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모야모야병 앓던 여대생이 '칼, 강도'를 외치고 쓰러진 전말

  • 박세회
  • 입력 2016.06.09 17:51
  • 수정 2016.07.07 09:37

희귀·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던 여대생이 길에서 만난 강도를 뿌리치고 도망갔다가 뇌졸중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강도치상 혐의로 여모(30·무직)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여씨는 지난 5일 오후 11시 52분께 의정부시내 한 골목길에서 돈을 뺏으려고 흉기로 김모(19·대학생)양을 위협해 김양이 달아나는 과정에서 의식불명에 빠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양은 여씨를 뿌리치고 바로 달아나 현장에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집으로 있는 힘껏 달려 피신한 뒤 쓰러졌다.

범행 피해 장소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김양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부모에게 "칼, 칼, 칼, 강도"라고 소리쳤다. 이때까진 의식이 있어 용의자의 인상착의에 대한 설명도 몇 마디 더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아버지는 집 밖으로 강도를 잡겠다며 나갔고, 어머니는 112에 신고했다. 강도를 당할 뻔한 지 불과 10분 뒤인 6일 오전 0시 2분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이 일대를 뒤지는 사이, 김양은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평소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던 김양에게 뇌졸중이 찾아온 것.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이 좁아지는 협착이 점차 진행돼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일어나는 질환으로, 국내에 2천명의 환자가 있다.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김양은 중태에 빠져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씨는 범행 현장에 방범용 무인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흐릿하게나마 범행 장면이 확인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튿날인 7일 오전 11시께 범행 장소 주변을 탐문하던 중 여씨를 발견해 긴급체포했다.

여씨 집에서 당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가 발견됐다. 그러나 여씨는 카메라에 찍힌 모습이 자신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범행 내용은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씨가 과거 대출 사기를 당하고 헤어진 여자친구에게도 돈을 빌리는 등 경제적으로 궁핍해지자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여씨는 자신이 위협한 여대생이 의식불명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9일 오전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피해자와 가족에게 정말 잘못하고 죄송하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모야모야병 #희귀병 #뇌졸중 #강도 #사건/사고 #사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