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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구의역에서 쫓기듯 수리를 해야 한 이유

ⓒ연합뉴스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숨진 스크린도어 정비직원 김모(19)씨가 사고 당일 구의역에서만 2건의 정비를 서둘러 마치고 곧장 을지로4가역까지 쫓기듯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도중 열차에 치여 숨지기 불과 몇 분 전에 회사 동료로부터 자신이 을지로4가역 스크린도어 정비까지 맡아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김씨가 사고 당일 혼자 구의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50분이다. 김씨는 역무실에 들른 다음 스크린도어 열쇠를 챙겨 승강장으로 올라갔다.

이어 동료로부터 "을지로4가역도 고장 신고가 들어왔으니 네가 가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고, 5-3 승강장 안쪽으로 들어가 재빨리 정비를 마쳤다.

김씨가 또다른 정비 대상인 9-4 승강장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54분. 김씨는 3분 뒤인 5시57분 스크린도어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만약 변을 당하지 않았다면 김씨는 9-4 스크린도어 정비를 마치고 20여분 뒤인 오후 6시20분까지 을지로4가역에 도착해야 했다.

서울메트로가 을지로4가역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를 은성PSD에 접수한 시간이 오후 5시20분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와 하청업체인 은성PSD는 '정비기사는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고 계약을 체결했다.

구의역에서 을지로4가역까지는 9개 구간으로, 지하철로 18∼20분 정도 걸린다. 김씨는 '서두르지 않으면 규정을 어길지도 모른다'는 압박에 시달리며 경황없이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즉 인력부족 탓에 혼자 여러 건의 작업을 도맡은 상황에 더해 고장 접수 1시간 안에 해당 역에 도착해야 한다고 재촉하는 사내 규정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근무했던 구의역 역무원 3명은 모두 김씨가 스크린도어 안쪽으로 들어갔을 당시 승강장을 비추던 폐쇄회로(CC)TV를 지켜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 역무원은 경찰 조사에서 "김씨가 구의역에 온 줄 몰랐다"고 진술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사고 당시 구의역 승강장 내 CCTV와 방송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역무원 중 한 명이라도 CCTV를 유심히 지켜봤다면 '열차가 들어오니 스크린도어 안쪽에서 나오라'고 방송으로 알려 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경찰은 김씨 사고의 1차 책임이 이들 역무원에게 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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