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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스트는 직접 ‘진짜' 강간 장면을 기록했다 (사진)

  • 김현유
  • 입력 2016.05.27 10:21
  • 수정 2024.03.22 15:00

오스트레일리아의 아티스트 소피아 휴슨의 새 작업은 직접 기획한 ‘강간 재현’이다.

이는 3분짜리 영상으로, 휴슨과 ‘낯선 사람’이 뉴욕에 있는 휴슨의 집에서 실제로 섹스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카메라는 주로 휴슨의 얼굴을 비추지만, 남성의 팔은 가끔씩 화면에 들어온다. 남성은 손으로 휴슨의 어깨를 잡거나 얼굴을 미는데, 이 장면은 성폭행을 연상시킨다. 나체는 나오지 않는다.

작품에 딸린 성명에서 휴슨은 “강간당하는 여성은 거의 언제나 얼굴을 아래로 하고 눈길을 피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무제(괜찮아, 밥?)’가 보는 사람들에게 직면하게 만드는 것은 맞거나 삽입 당하는 여성을 보는 게 아니라, 그런 경험을 하는 여성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는 그녀의 주관성을 목격할 뿐 아니라 그녀를 절망적으로 만드는 공범이 된다”라고 설명한다.

이 영상의 제목인 ‘무제(괜찮아, 밥?)’은 휴슨이 ‘행위’가 끝난 후 처음으로 한 말이다. 이 말은 즉흥적으로 튀어나온 말이며, 밥은 영상의 낯선 사람의 가명이다. 휴슨은 “제목은 이 일이 기획된 것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로 지은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누가 누굴 이용하고 있는가? 또 사회는 아직도 여성들이 자기 자신의 감정적 행복보다 남들의 감정적 행복을 더 중시하도록 조장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휴슨은 공식 발언은 거부했지만, 멜번의 마스 갤러리허핑턴포스트호주판에 성명과 이 영상의 스틸 컷들을 제공했다. 현재 이 작품은 마스 갤러리에서만 감상 가능하다. 6월 2일까지다.

성명에서 휴슨은 여성의 고통과 괴로움이 ‘저항의 도구이자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상정한 아티스트 오드리 월렌의 ‘슬픈 소녀 이론’을 언급한다. 그리고 에코 페미니스트 저자 수잔 그리핀의 말을 인용하며, 재현을 통해 ‘강간은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 이상이라는 생각’을 보여주려 했을 뿐 아니라 실비아 플라스와 라나 델 레이 등 ‘자신의 슬픔을 보여주어 의식적으로 현 상태에 분열을 가져온 다른 여성들’에 경의를 표하려 했다고 밝혔다.

휴슨은 “이 작품에서 중심적인 것은 또한 강간은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 이상이라는 생각이다. 강간은 가부장제 전체의 기반이며, 그래서 남성 권력 해체의 결정적 전장(戰場)이다. 만약 강간이 남성 지배의 궁극적 무기라면, 강간 경험에 의해 영구적 영향을 받는 것 외의 모든 것은 남성의 무기를 약화시킨다”라며 “스스로를 그런 상황에 처하게 하기로 선택하고, (상징적일지라도) 여성이 ‘무제(괜찮아, 밥?)’의 상황을 견디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개념적으로 저항성을 갖는다. 남성의 힘은 극복할 수 없다는 우리의 기존 생각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에서 그건 가장 깊은 공격이다”라고 전했다.

휴슨이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전투적 페미니즘’이라고 설명한 이 영상은 많이 보도되지 않았으며 노골적인 비난도 받았다.

캐스 케니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휴슨의 작품에 대해 썼다. 그는 “우리는 외설스럽고 스캔들을 담은, 혹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슬픈 것들을 지칠 줄 모르고 갈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을 노출하는 이 시대에,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자극적이거나, 엄청난 충격을 주거나, 혹은 그 둘을 섞은 이야기를 폭로해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당신의 가장 흥미롭고 가치있는 것은 당신에게 일어났던 최악의 일이라고 말하는 관심 경제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긴 성명에서 휴슨은 강간이라는 소재에 대해 ‘겁에 질린’ 반응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그러한 반응이 “전염병 같은 강간을 근절하고 싶다는 우리의 욕구 때문만이 아니다. 그런 욕구 때문이었다면 법 개정, 정치적 우선시, 피해자를 위한 진정한 지원이 이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가부장제에 있어 강간은 반드시 터부여야만 한다. 강간을 명확하게 설명하면 수치에 도전하는 것이고, 다수를 진압하기 위해 필요한 공포를 부식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휴슨은 평론가들에게 자신의 영상에 대해 아래와 같은 설명을 제공했다.

1 강간당한 남성의 경험은 포함하지 않았다. 나는 여성의 예속을 관찰하기 위해 강간당한 여성의 이미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2 ‘스스로를 희생하는 여성’을 논할 때 모든 여성을 다 가리킨 것은 아니다. 어머니들, 그리고 종종 연인이 있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압력을 가리켰다/남성 역시 세대 사이의 삼정적 유산으로 ‘자기 희생’을 물려받을 수 있다(그러나 여성 경우만큼 흔하지 않으며 사회적 압력을 동시에 받지는 않는다)

3 나는 강간 판타지를 품어본 적이 없으며, 이 작품을 만드는 것을 육체적으로 즐기지 않았다.

매체들은 휴슨의 영상과 컬럼비아 학생이자 아티스트였던 엠마 술코윅츠의 프로젝트 ‘그만큼의 무게를 옮겨라’을 비교했다. ‘매트리스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그만큼의 무게를 옮겨라’에서 술코위츠는 캠퍼스에서의 성 폭력에 항의하는 의미로 25kg 무게의 매트리스를 들고 다녔다. 다른 아티스트 클레이튼 페테트는 2013년에 갤러리에서 실제로 섹스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처녀성에 대한 이성애 규범적 오명에 도전하는 의미였다. (페테트의 작업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항문 삽입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마지막 프로젝트에 항문 삽입은 없었다)

31세의 휴슨은 거의 10년째 작업을 해오고 있다. 휴슨은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며 일부다처제 몰몬 커뮤니티에 다녀왔고, 길거리 전도사들을 인터뷰했고, 포르노 스타들을 만났다. 레지던시 언리미티드의 레지던시로 뉴욕에서 6개월을 지냈다. 휴슨의 작업들은 여기서 볼 수 있다.

이 영상의 성격상 마스 갤러리에서만 볼 수 있으며 온라인에 올라오지는 않을 예정이다. 휴슨의 성명 전문은 여기서 읽을 수 있다.

허핑턴포스트AU의 Artist Films Herself Having Sex With A Stranger In ‘Unsimulated’ Commentary On Rap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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