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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초미세먼지'는 초미세먼지가 아니다

환경부가 새삼스럽게 왜 초미세먼지, 중국발 미세먼지 등 새로운 용어와 인식을 도입해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을까? 대기오염관리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 이외에는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디로 책임을 넘겼을까? 짐작하는 분도 있겠지만 중국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국 타령을 하면서 대기오염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중단하다 보니,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선되던 대기오염이 다시 악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초미세먼지라는 용어를 쓰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듯이, 자국의 대기오염 악화의 원인을 이웃나라한테 전가하고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를 줄이는 대책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 장재연
  • 입력 2016.05.26 06:48
  • 수정 2017.05.27 14:12

한국적 민주주의

오래전 70년대, 학교 사회 수업시간에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배웠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민주주의라니, 멋진 용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대학교에 진학해서야 유신 독재를 감추기 위한 용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를 다르게 사용할 때는 뭔가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강렬한 경험이다.

한국적 민주주의라던 유신헌법에 의한 대통령선거 ©아이엠피터

초미세먼지?

언제부터인가 초미세먼지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처음에는 정부나 언론에서 주로 쓰고 학계에서는 잘못된 용어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 포기했는지, 환경과 보건 분야 학자들까지 거침없이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홀로 외쳐봐야 소용도 없고, 역시 언론이 아니면 아무도 교정하지 못할 듯싶다.

입경이 2.5μm(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한다는 것인데,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그렇게 부르고 있을 것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fine particles, 일본에서는 미소입자상물질(微小粒子狀物質), 중국에서는 세과립물(細顆粒物)로 부르고 있다. 전부 미세한 입자라는 뜻으로 우리말의 미세먼지에 해당한다. 우리 말 '초미세먼지'를 영어로 번역하면 무엇이 될까? ultrafine particles, extra fine particles, 또는 hyperfine particles 등이 될 것이다. 실제로 ultrafine particle이란 용어가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0.1μm 이하의 크기를 갖는 먼지를 지칭한다. 일본과 중국도 미세먼지를 뜻하는 단어 앞에 超(초)를 덧붙인 초미소입자, 초세과립물 등의 용어는 ultrafine particle을 의미한다.

0.1μm는 100nm(나노미터)에 해당하니, 초미세먼지는 나노입자를 뜻한다고 보면 된다. 나노 물질 시대를 눈앞에 두고, 지금은 건강영향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앞으로 ultrafine particl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우리는 뭐라고 번역해서 불러야 할까? '초초미세먼지'라고 해야 할까?

초미세먼지라는 용어가 만든 허위

국제적으로 모든 나라가 미세먼지라고 부르는 오염물질을 왜 우리만 홀로 초미세먼지라고 부를까? 초(超, ultra)라는 글자 때문에 초미세먼지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미세먼지와는 전혀 다른 존재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독성도 훨씬 강하고, 우리가 손쓰기 무척 어려운 대기오염물질이 새로 나타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초미세먼지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면서 미세먼지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주장이 일반화되었다. 즉 "초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 매우 독성이 강한 물질로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피해를 입는다. 초미세먼지의 주원인은 중국발 미세먼지다. 따라서 중국이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정부도 어쩔 수가 없다. 건강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출을 삼가거나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매일매일 방송되는 기상예보 시간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각인되었다.

미세먼지의 독성, 중국발 미세먼지, 그리고 마스크에 대한 인식의 왜곡, 그리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미친 정신적, 육체적 해악에 대해서는 별도의 후속 글을 통해 하나씩 살펴볼 예정이다.

​미세먼지(PM2.5)는 새로 등장한 대기오염물질?

초미세먼지라고 새롭게 이름 붙인 미세먼지 PM2.5는 실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뭔가를 태우면 완전 산화되어 가스로 되지 않으면 입자 형태로 남게 되고, 그 입자들은 크기가 조금씩 다른 것들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제일 작은 것부터 2.5μm까지 모아서 측정하면 PM2.5이고, 좀 더 큰 10μm 입자들까지 모아서 측정하면 PM10이 될 뿐이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만이 아니라 나무나 고기, 생선 무엇을 태우나 미세먼지는 발생하기 마련이어서 인류가 원시시대부터 매일매일 노출되어 온 매우 익숙한 오염물질이다. 자연 중에서 바닷물이 증발해서 생기기도 하고, 미생물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가스가 대기 중 화학반응을 일으켜서도 생기는 등 자연 중에서도 만들어진다.

정부가 최근 PM2.5 측정망을 확대 구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30년 전부터 PM2.5에 대한 조사 연구가 진행되었다. 1986년에 조사된 연구결과를 보면 PM2.5의 농도만이 아니라 미량 함유된 발암성 물질과 돌연변이원성까지 분석이 되어 있다. PM2.5의 연평균이 109 μg/m3으로 최근 평균 25μg/m3 의 4배 이상 높았다. PM10이든 PM2.5이든 미세먼지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잘 알려진 익숙한 대기오염물질임을 증명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 역시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과거에 미세먼지는 물론 아황산가스의 주요 배출원이었던 가정의 연탄, 산업체의 고유황유, 저감장치를 전혀 부착하지 않은 자동차 등의 문제가 88올림픽을 전후로 많이 개선되었다. 그 후 자동차 소유 확대와 상대적으로 너무 저렴한 경유가격으로 인해 급증하던 SUV자동차, 엄청난 매연을 뿜고 다녔던 버스, 트럭 등 대형경유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유차 대책이 집중적으로 실행되면서 푸른 하늘을 일 년 내내 볼 수 없었던 서울 등 수도권의 대기오염이 다소 개선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청정한 외국 도시들에 비해서는 대기오염이 월등히 높고, 특히 중소도시의 대기오염이 크게 악화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하고, 또 하면 되는 것이다.

​환경부가 초미세먼지, 중국발미세먼지를 좋아하는 이유?

그런데 환경부가 새삼스럽게 왜 초미세먼지, 중국발 미세먼지 등 새로운 용어와 인식을 도입해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을까? 대기오염관리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 이외에는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디로 책임을 넘겼을까? 짐작하는 분도 있겠지만 중국이다.

초강대국인 중국과 초미세먼지,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가? 더구나 민족감정을 악용해서 중국이 우리나라에게 미세먼지를 날려 보내는 존재로 만들면서 비난의 화살을 중국에 넘길 수 있으니, 환경부로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이웃 나라 간의 대기오염물질 기여도를 산출하거나 모델링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황당한 일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목청 높여 환경부의 논리를 퍼뜨려 왔다.

미세먼지가 대부분 중국에서 온다고 보도하는 방송 뉴스 © JTBC캡쳐>

일부 학자들의 주장인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중국 때문'이라는 설을 대대적으로 배포하고, 초미세먼지라는 용어를 확산시킴으로써 미세먼지 문제는 환경부도 어쩔 수 없는 새로운 대기오염 문제라는 인식을 일반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환경부는 자신들의 무능을 잘 덮을 수 있었다. 더구나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의 인사들이 앞에 나서서 바람을 잘 잡아준 덕분에 환경부는 손도 안대고 코를 풀 수 있었다. '초미세먼지'는 '한국적 민주주의'처럼 불순한 의도를 갖고 조직적으로 시작한 일은 아닐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의도를 갖고 추진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국 타령을 하면서 대기오염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중단하다 보니,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선되던 대기오염이 다시 악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초미세먼지라는 용어를 쓰는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듯이, 자국의 대기오염 악화의 원인을 이웃나라한테 전가하고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피해를 줄이는 대책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앞에서 기술한 대로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다시 다루려고 한다. 최근에 대기오염 악화에 대한 환경부 책임론이 뒤늦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고, 환경부는 인과응보를 치러야 할 것이다.

서울특별시의 초미세먼지 주의보 ©연합뉴스

'초미세먼지' 용어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끝으로 초미세먼지라는 용어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 PM10을 호흡성분진이라는 비교적 정확한 의미의 용어로 번역, 사용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환경부가 PM10을 미세먼지라는 법적용어로 만든 것은 아쉬움이 많다.

그러나 너무 오래 사용한 용어이고, 실제로 황사 때와 같은 특수상황을 제외하고는 PM10의 60% 이상이 PM2.5이다. 미세먼지 관리대책이란 것도 도로 물청소 등 일부 대책 이외에는 사실상 PM10, PM2.5가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미국 이외에 전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가 PM10을 관리기준으로 하고 있어도 별 문제가 없는 이유다. 따라서 앞으로도 미세먼지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되 굳이 구분해서 표시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국제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대로 PM10, PM2.5이란 약칭, 또는 미세먼지(PM10)나 미세먼지(PM2.5) 등의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용어가 그리 중요한가 하는 반문이 있을 수 있으나, 윤성규 장관의 환경부가 그간 해온 대기오염 정책 왜곡, 그리고 그 기만책에 수많은 사람들이 넘어간 것을 보면 용어를 제대로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용어 대신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진짜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시작한 것에 유의했으면 한다. 초미세먼지라는 용어는 나노입자 시대의 ultrafine particles을 부르는 이름으로 남겨둬야 할 것이다.

어느 나라도 사용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 개발로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다. 모든 나라가 미세먼지라는데 홀로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는 촌스러움. 미세먼지 대책이랍시고 이웃나라 방문하는 무식한 작태는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잘 모르겠으면 나서지 말든지, 제발 기초적인 자료라도 읽고 공부하면서 국제사회가 하는 것을 비슷하게라도 쫒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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