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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한' 죽음

사람이 죽었는데 그걸 수습하는 시간이 겨우 이십 분. 놀랍다.

  • 김세정
  • 입력 2016.06.01 05:20
  • 수정 2017.06.02 14:12

스크린도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가 된 것이 28일 오후 4시 58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고 발생 후 한 시간 내에 출동하기로 되어 있는 계약에 따라 직원이 출동한 것이 5시 52분이었고. 출동한 직원이 달려오는 열차에 치여 사망한 것이 오후 5시 57분이고, 지하철은 20여분간 운행을 중지했다가 오후 6시 23분에 다시 운행을 재개했다. 출동해야 하는 시간이 무조건 한 시간. 사람이 죽었는데 그걸 수습하는 시간이 겨우 이십 분. 놀랍다. 영국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스피드다. 꼭 이런 놀라운 스피드로 스크린도어 고장이 해결되어야 하고 열차가 다시 다녀야 하는 건가.

열아홉, 겨우 소년을 막 벗은 젊은이의 죽음에 슬퍼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스케줄에 쫓겼다는 걸 안타까워하고, 그 가방 속의 컵라면 때문에 우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고장 난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보거나 사고로 인하여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고 하면 화를 내고 참을 수 없어 할 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고장은 빨리빨리 고쳐져야 하고, 사고 현장은 빨리빨리 수습되어야 하고,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정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물론 무엇보다도 관련 인력이 충분히 투입되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하는데도 그 보수란 터무니 없을 정도로 적더라. 이러니 운영 비용을 아끼려는 자본의 속성이 가장 큰 문제라 하겠지만 그에 더하여 눈곱만큼의 불편도 겪지 않는 것이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태도 역시 서비스 노동자를 무리하게 일하도록 하고 끼니를 챙길 시간도 챙기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일조를 한다.

스크린도어를 승강장 쪽에서 고칠 수 없다면, 즉 작업자가 직접 스크린도어 넘어 선로 쪽으로 들어가야만 수리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동안은 열차가 다니지 말아야 한다. 아무래도 도저히 그럴 수는 없다면 그 스크린도어 앞에 고장이라고 표식을 붙이든 줄을 쳐 놓든 안전장치를 해 놓고 이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열차 운행이 중단된 시간에 수리를 하면 될 것 아닌가. 야간 작업 역시 쉬운 일은 아니겠다만, 목숨을 걸고 수리를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2인 1조 작업이 원칙이라지만 이는 인력이 부족하여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용자 측에서는 이를 원칙으로 정해 놓았고 피해자가 그걸 지키지 않았으니 죽은 자의 잘못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단순히 2인 1조 원칙이 지켜진다고 그것만으로 다 된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다. 열차가 지나가는 선로에 한 명은 목숨을 걸고 나가서 일을 하고 다른 한명은 열차가 오는지를 본다. 이게 뭐냐. 그럼 망보는 역할이 뭔가 실수라도 하면 동료의 죽음은 온전히 그의 탓인 건가.

제발, 목숨 걸고 위험하게 작업하지 않아도 되도록 승강장 안쪽에서 스크린도어 고장을 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런 교체 작업이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시간이 걸라는 일이라면 그 동안 고장난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은 야간에 하도록 하라는 거다. 열차가 다니지 않는 시간에. 그 동안애는 고장난 문의 그 왼쪽문이나 오른쪽문을 사용하면 되지 않나.

이와 같은 일은 당연히 불편한 일이다. 그리고 소비자로서 사측에 스크린도어를 잘 점검해 달라는 것 역시 당연한 요청이고. 그러나 그 해결 방식이 결국 누군가의 휴식 시간을 희생하고 더 심하게는 목숨을 담보로 해서 무리하게 당장 저 고장을 고쳐 내는 것이라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그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작업을 하는 방식을 그대로 두고 비용을 낮추고 편의를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것.

계속 같은 일의 반복이다. 돈 아끼느라 사람 죽고, 편리하느라 사람 죽고, 사람은 자꾸 죽는데, 결국 누가 돈을 벌고 누가 편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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