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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벌써 녹조, 4대강 수문을 열어라

지난 17일 낙동강에서 녹조 발생이 확인되었다. 4대강사업으로 대형 보가 강물을 가로막은 2012년 이후 낙동강에는 여름마다 녹조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올해는 아예 6월도 되기 전에 녹조가 피기 시작한 것이다. 강물의 체류시간, 즉 유속을 지목할 수밖에 없다. 4대강사업 후 자그마치 8개의 대형보에 가로막힌 낙동강은 강이 아닌 저수지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물이 고여 썩은 것이다. 가장 급박한 문제는 이렇게 병든 낙동강이 13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이라는 사실이다.

  • 지영선
  • 입력 2016.05.28 07:30
  • 수정 2017.05.29 14:12

5월 중순에 폭염주의보라니...! 점점 길고 횡포해지는 여름 날 일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런데 단순히 더위의 불쾌감을 겁내는 것은 호사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올 여름 더위와 함께 우리는 마실 물의 안전을 걱정해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낙동강에서 녹조 발생이 확인되었다. 낙동강을 정기모니터링하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이 날 달성보 하류인 도동나루터에서부터 고령의 우곡교 상류 사이에 녹조가 발생한 것을 발견했다. 4대강사업으로 대형 보가 강물을 가로막은 2012년 이후 낙동강에는 여름마다 녹조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올해는 아예 6월도 되기 전에 녹조가 피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7일 낙동강 도동서원 앞 도동나루터에서 확인된 녹조.

녹조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3대 조건은 수온, 영양염류, 강물의 체류시간이라고 한다. 낙동강에서는 2012년 이후 여름 내내, 점점 더 오래, 녹조가 강물을 뒤덮다가, 지난해에는 겨울에까지 녹조가 계속되었다. 녹조의 극성을 더워진 여름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영양염류 문제는 근래 총인처리시설 등의 확충으로 전보다 오히려 개선되었다. 그렇다면 강물의 체류시간, 즉 유속을 지목할 수밖에 없다. 4대강사업 후 자그마치 8개의 대형보에 가로막힌 낙동강은 강이 아닌 저수지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물이 고여 썩은 것이다.

낙동강, 18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

가장 급박한 문제는 이렇게 병든 낙동강이 13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이라는 사실이다. 낙동강에서 해마다 이상증식하는 녹조는 마이크로시스티스라고 하는 남조류인데, 몸 안에 맹독성 물질을 지니고 있다. 이 독소(마이크로시스틴)는 치명적 간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데 환경당국은 녹조에도 불구하고 고도정수처리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식수로서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이 박호동(일본 신슈대학), 다카하시 토루(구마모토 환경보건대학)교수와 함께 낙동강 도동나루터 근처에서 채취한 낙동강물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434ppb였다.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이 조류를 99% 걸러낸다고 하는데, 그렇다 해도 나머지 1%, 4.44ppb는 먹는물 기준인 1ppb의 4배가 넘는다.

환경부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환경부는 수질검사를 할 때, 강물을 떠서 조체(녹조알갱이)를 다 건져내고 물속에 녹아있는 독성물질만 측정한다고 한다. 조체와 물에 녹아있는 독성물질의 총합을 조사하는 세계보건기구의 표준공정과는 차이가 난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불길한 징조는 녹조만이 아니다. 올 연초 낙동강 칠곡보 하류에서 물고기가 떼죽음해 떠오른 것이 발견됐다. 4대강사업 후, 물고기 떼죽음은 심심찮게 발생했지만, 그 대부분이 여름이었지, 한 겨울에 물고기가 떼죽음한 것은 이례적이다. 죽은 물고기의 배속에는 기생충이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비단 낙동강만의 문제도 아니다. 2014년 여름에는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할 것 없이 보기에도 징그러운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정부의 태도다. 이 나라 강물이 이렇게 심각한 상태인데도, 애써 근본적 해결책을 외면하고 있다. 강물에 녹조가 피면, 정부는 조류제거제 및 제거선 투입, 마이크로버블 설치, 펄스형 방류 등 온갖 복잡한, 그러나 별 효과도 없는 대책을 시행하느라 부산을 떤다. 가장 간단한, 그리고 효과적인 방법은 빼놓은 채. 보의 수문을 여는 것 말이다. 원 상태로 강물을 흐르게 하는 것 말이다. 최소한, 수문을 열어 강물을 흐르게 했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 아닌가?

국민건강 위협하는 4대강의 보

이명박 정부가 끝나면, 정부 내에서 4대강사업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는 '금기'가 깨지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박근혜 정부 초기 감사원이 4대강사업에 대한 일부 비판적 감사 결과를 내놓았을 때, 혹시나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도 4대강사업은 여전한 성역임이 드러났다.

이 나라의 강들이 얼마나 더 망가져야, 얼마나 더 썩어야, 제 정신이 들까? 강의 생태계 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직접 위협하기에 이른 4대강사업을 언제까지 끌어안고 갈 것인가? 올 여름,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우선 수문을 열어야 한다!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

* 이 글은 <내일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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