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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노회찬이 현재의 구조조정을 '비정상'으로 보는 간단한 이유

  • 허완
  • 입력 2016.06.09 14:05
ⓒ연합뉴스

정부가 8일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은 다양한 비판을 받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르는 부담을 한국은행과 다음 정부에 떠넘긴다는 지적(폭탄돌리기)이 나왔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이번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자금 지원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압박' 사실을 폭로하는가 하면, 구조조정 타깃이 된 조선업종의 노조는 "일방적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야3당은 20대 국회에서 '구조조정 청문회'를 열어 정부의 밀실행정과 낙하산 인사 등을 따져야 한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구조조정은 꽤나 복잡한 작업이다. 여기에는 정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엮여있다. 어떤 기업을 살리고 어떤 기업을 정리할 것인지, 그 결정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누가 어떻게 얼만큼 분담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 구조조정 자금을 어떻게, 얼마나 마련할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 앞서 왜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지, 누구에게 부실의 책임이 있는지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누가 뭘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아야 누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현재 상황이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9일 현재 논의되는 구조조정이 "약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부터 먼저 당하는 그런 세월호 방식, 이 기조를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황기에 가장 이윤을 많이 가져간 사람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라며 "그 호황기에 가장 이윤을 적게 가져갔던 사람들이 지금 가장 먼저 해고당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야3당 원내대표가 공동으로 주최한 '구조조정 토론회'에 참석한 그의 인사말 전문. (원문은 그의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다.)

"안녕하십니까? 노회찬입니다. 배가 침몰하는 위기에 봉착했을 때 이에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타이타닉호 방식이고, 하나는 세월호 방식입니다. 타이타닉호 방식은 위기에 처한 배에서 어린이, 여성, 노약자, 사회적 약자부터 먼저 구출하는 방식입니다. 잘 알고 있다시피 세월호에서는 거꾸로가 됐습니다. 선장부터 먼저 탈출했습니다. 무고한 어린 학생들은 구조되지도 못한 채 희생됐습니다.

지금 위기에 처한 조선업종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부가 어제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 대응책에는 조건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선정하는 등 과거보다 진일보한 부분들이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세월호 방식의 기조 위에 있습니다. 약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약한 사람부터 가장 먼저 희생시키는 대전제위에서 여러 가지 방식을 내놓고 있습니다.

사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조선업종 보십시오. 10년전 우리나라의 조선업종은 전체 해외 수출액의 4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1년에 600억, 700억 달러씩 수출했습니다. 그 호황기에 가장 이윤을 많이 가져간 사람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 호황기에 가장 이윤을 적게 가져갔던 사람들이 지금 가장 먼저 해고당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량팀이 그렇고, 사내하청이 그렇고, 비정규직이 그렇고, 노동자들이 그렇습니다.

어제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이 증언을 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에 낙하산 인사를 보낼 때 비율이 있었다는 겁니다. 청와대에서 3분의 1, 금융당국에서 3분의 1, 그리고 산업은행도 3분의 1, 낙하산 내려보냈다는 겁니다. 이 비율은 무슨 비율입니까. 저는 현 상태를 책임져야 할 비율이라고 봅니다. 청와대가 3분의 1, 금융당국이 3분의 1, 산업은행이 3분의 1 책임져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누가 책임지고 있습니까. 누가 해고당하고 있습니까. 누가 이 고통을 전담하고 있습니까. 낙하산 인사 내려올 때 노동조합이 있었어요? 사내하청에서 내려보냈습니까? 물량팀에서 낙하산 내려보냈습니까? 다 빠지고 없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안 온 사람이 누구입니까. 바로 낙하산 인사 보낸 그 집단들이 오늘 이 자리에 안 왔습니다.

저는 구조조정할 때는 인력감축 위주로 가고, 또 인력감축에 있어서도 가장 대접을 못받아왔던, 차별을 받아왔던 사회적 약자부터 먼저 당하는 그런 세월호 방식, 이 기조를 바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조를 유지한 채 거기서 해고당한 사람들에게 실업급여 2개월치를 준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집니까. 저는 지역구가 창원이기 때문에 약 한 달 전에 박종식 연구위원 모시고 우리 해고당사자들, 노동조합 관계자들, STX사측까지 모시고 토론회를 연 바가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도 아마 좋은 방안들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방안들이 어제 발표된 정부의 조선업종 구조조정 등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근본적으로 제고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그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약자부터 희생하는 이른바 강자를 살려서 강자가 나중에 손해 보는 약자까지 다 구한다는 그 낙수효과 이론은 세계적으로 이제 폐기처분되어가고 있는데, 유일하게 이 대한민국 땅에서는 그 낙수효과 이론에 근거해서 여전히 정부의 시책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토론회가 IMF대응에 대한 반성으로써, 지난 20년간 한국사회에서 그 결과로 이뤄진 사회양극화와 자영업자의 대폭증가 등 여러 사회적 병리현상을 이제 극복하고 치유하는 새로운 전환점의 시책이 모색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정의당의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가 오늘 이 문제에 대한 정의당의 당론을 가지고 토론자로 참석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어려운 때 일수록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서로 힘을 모아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먼저 사회적 약자들끼리의 연대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의당도 앞장서겠습니다.

늘 함께 해서 다시는 IMF 이후의 20년과 같은 20년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정의당이 앞장설 것을 약속드립니다. 오늘 보람있고 성과있는 토론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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