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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의 '강수'에 프로기사회가 한 발 물러서다

  • 허완
  • 입력 2016.06.02 16:01
ⓒ연합뉴스

정관에 많은 문제가 있다며 탈퇴서를 제출한 이세돌 9단의 강수에 프로기사회가 한발 뒤로 물러났다.

바둑 프로기사회는 2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임시 총회를 열고 이세돌 9단의 탈퇴 문제를 한국기원과 협의해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프로기사회 회원 320명 중 20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에 걸쳐 이 문제에 관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그러나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양건 프로기사회장은 "이세돌 9단이 제기한 정관 문제는 기사회가 자체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했다. 이 부분을 한국기원과 협의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세돌 9단은 ▲ 기사회를 탈퇴한 회원은 한국기원 주최·주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는 프로기사회 규정과 ▲ 회원의 대국 수입의 3∼15%를 일률적으로 공제해 적립금을 모으는 규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친형인 이상훈 9단과 함께 지난달 17일 탈퇴서를 제출했다.

이에 기사회는 지난달 19일 대의원 회의를 열어 이세돌 9단과 대화로 해결하고, 정관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자 이세돌 9단은 "기사회 정관에 문제점이 많다. 적립금 문제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화로 풀어나갈 게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기사회 정관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이상 탈퇴 의사를 철회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한국프로기사회 임시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양건 프로기사회장. ⓒ연합뉴스

일단 기사회는 탈퇴 회원의 대국 제한에 문제가 있다는 이세돌 9단의 주장을 수긍하고 있다.

양 회장은 "이세돌 9단이 제기한 사항은 이 9단은 물론 한국기원 자문변호사와 기사회 자문변호사도 모두 '현 시스템에서 기사회가 (대국 금지를) 강제로 규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이 부분을 한국기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날 총회에서 프로기사들은 관련 정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앞으로 전담팀(TFT)을 구성해서 문제점을 고쳐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회장은 한국기원과 협의 과정에 직접 나설 예정이다.

그는 "이세돌 9단의 대회 출전을 막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조항은 삭제돼야 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기사회의 입장은 이세돌 9단의 탈퇴를 만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장 내일부터 한국기원과 협의할 것"이라며 "되도록 이른 시일 내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적립금 문제에 대해서도 추후 전담팀을 구성해 처리하기로 했다. 양 회장은 "전담팀 구성은 앞으로 대의원 회의 등을 거쳐서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세돌 9단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 정관의 여러 조항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해야 할 문제다. (이세돌 9단의 주장이) 많은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이세돌 9단의 탈퇴서 수리도 일단은 '보류'했다. 양 회장은 "이 문제도 한국기원과 협의하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회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논란을 키웠던 정관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양 회장은 "원래 오늘 총회가 끝나고 정관을 공개할 생각이었는데, 논의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정관의 어느 부분을 고칠지 논의를 많이 이루지 못했다"며 "그러나 기본 정관이 어떻고, 이세돌 9단이 어떤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했는지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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