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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NATO 전쟁은 이제 소설이 아니다

  • James Sherr
  • 입력 2016.06.01 10:56
  • 수정 2017.06.02 14:12
ⓒInts Kalnins / Reuters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전 부사령관 장군 리차드 쉬레프 경이 새로 낸 책 '2017: 러시아와의 전쟁'은 소설이다. 하지만 빠르면 내년쯤에 NATO와 러시아가 충돌할 수 있다는 이 책의 소재는 완전한 공상은 아니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헬싱키를 기반으로 한 유럽의 안보 질서에 대한 공격이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체제 대신 영향력과 존중에 기반한 수정된 얄타 체제를 요구했다. 또한 역사적 러시아의 국경을 들먹이며 해외 러시아 '동포'를 '지킬' 권리를 선언했다.

협정과 합의가 러시아에게 신성불가침이 아니라면, NATO의 국경이 신성불가침이어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NATO의 발트해 동맹국들이 이 질문을 던지는 건 합리적이다. 그리고 터키부터 시작해 다른 국가들도 같은 의문을 품고 있다.

협정과 합의가 러시아에게 신성불가침이 아니라면, NATO의 국경이 신성불가침이어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그들의 우려는 오늘날의 정치적 국면만큼이나 중요한 군사적 국면 때문에 더욱 고조되고 있다. 2008년 조지아(그루지야) 전쟁 이후, 러시아는 국내 및 구소련 주변부에 꾸준히 투자하며 국지전 및 지역 전쟁 수행 능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 이는 책임을 전가하기 힘든 '리틀 그린 맨(우크라이나 사태 당시 아무런 인식표 없이 러시아제 무기로 무장한 전투원들을 가리키는 말로, 러시아 특수부대원들로 추정되고 있다 --편집자 주) '들의 공격부터 핵무기 선제 공격까지를 아우르는 전영역, 비선형적 전쟁을 의미한다. 역정보부터 사이버 테러까지, 국가를 동원하려는 조직적 움직임까지를 포함하는 정보 전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투자의 목적은 무엇인가? 짧은 답은 서구의 지정학적, 문명적 포위에 대한 사전적 방어라는 것이다. 러시아 주변부의 국가들이 서구의 잠식을 반길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러시아에서 위협을 평가하고 반응하는 이들에겐 유용하다. 과열된 크렘린 내부에서는 NATO와 유럽연합(EU)의 확장, 인도주의적 개입,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갖가지 혁명들과 정권 교체를 러시아 자체의 종말과 연결지으려는 좋지 않은 의도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정책이 공격적이냐 방어적이냐를 묻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NATO가 군사력 균형을 바로잡기 전까지 러시아는 공포를 정치적 균형을 약화시키는 무기로 활용할 것이다.

현재 발트해 국가들은 정치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 정책의 목표는 각 국가들의 EU 혹은 NATO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그들은 회색 지대에 있다고 설득하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위해서는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수도를 60시간 안에 점령할 수 있는 군대는 귀한 자산이다. 실제로 군대를 동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NATO가 군사력 균형을 바로잡기 전까지 러시아는 공포를 정치적 균형을 약화시키는 무기로 활용할 것이다.

그러나 발트해 국가들이 군사적으로 공격당할 위험은 얼마나 큰가? NATO로선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해 위험한 힘의 불균형이 생기게 해서는 안 된다. 안타깝게도 불균형은 이미 생겨났다. 1991년부터 2008년까지, 서구는 유럽에 군사적 위협이 없다고 믿었으며, 각 국가의 군대들도 그에 따라 재구성되었다. 조지아 전쟁은 이러한 통설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크림 반도 병합은 지적 혁명을 일으켰다. 혁명의 첨단에 있는 사람들은 정상들의 선언문과 반창고로는 취약성을 바로잡을 수 없음을 아는 현실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은 러시아의 강점 만큼이나 약점도 잘 알고 있다. 러시아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의 전임자 아나톨리 세르디우코프가 만들고 싶어했던 군대의 발전된 버전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는 세르디우코프는 러시아의 방어능력의 기준치를 NATO로 삼지 않은 첫 러시아 국방 장관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군사력의 핵심은 기동부대 30~40개, 이중용도(핵 또는 재래무기) 타격 시스템, 다층 대공 방어이다. 제한된 범위의 분쟁에는 무시무시한 군사력이지만, 러시아의 작전 참모가 NATO와의 전면전을 위해 설계했을 정도는 아니다. 러시아의 야심찬 장기 계획을 보면 전면전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계획들은 러시아가 늘 그렇듯 인간적, 산업적, 구조적 장애물에 부딪히고 있고, 이 모든 것을 감안하지 않고 계획을 짤 수는 없다. 게다가 타격을 입은 경제는 회복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NATO의 과제는 서 베를린 시절과 다르지 않다. 러시아에게 어떤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전면전으로 이어질 거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러시아에게 발트해 국가에서의 승리를 인정해 주지 않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빠른 승리를 용인하지 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것은 이중의 과제다. 푸틴이 KGB 스타일로 약점을 알아내려 찔러보았다가 그가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범위 이상의 거친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US에 게재된 글 Taking War Seriously: a Russia-NATO Showdown Is No Longer Just Fic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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