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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을 두고, 왜? 지금? 이라고 묻는 분들께

성노동이 범죄화된 곳에서는 성노동자는 인권침해를 당해도 숨을 수밖에 없습니다. 성노동자 인권보호가 실현되기 위해서, 국제앰네스티는 성노동의 비범죄화를 요구합니다. 누군가 왜 이런 논쟁적인 이슈를 지금 내놓는지 묻습니다. 국제앰네스티의 대답은 명확합니다. 우리가 이 사안이 '민감하다', '어렵다', '논쟁적이다'며 결정을 미루는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성노동자들의 삶은 계속해서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Kimberly White / Reuters

2015년 8월, 국제앰네스티의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대의원총회에서는 연일 날 선 논쟁이 계속되었습니다. 성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성노동을 비범죄하는 입장을 채택하자는 안건에 대한 것입니다. 앰네스티처럼 큰 조직에서 이런 논쟁적인 사안을 채택할 리 없다고 생각한 저의 판단은 틀렸었습니다. 총회 마지막 날, 국제앰네스티는 이러한 입장을 담은 정책을 마련할 것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2016년 5월 26일, 정책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가 성노동자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발간된 우간다의 여성폭력 보고서(["I can't afford justice"], 영문)부터입니다. 보고서에는 경찰에 의해 강간당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그중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성을 판매하는 여성에게는 '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문화였습니다. 성노동자이고, 그리고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이기 때문에 성구매자나 경찰, 자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폭력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노동자들에게 행해지는 모든 범죄행위는 폭언에서부터 살인까지, 모두 용인됩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단지 우간다의 성노동자들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정책보고서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성노동자가 전 세계적으로 강간과 폭력, 착취, 차별과 같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일상적으로 겪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을 처벌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문제는 분명한데, 해결방식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나라마다 특수성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정부가 지켜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의무를 제시합니다.

  • 인신매매와 착취, 학대는 더욱 강력한 법으로 규제되고 처벌되어야 한다.
  • 성노동을 그만두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때에 그만둘 수 있도록 지원한다.
  •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성노동자가 중심이 된 법과 정책으로 보호한다.
  •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정책을 만들 때 성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성노동이 범죄화된 곳에서는 성노동자는 인권침해를 당해도 숨을 수밖에 없습니다. 성노동자 인권보호가 실현되기 위해서, 국제앰네스티는 성노동의 비범죄화를 요구합니다. 성노동자만 처벌하지 말자는 요구가 있지만, 현재 그러한 정책(노르딕 모델)을 선택한 나라에서도 성노동자들은 여전히 범죄자로 취급당하며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를 겪고 있습니다.

성노동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집단 중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이 대안을 제시했지만, 대체로 성노동자의 인권을 중심에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논의의 핵심에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두고자 합니다.

한국에서는 성매매 근절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14년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경찰이 '22만명의 성매매 리스트'를 수사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2만명 가운데 입건된 성매수자는 총 7명에 불과했습니다. 처벌받은 113명 가운데에는 성매매 여성이 39명, '뒤를 봐준 경찰' 3명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양쪽 모두를 처벌하는 범죄화가 성노동자의 인권보호는 물론이고, 성매매 근절이라는 법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국내 여성단체와 학자, 성노동자 당사자와의 면담을 통해 목표는 같지만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나라마다 역사와 맥락, 가치와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도 대화와 공론화를 통해 우리만의 해답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 왜 이런 논쟁적인 이슈를 지금 내놓는지 묻습니다. 국제앰네스티의 대답은 명확합니다. 우리가 이 사안이 '민감하다', '어렵다', '논쟁적이다'며 결정을 미루는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성노동자들의 삶은 계속해서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김희진

국제앰네스티는 전 세계적으로 성노동자들이 일상적이고 심각한 인권침해에 놓여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더 늦기 전에 성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기 위한 정부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의무를 담은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모든 사람이 인권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그렇기에 성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에 대해 열린 대화를 하고자 합니다.

국제앰네스티의 성노동자 인권보호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입니다. 총 1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국제인권뉴스] 성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에 대한 질문과 답변

- [보도자료] 심각한 인권침해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전 세계 성노동자, 각 국 정부가 보호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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