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와 관련해 두고두고 전설로 남을 듯한 칼럼 한편이 나왔다.
1일 동아일보 오피니언란에 실린 송평인 논설위원의 <'메갈리아' 식 여성혐오 편집증> 칼럼을 보자.(칼럼 전문을 보고 싶으면 여기를 클릭)
그는 "편집증이 정신병적 단계에 이르면 조현병"이 되는데 "(강남역 살인사건을) '여성혐오'로 규정하고 끝까지 억지를 부리는 것 역시 편집증적"이라고 주장한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묻지마 살인사건'이고, 결국 문제의 본질은 '정신질환자 관리'에 있다고 송평인 위원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 위원은 '조현병 환자가 어린이를 죽이면 어린이 혐오가 되느냐?'라고 묻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격리가 이뤄져야 사회가 안전하다'는 무시무시한 주장까지 서슴없이 내놓는다.
도시의 삶은 정신질환자나 범죄자의 적절한 격리를 조건으로 해서만 가능하다. 미셸 푸코는 ‘광기의 역사’와 ‘감시와 처벌’을 쓴 프랑스 학자다. 그가 독창적이었던 것은 서구에서 근대화 초기에 발생한 정신질환자나 범죄자의 격리에 주목하고 그런 격리를 서구 근대화의 한 주요한 특징(물론 그에게는 극복해야 할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편집증은 어떤 생각에 한번 사로잡히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증상이다. 살인자는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한번 여성 혐오라는 생각에 사로잡히자 어떤 진실에도 귀 기울이지 않은 것 역시 편집증적인 증상이다. 누구나 망상은 갖는다. 그러나 정상인은 사실에 맞춰 망상을 수정할 줄 안다. 그래서 정상이다.
이 칼럼은 발표된 당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나쁜 보도'에 선정되며 "황당함과 악의성에 있어서는 최고라 뽑아도 손색이 없을 '대단한 칼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보수언론의 시각을 대표함과 동시에 그 황당함과 악의성에 있어서는 최고라 뽑아도 손색이 없을 ‘대단한 칼럼’이 동아일보에서 나왔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수많은 이들 중 ‘여자들이 나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굳이 ‘여성’을 살해 대상으로 지목했다. 단순히 ‘약자’를 노린 것이었다면 그는 왜 보다 더 ‘손쉬운’ 범행 대상인 ‘노인’이나 ‘아동’, ‘장애인’ 등이 아닌 ‘여성’을 택해야 했을까? 왜 ‘유치원’이나 ‘경로당’이 아닌 노래방의 남녀공용 화장실에 숨어 굳이 ‘여성’을 기다렸을까? 왜 많은 이들의 무시 속에서 굳이 ‘여성들의 무시’에 가장 큰 분노를 느끼게 된 것일까?(민언련 6월 1일 신문모니터보고서)
SNS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뇌가 썩을 것 같고 소름끼친다. 이 시대에 여성혐오의 문제점을 말하는 모든 사람을 정신병(편집증,망상증)자로 규정하며 정신차리라고 준엄히 꾸짖고, 정신병자는 격리가 시급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인용당한 미셸푸코 의문의 1패..
— 박작가 (@antipoint) 1 June 2016
여성혐오적인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을 "편집증"이라 규정하고, 정신질환자는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작자를 논설위원으로 두고 그가 쓴 이런 글을 데스크에서 통과시켜 주는 동아일보. 사회악. https://t.co/FQDViZn3we
— G (@distancier) 1 June 2016
그러는 너네는 여성혐오라는 개념과 현상이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채 모든 걸 남성 중심적 디폴트로 놓고 이날 이때까지 사고해온 것도 남성중심적 편집증이라고 할 수 있겠네.
— 로아나 [개넌]이란 [무엇]일까 (@ROANARC) 1 June 2016
와우~ 정신질환을 범죄의 원인으로 수사기관이 규정하니, 이제 여자 일반을 "여성혐오"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편집증적 증상"을 지닌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있군요. 이러다 "여자가 원인이다"라고 하겠어요. https://t.co/FVOUQwcUZ1
— Shadow_Pins___ (@Shadow__Pins) 1 June 2016
<편견과 차별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범죄 유발' 주요인> 국가인권위 홈페이지 연구자료 공부 좀 하세요 #여성혐오' 주장은 '편집증'이라는 동아 송평인 논설위원https://t.co/KsfiTeNqMApic.twitter.com/9Jcn0lfxhL
— 솔로몬 (@mapleluck) 1 June 2016
한국여성의전화는 해당 칼럼의 마지막 문단을 조금 수정하여 송 위원에게 그대로 돌려주었다.
“편집증은 어떤 생각에 한번 사로잡히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증상이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이번 사건의 해답이 ‘여성이 아니라 정신질환자에 주목할 때 찾을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혹은 살인 미수, 최소 2.4일에 한 명, 성평등지수 145개국 중 115위. 그럼에도 한번 ‘여성 혐오란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자 어떤 진실에도 귀 기울이지 않은 것 역시 편집증적인 증상이다. 누구나 망상은 갖는다. 그러나 정상인은 사실에 맞춰 망상을 수정할 줄 안다. 그래서 정상이다.”(한국여성의전화 6월 1일)
2015년 남편·애인 등에게 피살된 한국 여성의 숫자: 91명. 4일에 한 명꼴로 살해당했다. https://t.co/5mb1ueS758pic.twitter.com/8BcmuZUBV8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HuffPostKorea) 9 March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