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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로스쿨은 지원자의 출신 학교를 다섯 등급으로 나눠 심사하고 있었다

서울의 한 법학대학의 모습 (자료사진으로 기사와 연관이 없습니다)
서울의 한 법학대학의 모습 (자료사진으로 기사와 연관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사립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서류심사 단계에서 출신 학부를 다섯 등급으로 나눠, 최고 등급과 최하 등급 간에 무려 40%의 격차를 두는 등 사실상 ‘출신 대학 등급제’를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급 간의 감점 폭이 너무 커서 법학적성시험(리트) 성적이나 전문자격증으로도 만회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28살 이상부터는 나이가 많을수록 감점하는 조항도 있었다. 출신 학부와 연령에 따라 지원자를 차별·배제했다는 불공정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에 있는 한 사립 로스쿨의 ‘2014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 종합서류심사 가이드라인’의 ‘서류종합 평가기준(총 220점)’을 보면, 서류종합 평가의 네 항목(성실성, 전공 관련 성취 및 발전가능성, 적성 및 자질, 전문소양) 가운데 ‘성실성 항목’(70점 만점)에서 출신 학부에 따라 지원자를 5개 등급으로 나눴다. S등급은 70점이고, 등급이 한 단계 낮아질 때마다 7점씩 감점돼 D등급은 S등급보다 40% 낮은 42점을 받게 된다.

최고 등급인 S등급에는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의대·치대·한의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경찰대 등이 포함됐다. A등급에는 이화여대 법학 전공자 등이 포함됐고, B등급에는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부산대 등 일부 사립대와 국공립대가, C등급에는 나머지 대학의 법학 전공자가, D등급에는 나머지 대학의 비법학 전공자가 포함됐다.

로스쿨 내부의 학생 선발 기준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스쿨들은 시험 성적이 객관적으로 산출되지 않는 ‘정성평가’를 한다는 이유로 입학 전형과 관련한 자료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출신 학부 외에도 리트 성적, 변리사·회계사·노무사·법무사와 같은 전문 자격증 취득 여부 등을 반영하지만, 배점이 훨씬 낮고 점수 차등도 크지 않다.

사실상 출신 학부로 인한 불이익을 만회하는 게 불가능한 구조로 서류심사 기준이 설계된 것이다.

학점이 같을 때 출신 대학이 D등급에 속한 지원자가 리트 만점에 전문 자격증을 소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점수(98.5점)는 리트 최하점에 전문 자격증이 없는 스카이 출신의 점수(111점)보다도 12.5점이나 낮다.

평가 항목에서는 나이가 많을 경우 불이익을 주는 연령 차별도 있었다.

전문 자격증이 없는 지원자들은 ‘병역미필 27살 이하, 병역필 30살 이하’ ‘병역미필 31살 이하, 병역필 34살 이하’ ‘병역미필 35살 초과, 병역필 38살 초과’로 나눠 각각 20점, 17.5점, 15점을 매겼다.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나 법학 교수들은 출신 학부 차별이 특정 로스쿨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은 서울의 한 사립대 법대 교수는 “서울권 로스쿨의 경우 학점, 리트, 자기소개서 등 모든 요소가 훌륭한 학생인데도 1차 서류전형에서 어이없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아예 서울권 로스쿨로는 지원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로스쿨 교수들의 단체인 로스쿨교수협의회 상임대표 한상희 교수(건국대)는 “대다수 로스쿨이 이러한 내부 기준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로스쿨의 개혁을 위해 교육부 등이 조사를 통해 특정 집단을 우대하는 불공정 입시 사례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2009~2015년 전국 로스쿨 입학생 현황’을 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제외한 서울 시내 로스쿨 가운데 서강대(69.1%)는 합격생 10명 가운데 7명이, 한양대(66.7%), 서울시립대(56.5%), 이화여대(51.4%), 중앙대(51.0%) 등은 절반 이상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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