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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뺀 살은 빨리 돌아온다

  • 박수진
  • 입력 2016.05.28 06:52
  • 수정 2016.05.28 06:53
ⓒShutterstock / Robert Hoetink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다이어트의 정석

“담배를 끊는 일처럼 쉬운 것은 없다. 난 천번도 넘게 담배를 끊어봤다.” ‘골초’로 유명한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담배 끊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어법이다. 다이어트도 그렇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이어트 한다’는 사람은 수두룩하지만, 성공했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왜 다이어트는 늘 실패할 수밖에 없을까. 다이어트 실패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잘못된 방법과의 만남

우선, 방법 자체가 잘못된 경우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통한 다이어트의 끝은 결국 실패일 뿐이다. 다이어트 실패에서 끝나면 다행이다.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김수연(34)씨는 ‘원 푸드 다이어트’를 수차례 시도했다. 현재 키 170㎝, 몸무게 80㎏인 김씨는 원래 70㎏이었다. 3년 전, 살을 빼는 데 하나의 음식만을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가 좋다는 말을 듣고 사과, 포도, 토마토 등 하나의 음식으로만 세끼를 먹는 다이어트를 3개월 동안 진행했다. 한 가지 과일이 질릴 때면 다른 과일로 바꿔서 먹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살이 ‘쑥쑥’ 빠졌다. 아침에 일어나 체중계에 올라가는 게 설렐 정도였다. 하지만 두달 동안 60㎏까지 빠졌던 몸무게는 3개월째 접어들자 더는 빠지지 않았다. 극심한 현기증 등 몸의 이상도 느껴졌다. 김씨는 원 푸드 다이어트를 중단했다. 자꾸만 신물이 넘어와 병원에 가보니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산 성분이 많은 사과, 포도 등을 빈속에 계속 먹어서 생긴 병이었다.

망가진 속을 달래기 위해 죽을 먹었는데, 다음날 몸무게를 재보니 하루 만에 1㎏이 늘어나 있었다. “그동안 고생한 것이 ‘말짱 도루묵’이라는 억울함 때문에 눈물이 핑 돌았어요. 그 뒤로 그냥 포기했어요.”

정상 식사를 시작한 김씨는 한달 만에 다시 70㎏으로 복귀했고, 지금은 평소보다 10㎏이 더 찐 상태가 됐다. 잘못된 방법으로 근육이 빠져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양을 말한다. 다이어트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기초대사량을 늘려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인데, 김씨는 오히려 살이 찌기 쉬운 체질로 바뀐 것이다.

살은 뺐지만…유지가 문제

식이요법과 운동 등을 병행하며, 제대로 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유지가 안 되는 경우도 흔한 실패 사례다. 잘못된 방법보다 몸은 덜 망가지겠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어느 정도 살이 빠졌다 싶으면 의지가 약해지고 다이어트 이전의 생활습관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문제다.

직장인 양미혜(27)씨는 2년 전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과 퍼스널트레이닝(PT)을 병행해 1년 동안 66㎏에서 56㎏까지 살을 뺐다. 하루 한끼는 샐러드로만 해결했다. 한달 기준으로 한약값에 60만원, 퍼스널트레이닝에 30만원을 들였다. 이렇게 1년 동안 1000만원을 넘게 썼지만 주변에서 “예쁘다”는 말을 들으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성공한’ 다이어트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성공했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다. ‘좀 먹어도 되겠지’ 하는 생각에 회식 자리에서 술과 안주를 편하게 먹기 시작했다. ‘다음날 좀 덜 먹으면 괜찮을 거야’라는 자기 합리화도 해봤다. 이른바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였다. 초반엔 전날 많이 먹어도 다음날 체중에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긴장을 풀고 두어달 지내다 보니, 몸무게가 급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는데 왜 참고 살아야 하나’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원래 몸무게로 돌아왔어요.” 김씨는 “크게 스트레스 받진 않는다”고 했지만, “날씬했을 때 입었던 청바지를 입지 못하는 건 좀 짜증난다”고 했다.

다이어트는 빼는 게 아니라 유지하는 것

전문가들은 ‘빼는 것’에 집중하면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하게 되고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말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빼고 그 체중을 일생 동안 유지하는 것이 다이어트인데, 많은 경우 단기간에 살을 빼고 싶은 욕망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단국대의대 제일병원 비만클리닉 박은정 교수는 “단기간에 살이 빠진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지방이 아닌 근육과 수분이 빠진 상태”라며 “지방을 태우고, 다시 찌지 않는 체질을 만들기 위해선 근육을 늘려야 하는데,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은 근육을 빠지게 해 기초대사량을 오히려 낮춰버린다”고 말했다. 원 푸드 다이어트나 단식 등의 방법으로 체중은 줄어들 수 있으나 그것은 불필요한 지방이 아니라 꼭 필요한 근육과 수분이 빠진 결과라는 얘기다. 잘못된 방법으로 줄어든 체중계의 눈금은 일종의 신기루나 다름없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운동과 적절한 식이요법을 병행해 한달에 2㎏ 정도 빼는 것이 적절하다. 그 이상 빼는 것은 몸에 무리가 온다”고 덧붙였다. 서서히 살을 빼기 위해선 자신이 평생 이 정도만 먹어도 될 것 같은, 적절한 음식의 양을 정해 그만큼씩 먹어야 한다. 가령, 갑자기 먹는 것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보다는 평소보다 3분의 2만 먹는 것으로 식습관 자체를 바꾸는 게 좋다. 어차피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04㎏의 몸무게를 54㎏으로 감량해 화제를 모은 김주원(32) 트레이너도 “다이어트는 단기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에스엔에스(SNS)에서 15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스타 트레이너다. 김씨의 경우도 한달에 2㎏ 감량을 목표로 하고 장기전을 펼쳤다. 현재의 몸무게를 만든 시간은 무려 5년6개월이다. 중간중간 정체기가 왔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몸무게가 더이상 줄어들지 않는 정체기에 포기를 하는데, 이는 몸이 그 무게를 제 무게라고 재설정하는 기간이다. 이른바 ‘설정 체중’이라 부르는데, 정체기는 당시 체중이 자신의 원래 몸무게인 것처럼 기억하는 시기인 것이다. 예를 들어 70㎏의 여성이 65㎏으로 감량을 했다면, 그 몸무게를 한동안 유지해야 진짜 자신의 몸무게가 된다. 하지만 이때 다이어트를 포기하면 몸은 자신이 기억하는 70㎏으로 돌아가버린다.

김씨는 “정체기가 왔다고 포기하지 말고, 내 체중을 다시 세팅하는 시간이라고 받아들이고 꾸준하게 다이어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천천히 빼서 그런지, 요즘은 정상적인 식사를 하고 하루에 30여분 정도 운동하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다. 천천히 뺀 만큼 천천히 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이어트는 마라톤이다”라고 덧붙였다.

참고 및 도움말: <왜 살은 다시 찌는가>(린다 베이컨 지음, 와이즈북), 단국대의대 제일병원 비만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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