의 일부로, 미국은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비키니 환초에 23개의 핵무기를 투하했다. 비키니 환초를 비롯해 인근에서 이뤄진 실험 때문에, 비키니 환초, 롱겔라프 환초, 에니웨톡 환초에서 수백 명이 이주해야 했다.

미국인들은 섬 주민들에게 일시적인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비키니 환초 주민들은 1970년대 초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미국은 주민들에게 이제 거주해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1978년에 섬 주민들의 몸에서 방사성 동위 원소 세슘 137이 ‘위험할 정도로’ 증가해서 다시 이주해야 했다.

현재 비키니 환초에는 거주자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이빙 사이트이자 해변 중 하나라 불리는 곳을 찾아오는 소규모 다이빙 투어가 가끔 이뤄지기는 한다.

비키니 환초의 다이버

지나친 방사능?

컬럼비아 대학교 물리학 교수 엠린 휴즈가 이끄는 연구자가 작년 8월에 마셜 제도를 방문해 비키니, 롱겔라프, 에니웨톡 환초의 감마선 배출을 측정했다.

세 환초에서 측정한 감마선 수치를 마셜 제도 남부의 마주로 섬, 뉴욕 센트럴 파크의 수치와 비교했다. 마주로 섬이 이번 연구에서 통제 섬으로 사용되었다.

연 평균 방사선 수치는 마주로 환초는 9.5밀리렘, 센트럴 파크는 100밀리렘이었다. 센트럴 파크의 수치가 높은 것은 공원 안에 화강암이 많기 때문일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세 환초 중 여러 해 동안 철저한 정화 작업을 실시했던 에니웨톡의 수치가 연 평균 7.6밀리렘으로 가장 낮았다. 롱겔라프는 조금 더 높은 19.8밀리렘이었다. 미국과 마셜 제도 공화국이 정한 안전 기준인 연 평균 100밀리렘보다 훨씬 낮았다고 연구자들은 전했다.

에니웨톡에는 소규모 지역 사회가 존재한다. 롱겔라프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재거주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비키니 환초의 연 평균 방사선 수치는 184밀리렘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640밀리렘 이상의 수치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조사 결과 비키니 섬은 [안전] 기준을 초과하며 거주하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비키니 환초의 방사선 수치는 ‘엄청나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이번 연구의 보도 자료에서는 밝히고 있다. 수십 년간 떠나 있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여러 비키니 환초 주민들에겐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지금의 비키니 환초

아직도 남은 실험의 영향

과학자들은 비키니 및 주위 환초들이 거주하기에 안전한지 판단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웨니웨톡과 롱겔라프의 감마선 방출 수준은 ‘안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 주민들이 섭취하는 음식의 오염 가능성 등 다른 노출 경로는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예를 들어 1970년대에 세슘 137이 비키니 환초의 먹이 사슬을 오염시켰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비키니 환초로 돌아간 주민들의 몸에서 발견된 위험한 동위 원소는 음식을 통해 들어간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그러므로 이 섬들이 거주하기에 안전한지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에니웨톡에 거주 중인 주민들이 있다. 자신들의 환경이 안전한지 조금 두려워하고 있다. 게다가 본래 거주지에서 쫓겨난, 롱겔라프와 비키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셜 제도 주민들이 많이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추가 노출 경로를 분석하여 이 섬들이 거주하기 안전한지 확실히 밝힐 필요가 있다.”

비키니 환초는 냉전과 핵 군비 경쟁의 영향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되었다.

허핑턴포스트US의 70 Years Later, Bikini Atoll May Still Be Too Radioactive For Resettlemen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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