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이 2일<강남역 사건 피해자의 '부치지 못한 편지'>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기사가 온라인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시사IN은 "피해자 가족과 친구, 남자친구, 회사 동료 등을 만나 고인의 꿈과 삶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며 가족/동료 등의 이야기를 토대로 피해자의 삶을 재구성하는 기사를 선보였는데, 기사에는 이런 대목들이 포함돼 있다.
수지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부모에게 손 한번 벌리지 않았다. 음식점 서빙, 전단지 돌리기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 용돈까지 벌었다. 2년제 대학에 다녔던 수지씨는 졸업하기 6개월 전, 2013년 여름에 취업했다.
부모에게는 직장 생활이 힘들다는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한 달에 나흘 쉬면서 하루 9시간씩 일했다. 서비스직에 종사한 터라 밤낮이 바뀌어가며 불규칙한 일이었다. 무거운 식료품을 옮기고 뜨거운 물에 데기도 했다. 회사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던 한 직장 동료는 “워낙 힘든 일이라 중간에 그만두는 친구들이 많았다. 수지는 힘들다고 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모르면 물어보면서 확실하게 자기 일을 처리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한 달에 20만원가량만 생활비로 썼다. 회사 기숙사에 살면서 생활비를 아꼈다. 샤넬이나 프라다 같은 명품 브랜드를 몰랐고, 저가 화장품과 옷만 샀다. 어머니 김씨가 어쩌다 수지씨에게 옷을 사주려고 백화점에라도 들어가면 “비싼 거 필요 없다”라며 엄마의 손을 끌고 나오는 딸이었다.
트위터상에서는 이 기사를 두고 아래와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sisain_editor 피해자가 '샤넬이나 프라다 같은 명품 브랜드를 몰랐'다는 근거는 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습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강남역 사건을 다루면서 '명품 브랜드를 알지도 못하는 개념녀'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다니 제정신입니까?
— 땡땡 (@Ddang_ddang) 2 June 2016
@sisain_editor 질문 두개 합니다. 1.샤넬백메고 불가리 시계 차고 항상 명품에 관심있던 여자가 죽으면 어떻게 기사 쓸겁니까? 2. 피해자가 남자인 사건에도 명품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쓸겁니까?
— ( ˙༥˙ ) (@emmajkim) 2 June 2016
@sisain_editor 하루 생활비로 200만원을 쓰고, 고가의 주상복합에 '월세로' 거주하며, 샤넬프라다에르메스 백을 시간대별로 바꿔가며 드는 피해자였으면 가엾어할 거리가 없어서 아주 큰일날 뻔 했겠네요.
— 망개 (@B_cumby) 2 June 2016
나물님 트윗이나 시사인 기사나 세월호 피해가족들을 대하는 태도나 하여간 국내 언론 불쌍하고 가여운 피해자 프레임에 너무 집착한다 일전에 탐라에 위안부를 비롯한 여성 강간소재 콘텐츠 떴을때도 몇백번 했던 얘기라 지겨울 정도.
— △H□ (@SaaaaeeeeM) 2 June 2016
커버스토리 10p중에 개념녀프레임 신파 기사를 4p씩이나, 그것도 제일 앞에 얹혀야 되겠냐고, 부모한테 받은 용돈으로 매일같이 강남역으로 놀러다니는 여성이라도 그런 사건을 당하면 안된다고. #시사인#실망pic.twitter.com/KsXbUUkZCC
— left fielder (@84_left_fielder) 2 June 2016
신파적서술, 감상적묘사는 시사인에서만 나타난 일은 아니다. 한겨레 JTBC부터 조선일보까지 ‘개인의 삶을 재구성’ 하는 기사가 꾸준히 유행이었다. 심지어 인터뷰 후 이를 바탕으로 가상의 편지를 창작하기도.. https://t.co/VeeVBAXQFz
— rainygirl (@rainygirl_) 2 June 2016
나도 시사인 그 기사 보면서 영 불편했다. 왜 피해자에 대해 그런 설명이 붙어야하는가? 샤넬이나 명품을 좋아하면 피해자가 되어도 된다는건가? 그 누구도 그 어떤 누구도 여자라는 이유로 그렇게 죽임당해서는 안된다.
— 로스릭 너구리형 DCDaxter (@DCDaxter) 2 June 2016
남자 토막살인범조차 전문적으로 이러저러한 커리어를 꿈꿨다고 써주는데 강남역살인 피해자 여성에 대해선 "수지씨(가명)의 꿈은 가족여행이었다". 피해자는 직장인이었으나 시사인 기사는 그가 직업적으로 어떤 성취를 꿈꿨는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했다.
— 모이 (@kouhogue) 2 June 2016
시사IN 페이스북의 해당 기사에도 이런 댓글이 달렸다.
"어쩌다 수지씨에게 옷을 사주려고 백화점에라도 들어가면 '비싼 거 필요없다'라며 엄마의 손을 끌고 나오는 딸이었다" 같은 문구가 정말 필요했을까요? '프라다나 샤넬을 모르던 여성 노동자' 같은 말을 붙여가면서 피해자의 innocence를 강조하는 것은 지금까지 페미사이드 때문에 돌아가신 많은 피해자들과,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해자분께도 실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사 전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직접 보고 판단해 보시길.
수정 : 시사인 기사 제목이 수정됨에 따라 이를 반영했습니다. (2016년 6월2일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