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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FF PRIDE ②] 쿠시아 디아멍 인터뷰 "한국에서 드랙퀸은 성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다."

  • 윤인경
  • 입력 2016.06.10 11:32
  • 수정 2016.06.14 07:14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6월 'LGBT 프라이드의 달'을 맞아 한 달 동안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운동과 커뮤니티를 조명하는 HUFF PRIDE 기획을 진행합니다. 두 번째는 드랙퀸인 쿠시아 디아멍 (Kuciia Diamant)과의 인터뷰입니다.

“공연 딱 끝나고 사람들 환호성 들으면서 내 이름을 외칠 때가 가장 행복해요."

무대 위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과 달리 일상에서의 쿠시아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친근한 모습이다. 일 외의 취미는 낮잠이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모습 뒤에는 드랙퀸으로서, 예술가로서의 당찬 꿈과 욕심이 보인다. 드랙퀸 쿠시아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세상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긍정적이다.

그는 이태원에서 웨이터로 일을 하던 중 드랙퀸 문화를 처음 접했다. 네온 컬러의 화려한 의상과 높은 하이힐에 현혹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무대 위에서 느껴지던 카리스마에 마음이 뺏겼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욕심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테크노 여전사였던 이정현을 좋아했고 아빠의 검은 구두와는 달랐던 엄마의 높고 뾰족한 구두를 신고 무대를 걷는 상상을 하곤 했다. 드랙퀸이라는 것을 알기 전, 그는 군대에서 여장을 하고 공연을 한 적도 있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한 화장이고 가발이었지만 공연을 통해 군대에서 느꼈던 답답함을 풀었던 셈이다.

“화장 베이스부터 시작을 하는데 색조까지는 편하게 있다가 속눈썹 붙이고 가발을 딱 쓰면 긴장이 되기 시작해요. 메이크업할 때 이뻐 보이는 것도 중요한데, 메이크업은 무대 준비를 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계속 공연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시간인 것 같아요.”

드랙퀸의 쇼 타임은 화장을 하면서 이미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일상 모습에서 드랙퀸의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은 한 캐릭터가 탄생하는 과정이자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가는 여정이니 말이다. 쿠시아는 화장이 유독 안 받을 때 가장 속상하다고 말한다. 그의 욕심은 단지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다.

“딱 처음 했을 때 나만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진짜 예쁘다고…”

드랙퀸들에게 있어 첫 드랙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그 과정을 함께 해주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이 역할을 하게 된 친구를 엄마 (“drag moth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쿠시아는 본인이 처음 데뷔했을 때의 느낌보다도 친구들의 반응, 그들이 느꼈던 뿌듯함을 얘기할 때 더 신나 보였다. 드랙퀸들에게 커뮤니티는 탄생의 시작점이자 서로에게 힘이 되고 영감이 되는 그런 소중한 존재다.

“사람들이 모든 드랙퀸이 다 트랜스젠더가 되고 싶어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물론 그중에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좀 어릴 때는, 성 정체성 혼란이 올 때는 트랜스젠더가 되고 싶었는데, 근데 이제 뭐 군대도 갔다 와 보고, 남자를 만나면서 연애도 해봤고 남자로도 살 수도 있고 드랙퀸 하면서 여자로도 살 수 있으니까…”

‘보통 드랙퀸을 소개해주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꼭 나오는 예가 헤드윅이다 (Hedwig and the Angry Inch). 극 초반 주인공 한셀은 동독을 떠나기 위해 미군 병사와의 결혼을 결심하고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 그래서일까? 드랙퀸은 결국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가 아니냐고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드랙퀸들은 주로 공연을 목적으로 여장을 하되, 그 종류와 스타일에 있어서 어떠한 한계도 없다. 정체성에 있어서도 해석과 창작의 공간이 매우 넓다. 트랜스젠더가 되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 드랙은 아닌 것이다.

“난 어떻게 보면 좀 두 개의 성을 가진 그런 존재잖아요. 여자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두 개의 성을 좀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굳이 내가 트랜스젠더가 될 필요는 없다고 확신해요… 되고 싶지도 않고.”

쿠시아는 말끔하게 입고 나갔을 때 멋있다는 얘길 들으면 그것대로 기분이 좋고, 또 드랙퀸으로 변신을 했을 때 섹시하다고 칭찬을 받으면 또 신이 난다고 말한다. 그의 드랙 이름은 뜻이 있어서 만든 것은 아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메일 주소라는 것을 처음 만들 때를 기억하는가? 그때 이것저것 조합해보다 얻어걸린 이름이 쿠시아다. 발음 했을 때 어감이 예뻐 기억해뒀다는 이름. 뒤에 디아몽은 불어로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뜻이 담긴 빛나는 보석 아니던가? 쿠시아 영원하라!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그때 좀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싶어서 좀 기다렸던 거고 성공했을 때 그때 커밍아웃하고 싶어요.

그래야 엄마가 거부해도 내가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우리 엄마 알고 있을 것 같아…”

쿠시아는 아직 부모님한테 게이인 것도 직업이 드랙퀸인 것도 커밍아웃 하지 않았다. 그는 대중들이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쿠시아라는 이름을 기억해줄 때, 그가 자랑스럽게 엄마에게 얘기할 수 있을 때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LGBT 커뮤니티에서 성공한 케이스로 누군가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그만두면 안 될 것 같아요. 내 이쁨을 본받아라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이 열악한 상황인데도 이렇게 용기를 가지고 할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을 주고 싶어요.”

[HUFF PRIDE ①] 성소수자 인권운동가·군인권센터 소장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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