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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칠레 연어를 칠레 사람들은 먹지 않는 이유

  • 박세회
  • 입력 2016.05.30 12:29
  • 수정 2016.05.30 22:04

기사 보강 : 2016년 5월 31일 01시 25분

칠레 연어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한 작가의 블로그가 열풍을 몰고 왔다.

지난 5월 27일 남미 칠레 파타고니아에 사는 일본의 수필가 '코노미 키쿠치'씨는 허핑턴포스트 JP에 '칠레 현지인들은 일본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칠레산 연어를 먹지 않는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사진은 작년 칼부코 화산의 폭발로 인해 죽은 연어의 처리 모습.

그녀는 특히 이 글에서 칠레 정부의 어업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는 자신의 친구조차 칠레의 양식 연어를 먹지 않는다며 현지인들이 칠레산 연어를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 중 몇 가지 중요한 이유를 꼽고 사실 관계를 검증하고 자료를 보충했다.

1. 칠레산 연어는 다량의 항생 물질을 먹고 자란다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살충제와 항생제의 사용이다. 그녀에 따르면 원래 칠레에는 연어가 살지 않았다고 한다. 연어는 원래는 노르웨이, 알래스카 일본 홋카이도 앞바다 등에 있는 물고기로 칠레가 연어 양식 기술을 들여온 것은 1970년대. 따라서 칠레에서 양식되는 연어는 칠레 바다에 서식하던 기생충들에 대한 자연 면역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현상'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해럴드'에 따르면 칠레 연어 양식에 현재 가장 큰 위협은 박테리아 성인 SRS(연어 리케차성 폐혈증, Salmon Rickettsial Septicaemia)와 ISA(전염성 연어빈혈, Infectious Salmon Anemia)바이러스로 인한 내부 출혈 증세라고 한다. 이 두 질병은 칠레 연어 양식의 주종인 대서양 연어에서만 일어나는 질병으로 항생제가 아니고는 막을 방법이 없어 그 사용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노르웨이는 항생제나 살충제가 아닌 경구 백신을 사용해 연어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노르웨이와 칠레의 최근 살충제 소비량을 비교해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로이터에 따르면 칠레의 어업은 2014년 89만 5천 톤의 생선을 생산하는 데 563,200kg의 살충제를 사용했다고 한다. 반면 세계에서 연어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노르웨이는 1백30만 톤의 생선을 생산하는데 972kg의 살충제를 사용했다.

로이터는 칠레의 수산업계가 '미국의 안전 기준을 통과했다'고 주장하기는 하지만 이런 다량의 항생물질을 사용할 경우 내성을 가진 슈퍼 버그가 탄생해 인체에 큰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 칠레에선 최근 거대한 오염 사태가 있었다

칠레에선 올해 들어 몇 주간 지속해서 죽은 연어와 정어리가 해변을 뒤덮는 재앙이 있었다고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당시 칠레의 어민들은 "사람들이 물고기가 오염됐다는 생각에 먹으려 하지를 않는다"고 걱정했다는 것. 칠레 정부는 이를 '엘니뇨로 인한 적조 현상'으로 일어난 피해라고 못 박았지만, 그녀의 설명을 들어보면 적조 현상은 근인일 뿐 진짜 원인이 아닌 것 같다.

칠레의 남부 해안을 덮은 죽은 정어리 떼.

그러나 코노미 키쿠치 씨는 적조현상이 일어난 원인이 칠레의 연어 양식에 있다고 썼다. 그녀에 의하면 물고기의 먹이는 죽은 물고기로 만든 '펠릿'이라는 형태의 사료. 1kg의 연어를 살찌우기 위해서는 4kg의 물고기로 만든 사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시장에서 파는 연어가 4.5~5kg인 걸 생각하면 18~20kg의 물고기를 먹고 자랐다는 것. 그러나 문제는 물고기에게 물고기를 먹이는 것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물고기 대신 닭고기나 소고기를 포장한 잔해를 연어에게 먹인다고 한다.

이런 여타의 물질들과 함께 케이지 안에서 엄청난 밀도로 자라나고 있는 대량의 연어가 배설하게 되면 결국 바다의 영양염류가 많아져서 부영양화 현상이 생기고 적조가 발생하는 것.

특히 올해 초부터 엘니뇨로 인해 발생한 적조현상으로 죽은 연어는 총 2500만 마리이며, 죽은 연어의 30%는 매장 70% (약 1750만 마리)는 연어 양식장이 많은 한 섬의 130킬로미터 근해에 버려진다 한다.

이런 해결책이라면 칠레의 바다는 조만간 다시 한 번 부영양화를 겪을 것이다. 칠레의 적조 현상으로 인한 연어의 죽음은 다른 누군가를 탓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3. 칠레산 연어가 자라는 밀도

키쿠치 씨에 따르면 칠레의 연어는 가로·세로·높이 30m의 케이지 안에 5만 마리의 연어가 담겨 성장한다고 한다. 한 양식장에는 이런 케이지를 10개 연결한 모듈이 약 20개 정도. 고로 한 양식장에서 무려 90만~120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 것이가고 한다.

반면 노르웨이의 경우 같은 크기의 케이지에 2만 마리로 제한을 두고 있다고 한다. 결국, 아까의 얘기로 돌아가게 된다. 좁은 공간에서 120만 마리의 연어가 먹다가 남긴 단백질 덩어리들이 떠돌고, 배설을 해대면 당연히 바다는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는 칠레산 연어를 더이상 먹지 않게 되었다고 썼다.

한편 한국에서도 칠레산 연어가 캔이나 회 등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칠레 연어 양식장의 적조현상으로 오히려 가격이 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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