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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한다는 보도의 진실

지난 주말, 휴대전화가 뇌와 심장에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보도에 깜짝 놀란 사람이 정말 많을 것이다.

MBC 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NTP(국립 독성연구프로그램, National Toxicology Program)에서 쥐를 대상으로 휴대전화의 전자파 영향을 분석한 결과, 전자파에 노출된 일부 쥐에서 종양이 발견됐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를 두고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한다'며 마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인간이 당장 암에 걸리기라도 할 듯한 기사들이 쏟아졌는데, 정말 그럴까?

이 연구를 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자그마치 2천2백만 달러(262억 원)짜리 프로그램으로 2년에 걸쳐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것과 같은 주파수가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실험이다.

일단 2년이나 걸렸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실험은 '장시간 노출된' 수컷 쥐의 2~3%가 심장과 뇌에 악성 종양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런데, 과연 이 2년은 어떤 2년이냐 하면, 쥐의 모든 신체 부위를 10분간 노출하고 10분간 중단하는 방식으로 하루 9시간씩 1년 365일 총 73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고주파 방사에 노출시킨 시간을 뜻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실험 결과 전자파를 쪼인 수컷 쥐의 최대 3.3%에서 발병이 확인됐고, 암컷 쥐에서는 각각 1.1%, 2.2%가 발병했다. 연구진은 "전자파에 노출하지 않은 쥐에서는 종양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쥐의 뇌와 심장에 종양이 생긴 것은 전자파에 노출된 결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결과를 가지고 휴대전화가 '인간에게 암을 유발한다'고 해석하기에는 엄청난 무리가 있다. '전신에 고주파를 장시간 방사한 쥐에게서 종양의 유병률이 증가했다'는 것만이 사실이다. 다만 이 팩트만으로도 '고주파 방사가 생체적으로 세포 단위를 가열하는 효과 외에 다른 영향이 없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뒤집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허핑턴포스트 US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 약품 국(FDA)은 2015년 기관 홈페이지에 '휴대전화와 뇌종양을 연결 짓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적시했다.

컨슈머리포트의 마이클 핸슨은 허핑턴포스트 US에 "모든 연령에서 휴대전화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고주파 방사로 인한 아주 작은 유병률의 변화만으로도 공중 보건 전체에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100만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영국과 35만명을 상대로 한 덴마크 등의 연구에서도 종양과 전자파의 연관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내년쯤 NTP의 전체 연구 결과가 나오면 학자들이 좀 더 심도 있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유보의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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