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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전 월북한 미군의 아들은 북한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 (동영상)

  • 김수빈
  • 입력 2016.05.26 11:27
  • 수정 2016.05.26 11:37
ⓒ민족통신

1962년 8월 15일 정오.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고 있던 주한미군 일병 제임스 드레스녹은 동료들이 점심을 먹는 틈을 타 북한으로 도망갔다.

근무지 무단이탈로 군법재판을 앞두고 있었던 그는 지뢰밭을 넘어간 후 북한군에게 체포되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북한에 정착했다.

드레스녹의 이야기는 2006년 '푸른 눈의 평양 시민'과 같은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소개되었지만 그의 아들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한 북한 전문 매체가 평양에서 드레스녹의 두 아들과 인터뷰한 영상을 공개했다.

재미 통일운동가 노길남씨가 운영하는 '민족통신'은 21일 첫째 아들인 테드 드레스녹(북한명 홍순철)과 둘째 아들인 제임스 드레스녹 2세(북한명 홍철)와 1시간 가량 나눈 대담 영상을 공개했다.

과거 평양의 한 병원에서 아버지 제임스 드레스녹을 만난 적 있던 노씨는 북한측 관계자에게 아들들과의 대담을 요청했고 그리하여 이번 대담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한다.

북한 정권이 허락하고 주선한 대담인 만큼 대담의 내용은 북한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평양에서 나고 자란 두 형제는 완벽한 북한 억양을 구사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둘째인 제임스가 인민군 장교 군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 제임스는 군사교육기관에서 일하다가 2014년 입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한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위대한 수령님의 배려로 매해 선물도 받고... 사회주의 제도에 대한 고마운 감정들도 많이 싹트고.... 지망대로 군사교육기관에 들어갔다. 사업(일)을 하던 도중 나날이 악화되는 조선반도 상황과 미제의 대조선 정책을 보면서 왜 이게 이렇게 되었는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다가 내가 군복을 입어야겠다 결심하게 됐다. (민족통신 대담 영상 5월21일)

민족통신과 대담 중인 제임스 드레스녹 2세

2014년 중위로 인민군에 입대한 제임스는 현재 미군의 대위에 준하는 상위 계급이라 한다. 자원해서 입대하는 인원의 경우 대학 졸업자는 바로 군관(장교)로 복무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장남인 테드는 계속 군사교육기관에서 일하면서 가끔씩 북한에서 제작되는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다고 한다.

노길남씨는 대담 중간에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미국사람의 얼굴을 갖고 있어서 좋은 경험도 있었겠지만 다른 경험도 있지 않았을까."

이에 대한 드레스녹 형제의 답변은 어느 정도는 솔직해서 재미있다.

제임스: 소학교를 다닐 적에, 일부 편협하달까... 민족적 자부심이랄까... 어떤 학생들은 한마디로 내 듣기에 거북한 말도 하곤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랬던 동무들이 더 가까워졌다. 같이 생활하면서 우리와 같은 사람이로구나... (하고 느낀 것이다)

테드: (동생의 답변과) 별로 크게 차이는 없다. 어렸을 때는 아이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고 싸우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중에는) 여느 동무들보다 더 친숙해지고 더 가까워졌다. (민족통신 대담 영상 5월21일)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질문에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중에도 형제는 체제 선전을 잊지 않았다.

제임스: 그후로 나이 먹고 대학교에 갔을 때는 전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이 지적 수준이 높아서...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이랄까. 우리 사회주의 사회에는 인종차별이 없다. 또 우리 장군님께서 인덕정치로 우리 모두를 품어주어서 대학에도 보내주시고...

테드: 학교에서는 그 어떤 차별이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다. 차별이라는 단어를 잊어먹은지 오래되었다. (인터뷰어가) '차별'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니 이제 생각이 난다 (웃음). (민족통신 대담 영상 5월21일)

현역 인민군 군관인 제임스는 대담에서 시종일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형제는 모두 북한 여성과 결혼하여 자식을 두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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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북 #드레스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