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닭도리탕'은 순수한 우리말일지도 모른다

  • 강병진
  • 입력 2016.05.31 11:42
  • 수정 2016.05.31 11:45

많은 한국 사람들이 ‘닭도리탕’을 여전히 ‘닭도리탕’으로 부른다. 하지만 글로 쓸때는 ‘닭볶음탕’이라고 쓴다. ‘닭도리탕’이란 말에는 일본어 ‘とり(도리)’ 가 섞여있기 때문이라는 주장 때문이었고, 또 이를 국립 국어원이 순화어 및 표준화 용어로 ‘닭볶음탕’이란 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닭도리탕’이 원래 순수한 우리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5월 30일, 식품외식경제는 권대영 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장이 쓴 ‘닭도리탕은 순수한 우리말 이름이다’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이 칼럼에서 그는 “닭도리탕에서 ‘도리’가 우리말 ‘새’를 일본어로 표현한 것이라며 ‘닭도리탕은 일본말이다’라는 주장 때문에 “중고등학교에서 지양해야할 일본말로 가르치게 됐고, 일부 식품관련학자들은 닭도리탕이라 하지 말고 ‘닭볶음탕’으로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며 “결국 어원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국립국어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닭볶음탕을 표준어로 선정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기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식품외식경제' - 권대영 회장 칼럼 전문보기)

-'도려내다'와 '도리치다'

권대영 회장은 닭도리탕이 순수한 우리말이라는 근거를 ‘도려내다’와 ‘도리치다’라는 말에서 찾았다.

“우리말에는 ‘도려내다’와 ‘도려치다’ 또는 ‘도리치다’라는 말이 있다. 칼로 조심스럽게 도려내는 것을 ‘도려내다’, 칼이나 막대기로 돌려가면서 거칠게 쳐내는 것을 ‘도려치다’나 ‘도리치다’라고 한다. ‘도려치다’는 나중에 표준어로 ‘도리치다’로 굳어졌다. 즉 닭도리탕은 닭을 칼 등으로 도리치어 탕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생긴 우리말이다. 언어학계 일각에서는 윗도리와 아랫도리처럼 옷의 구분을 짓는 경우와 같이 닭의 부위를 자른다는 의미로 닭도리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 '닭도리탕'이 '닭볶음탕'이 된 과정

국립국어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닭도리탕’을 순화 및 표준어 대상어로 규정한 근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립국어원' 설명 전문보기)

“‘닭도리탕’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일>tori[鳥]湯)’이라고 어원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만, 더 구체적으로 어원을 밝히면 ‘닭’+‘니와도리(にわとり, 鷄)’+‘탕(湯)’이 됩니다. ‘니와도리(니와토리)’는 ‘닭’을 뜻하는 일본어인데, [니와(뜻: 마당, 뜰)의 도리(뜻: 새)]라는 의미로 구성된 합성어이며, ‘니와도리’의 축약형인 ‘도리’만 남아 ‘닭도리탕’의 단어 구성 요소가 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일본어에서 ‘닭’을 ‘도리(とり)’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권대영 회장이 밝힌 ‘부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서의 ‘도리’에 대한 언급이 없는 건 아니다.

“‘닭도리탕’의 ‘도리’를 ‘부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예: ‘윗도리’, ‘아랫도리’ 등)로 보고 ‘닭을 부분으로 해체해 끓인 탕’으로 해석하는 것은, ‘닭도리탕’이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던 음식이 아니고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음식이라는 점에서 쉽게 수긍하기가 어렵습니다.”

-'닭도리탕'이 적힌 문헌들

하지만 권대영 회장은 “닭도리탕, 꿩도리탕, 토끼도리탕의 기록이 1920년대 문헌(조선무쌍신식요리법 등)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 즉 일제합병기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닭도리탕을 즐겨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닭도리탕’이란 말이 적힌 문헌에 대해서는 지난 2011년 ‘동아일보’에 게재된 음식평론가 윤덕노의 칼럼에서도 설명된 바 있다. ('동아일보' 윤덕노 칼럼 전문 보기)

“우선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발행된 ‘해동죽지(海東竹枝)’에 한자로 도리탕(桃李湯)이라고 쓴 음식이 나온다. “도리탕은 계확(鷄F)으로 평양이 유명하다. 닭 뼈를 가늘게 잘라 버섯과 양념을 섞어서 반나절을 삶아 익히면 맛이 부드러운데 세상에서는 패수(浿水)의 특산물이라고 한다”고 적었다.

‘해동죽지’는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 때 활동한 최영년(崔永年)이 우리나라 민속놀이와 명절풍습, 명물음식 등을 기록한 책이다. 한문으로 쓰였지만 필요한 경우 한글로 토를 달았다. 때문에 도리가 일본말이라면 새 조(鳥)라는 한자를 놔두고 일본어 발음인 ‘토리(とり)’를 다시 한자인 ‘도리(桃李)’로 음역했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닭도리탕이 하필 ‘닭볶음탕’이란 표준화 용어를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국립국어원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볶음’은 대개 국물이 없는 요리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닭도리탕’에 국물이 있기는 해도 ‘삼계탕’, ‘보신탕’, ‘매운탕’처럼 많은 것은 아니고 ‘찜닭’처럼 국물이 조금 있습니다. ‘닭’과 채소류를 볶을 때 음식 자체의 수분이 배어 나와 국물도 생기기 때문에 ‘볶음(음식의 재료를 물기가 거의 없거나 적은 상태로 열을 가하여 이리저리 자주 저으면서 익히는 일)’이라는 말과 ‘탕’이라는 말이 모두 포함된 ‘닭볶음탕’이라는 대체 용어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닭볶음탕’이냐, ‘닭도리탕’이냐란 논란은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묻고 답하기’ 메뉴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된 사안이었다. 관련 게시물은 2001년 이후 132건이 있었다.

한편, 지난 2015년 11월 4일에 방송된 tvN ‘수요미식회’에서도 패널들이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당시 음식평론가 황교익은 "닭도리탕이라는 음식을 우리가 본격적으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닭도리탕'이 일본어의 잔재에서 왔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닭볶음탕’에 대해서는 “볶음과 탕이라는 전혀 다른 조리법이 음식 이름에 같이 들어가 있는데, 닭볶음탕이 실제로 닭을 볶아서 만드는 음식은 아니지 않냐”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닭도리탕 #닭볶음탕 #국립국어원 #어원 #음식 #사회 #닭 #요리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