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대통령의 거부권과 국회의원 임기종료, 어떻게 볼 것인가

문제는 이번처럼 대통령이 국회의원 임기 종료 직전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임기 중의 국회가 재의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이다. 이에 대해 여권은 헌법 제51조에 따라 이 국회법 개정 법률안은 폐기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만일 그렇게 해석하면, 국회의 재의권한이라는 헌법상 권한을 대통령이 고의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헌법 스스로 열어 놓았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은 권력분립의 원칙을 통치원리로 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해석상 용인될 수 없다.

  • 박찬운
  • 입력 2016.05.28 11:49
  • 수정 2017.05.29 14:12
ⓒ연합뉴스

국회가 국정현안에 대해 청문회를 상시로 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해 정치적 비판은 삼가고, 법률가로서 순수하게 법률적 해석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관련 헌법 조문부터 보자.

제53조 ①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되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

②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의 폐회 중에도 또한 같다.

④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

제51조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기타의 의안은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아니한다. 다만,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해석>

1.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 제53조 제2항과 제1항에 따라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은 대통령의 권한이며, 이 권한은 국회가 회기 중이건 폐회 중이건 행사할 수 있다.

2. 국회는, 대통령이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에 대해 재의에 붙여야 하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법률안을 법률로 확정할 수 있다. 이 또한 국회의 권한이며, 이 권한은 대통령이 침해할 수 없다.

3. 문제는 이번처럼 대통령이 국회의원 임기 종료 직전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임기 중의 국회가 재의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이다. 이에 대해 여권은 헌법 제51조에 따라 이 국회법 개정 법률안은 폐기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1) 가장 강력한 논거는, 헌법 제51조(후단)가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에 따른 재의안건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회에 제출된 '일반 안건'에 대해, 국회의원 임기 종료의 경우 회기계속의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지,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에 따른 헌법절차로서의 재의안건까지 폐기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문이 아니다.

만일 그렇게 해석하면, 국회의 재의권한이라는 헌법상 권한을 대통령이 고의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헌법 스스로 열어 놓았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은 권력분립의 원칙을 통치원리로 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의 해석상 용인될 수 없다.

재의권한은 국회의 권한이지 국회의원의 권한이 아니므로, 설사 임기종료로 재의 당시 국회가 재의권한을 행사할 수 없더라도, 차기 국회가 그 권한을 행사하면 된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에 따른 국회의 재의는 20대 국회가 열리면 그 때 하면 된다. 이런 면에서 야당이 20대 국회가 개원되면, 그 때 재의안건처리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헌법해석상 무리가 없다.

(2) 두번째 논거는 위 논거에 대한 보충적 혹은 예비적 주장인데, 헌법 제51조 해석을 어떤 안건도 국회의원 임기종료가 되는 경우 폐기된다고 해석하는 경우, 오히려 그런 해석 때문에,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국회의원 임기종료 직전에는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 이 조문을 이용해 국회의 재의권한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논거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의원 임기 직전에는 거부권 행사를 할 수 없으며, 새 국회의원 임기 개시 이후에나 행사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거부권 행사는 헌법적 권한인 국회의 재의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적 권한 행사가 될 수 있으며, 그 효력은 없다.

(3) 결국 위 어떤 논거에 의해서도, 이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4. 그럼 지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그 효력에 대해 다툼이 있는 현 상황에서 어떤 해결책이 있을 수 있는가? 두 가지를 예상할 수 있다.

(1) 새 국회가 개원되면, 국회의장이 바로 본회의에 재의안건을 상정하는 방법이다. 야당 국회의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니 이 방법이 우선 고려될 수가 있을 것이다.

(2) 만일 그렇게 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헌법재판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새 국회의장이 헌재에 권한쟁의를 신청하는 것이다. 헌재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의안건이 국회의원 임기종료로 폐기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만일 그렇게 본다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국회의 재의권한을 침해한 것이 아닌지, 정도를 심판하면 될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거부권 #국회 #정치 #청문회법 #국회의원 #박찬운 #헌법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