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무적함대' 스페인과의 친선전서 수비 불안을 극복하지 못한 채 대패를 당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4위)은 2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위치한 레드불 아레나서 끝난 스페인(6위)과 A매치 친선경기서 1-6으로 대패했다. 한국이 A매치에서 6골이나 내준 것은 지난 1996년 12월 이란과의 아시안컵 8강 2-6 패배 이후 20여 년 만이다.
한국이 스페인과의 전력 차를 실감한 한 판이었다. 전반에만 3골을 내주는 등 6실점한 끝에 5골 차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A매치 10경기 연속 무실점과 함께 16경기(몰수승 포함) 연속 무패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서 "실망하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선수들이 휴가도 반납하고 자발적으로 훈련을 한 뒤 장시간 이동을 해서 여기에 왔는데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스페인이 당연히 우위에 있는 팀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차이가 날 줄 몰랐다"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축구는 다른 세계라는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 개인에 대한 질타와 평가보다는 팀적으로 좋지 않았다. 대패를 한 이후 정신적으로, 우리가 딛고 일어나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지 않겠지만, 이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4일 뒤 경기서 또 참패가 일어날 수 있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첫 실점 이후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많이 흔들린 것 같다. 0-3으로 전반전을 마쳤지만 추가 실점이 가능했을 정도로 많이 흔들렸다"면서 "하프타임 때 전반전을 다 잊고 경기에 임하자고 했고, 후반 초반 적극적으로 시작했지만, 계속 실점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빛도 있었다. "경기 종료 10여 분 전부터는 우리가 원하던 경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유일한 득점이 나오기도 했다"는 슈틸리케 감독은 "이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우리 스스로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할 것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페인의 기술적인 우위를 강조한 슈틸리케 감독은 "감독의 책임이다고 말하고 싶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내가 책임을 질 부분이다. 6실점이나 했다"면서 "한 가지 사실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대표팀을 위해 희생을 했다. 책임은 내게 있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오는 5일 체코전에 대해서는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대패의 충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