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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의 가치 vs. 인간의 가치

일부 환경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한 마리는 인간 한 명보다 더 가치있다고 주장한다. 그 종 전체 개체수의 크기가 커질수록 그에 따라 한 개체의 가치는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곰곰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우리의 반응 또한 그렇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가치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보통 문화적으로 깊은 종교적 뿌리에 의해 형성되었다.

  • Bron Taylor
  • 입력 2016.06.02 09:13
  • 수정 2017.06.03 14:12
ⓒBron Taylor

고릴라 한 마리는 인간 한 명보다 더 가치있다.

당신은 저 말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5월 28일에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사살 당한 서부 로랜드 고릴라 하람베의 죽음에 대해 저런 주장을 본 적은 없다. 동물원 관리인들이 고릴라 우리에 들어간 아이의 생명을 걱정한 것도 이해가 간다. 이 사건은 격렬한 논쟁을 낳았다.

주류 매체에서는 아이가 끔찍한 부상이나 죽음의 위험에 처했기 때문에 비극적이었지만 필요한 조치였다고 묘사했다. 암묵적으로 담겨 있든 노골적으로 발언했든, 그 아이의 생명이 그 고릴라의 생명보다 더 가치있다는 것을 상정한 것이다.

컬럼버스 동물원의 전 원장이었던 유명한 환경 보호 운동가 잭 해너의 견해가 이랬다. 여러 인터뷰에서 그는 모든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동물의 생명보다 가치있으므로 하람베를 죽인다는 결정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자신이 책임감 있는 어머니라고 주장하고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관계자들이 내 아들에게 갈 수 있을 때까지 신이 내 아들을 지켜주셨다." 그리고 자기 아들을 구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신이 훌륭한 신이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적었다. 신이 개입했다고 믿는 모양이다. 고릴라의 생명을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말이다.

신이 왜 보다 평화로운 방법으로 자기 아들을 보호하기를 선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예를 들어 우리에 기어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말이다.

반면 이번 사살에 분노하며, 어머니가 부주의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동물 권리 보호 운동가들이 그랬다. 그들은 우리와 비슷한 것으로 보이는 감정적, 인지적 특성, 혹은 고통을 받을 수 있는 정도를 동물의 가치의 토대로 삼는다. 그들에게 있어 생물학적으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물인 유인원은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 권리 중 으뜸은 생존권이다.

그렇지만 나는 고릴라의 생명이 인간 아이의 생명보다 더 가치있다는 조리 정연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일부 환경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한 마리는 인간 한 명보다 더 가치있다고 주장한다. 보존 생물학자 리드 노스가 최근 내게 말한 대로, 그 종 전체 개체수의 크기가 커질수록 그에 따라 한 개체의 가치는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한 종의 생존 능력은 그 종 안의 유전자의 다양성과 관계가 있다는 데에 기반한다. 일부 예외가 있으나, 유전적 다양성이 클수록 질병이나 환경적 위협을 받았을 때 종의 회복력이 강해진다. 그러나 개체수가 적을수록 멸종의 위험도 커진다. 결과적으로 모든 개체가 중요해진다.

그러니 인류가 다른 종들을 지구에서 멸종시켜서는 안 된다는 윤리적 주장에서 시작해서, 종의 생존 능력에 단독 유기체가 갖는 가치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더하면, 하람베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은 종 전체에 이런 가치를 갖지 못하는 개체보다 더 가치있다고 간주될 수도 있다.

이 주장은 곰곰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우리의 반응 또한 그렇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가치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보통 문화적으로 깊은 종교적 뿌리에 의해 형성되었다.

간단히 말해, 대규모 인류 문명 대부분은 종교적 뿌리와 강력한 종교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 인간을 신의 특별한 창조물로 보거나, 전생에서 훌륭한 삶을 산 덕분에 가장 높고 가치있는 존재인 인간으로 환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유기체에 대한 윤리적 의무를 주장할 기반이 있다 해도, 저런 전제 앞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을 때면 인간의 생명이 우선시된다.

최근 환경철학에서 저런 견해는 인간 중심주의, 인간 중심 윤리라고 불린다.

참 좋게 꾸민 표현이다.

하지만 이것의 실체는 인간 우월주의 이념이다.

하람베의 죽음은 내가 이 글의 맨 앞에 쓴 도발적 문장을 고려해 보기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사례는 아닐지도 모른다. 신시내티 동물원은 멸종 위기종을 구하는데 있어 유전적 다양성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국재 컨소시엄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하람베에서 채취한 정액을 냉동 보관했다. 게다가 서부 로랜드 고릴라들은 멸종 직전에 몰려있는 다른 유인원들보다 더 넓은 서식지를 가지고 있고 개체수도 더 많다.

그러나 하람베는 멸종 위기종 번식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가 사후에 퍼져 나가는 것보다 더 큰일을 해낸 걸지도 모른다. 이번 비극이 가속화 되어가는 멸종 위기, 야생 고릴라 서식지 보존, 포획 번식 프로그램을 통한 멸종 위기종 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길 바란다.

어쩌면 이번 사건이 인간 우월주의를 뒷받침하는 종교 사상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사람들이 종교적 사상을 완전히 버리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에 뒤따를 보존 정책과 노력이 이러한 가치 전환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 위기에 처한 고릴라들을 보호하려고 목숨을 걸었다가 사망한 다이앤 포시의 업적에서도 볼 수 있고, 밀렵꾼들을 상대로 경비 대원들이 살상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가를 받은 데서도 볼 수 있다. 그러니 우리에겐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생명이 최소한 일부 인간의 생명보다는 더 가치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사례가 있다.

나는 동물원들이 인간만 위하는 인간의 낡은 자만을 강화하는 대신, 어서 앞장서서 이러한 변화를 보편적으로 주도하길 바란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 Value of a Gorilla vs. a Human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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