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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으로 정신 건강을 회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화보, 영상)

  • 박수진
  • 입력 2016.06.10 11:51
  • 수정 2016.06.10 12:10

남모르게 10년 동안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린 그랜트 트레빌코는 한때 심한 조증으로 시드니 맨리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조울증 진단을 받은 그는 열흘 간의 입원 기간 동안, 자신의 인생에 스며들었으나 한 번도 입밖에 낸 적이 없었던 병과 마주했다.

트레빌코는 허핑턴포스트 호주판에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열흘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숨겨왔다가, 모두가 그런 병과 싸우는 곳에 갇혔다"고 말했다.

퇴원 후 그는 호주를 떠나 가족이 있는 뉴질랜드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제서야 마침내 회복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조울증이 있는 아버지와 함께 서핑을 다니면서 그는 진정으로 낫기 시작했다.

"어느 날 파도를 탔던 걸 기억한다. 아주 대단한 파도는 아니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나는 미소를 지은 것을 느꼈다. 그땐 무감각 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랜트 트레블리코가 원웨이브의 첫 '플루오로 프라이데이' 행사에서 서핑 중인 모습

치유 수단으로서의 서핑이 전세계에서 관심을 얻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전직 군인들에게 서핑을 권한다.

그 자신 역시 서퍼인 마이클 바이젠트는 비욘드 블루의 이사인 정신과 의사다. 그는 서핑이 세라피의 형식으로 공식화되지는 않았으나, 정신 질환에서 회복하는데 아주 유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즐길 수 있는 행동이 있다는 것, 몸을 움직이게 하는 기대되는 행동이 있다는 건 지극히 좋은 일이다. 그리고 우린 연구를 통해 약하거나 보통 정도의 우울증에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특히 서핑은 순간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점도 도움이 된다고 바이젠트는 말한다.

"서핑은 격렬하고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활동이라, 집중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다. 다른 것을 잊게 하고 순간에 빠져들게 만드는데, 그것은 굉장히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바이젠트의 설명이다.

"순간에 집중한다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생각한다는 뜻이다. 당신의 정신 건강에 관련이 있을지 모를 다른 문제들은 다 잊게 된다."

처음 서핑을 배우고 4년 뒤, 트레빌코는 샘 슈마커와 조엘 필그림과 함께 원웨이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서핑과 해수 세라피를 사용해 정신 건강 회복을 돕는 비영리 단체다.

(왼쪽부터) 공동설립자 샘 슈마퍼, 그랜트 트레블리코, 원웨이브 서핑 익스피리언스 매니저 조엘 필그림

매주 전세계 해변에서 그들은 ‘플루오로 프라이데이’를 주최한다. 이른 아침에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서핑을 하는 모임이다.

"우리가 원웨이브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것은 '괜찮지 않은 것은 괜찮다, 정신 건강은 삶의 평범한 부분이니 우린 그냥 그걸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면 된다'는 것이다." 원웨이브 서프 익스피리언스 매니저이자 작업 요법사인 필그림의 말이다.

뉴캐슬 메어웨더 해변에서 열린 '플루오로 프라이데이' 행사 모습

정신 건강과 서핑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필그림은 이 행사들을 정신 건강 문제에서 회복하는 사람들을 직접 도울 수 있는 8주짜리 프로그램으로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병원에서 지낸 경험이 있고, 교도소와 정신 병원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나는 뭐가 잘 듣는지, 뭐가 잘 안 듣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하얀 사각형 임상실이 아니어도 (회복하는 방법이 있다)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당신과 마주 앉아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을 것이다."

"우리는 매주 다른 임상 토론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말 느긋하고 편한 방식이라 참가자들은 자신이 얻는 정신 건강의 혜택을 깨닫지 못한다."

"간단하다. 그룹 모임에 나가 30분 정도 허물없는 대화를 나눈 다음,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다."

본디 해변에서 열린 '플루오로 프라이데이' 행사

바이젠트는 "주의력과 집중은 정신 질환에 큰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런 걸 하면 스태미너와 집중력을 다시 기르고 부가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웨이브의 공동 설립자 슈마커는 서핑이 남성을 위한 세라피 수단으로 특히 좋다고 생각한다.

"서핑하는 사람들은 남성이 98%다. 남성 50%, 여성 50%가 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는 서핑이 남성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일 수 있다는 건 안다."

"남성에게는 (다른 여지가 적고) 힘들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연인과 헤어지는 등 삶에서 뭔가 잘못된 일이 생기면 친구 집으로 가서 여자 친구들과 몇 시간 이야기하고 울 수 있다. 하지만 남성들은 그와는 다르다."

원웨이브를 공동 설립하기 전, 슈마커는 트레빌코를 펍에서 만나서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슈마커는 이것이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10년 전이라면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5~10분 안에 할리 데이비슨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1년 반 전 본디의 펍에 갔다가 몇 분만에 우리는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했고, 몇 분 뒤에 그는 자신의 불안에 대해 말했다. 다부진 인상의 사내였는데 말이다. 변화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가 원웨이브 커뮤니티를 통해 그러한 정상 상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길 바란다.”

트레빌코가 이 운동을 시작한지 겨우 4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 ‘플루오로 프라이데이’는 전세계의 50곳이 넘는 해변에서 진행된다.

그는 혹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잘 버티며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라고 한다.

"가장 힘든 것은 당신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내는 순간 모든 것을 놓는 것처럼 된다. 당신은 혼자서 다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 트레빌코의 말이다.

"당신과 똑같은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랄 것이다."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고, 누구나 남들이 전혀 모르는 싸움을 치르고 있다."

*플루오로 프라이데이 정보는 여기(링크)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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