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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가 세상에 나온지 25주년이 됐다

  • 강병진
  • 입력 2016.05.25 11:41
  • 수정 2016.12.19 05:54

*업데이트 | 2016년 12월 19일

12월 19일 오전, 영화사 'THE픽쳐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델마와 루이스'가 오는 2017년 1월 12일에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25년 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희자(김혜자)는 집에서 주로 영화를 본다. 이때 그녀는 과거에도 보았고, 어제도 왔을 영화를 오늘도 다시 보는데, 이 영화가 바로 ‘델마와 루이스’다. 희자는 친구 정아(나문희)와도 이 영화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이 영화는 봐도 봐도 재밌어. 정아야. 우리 델마와 루이스처럼 여행가자. 이 집 팔아서...” 극중의 희자가 ‘델마와 루이스’를 한국의 극장에서 봤다면, 그녀는 23년 전에 이 영화를 봤을 것이다. (1993년 11월에 개봉했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미국의 극장에서 봤다면, 올해 5월은 25주년이 된다. ‘델마와 루이스’는 바로 1991년 5월 24일, 미국에서 개봉했다.

그런데 희자는 왜 이 영화를 그토록 좋아하는 걸까? 20대 시절 그녀는 당시 만난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겨 결혼했다. 평탄한 삶이 이어졌으나, 이제는 남편이 죽었고, 돌아보니 혼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마도 희자는 남편이 있을때도 이 영화를 보았을 것이고, 남편이 죽은 후인 지금도 이 영화를 보고 있다. 남편이 있는 동안 그녀에게 ‘델마와 루이스’가 대리 만족의 경험이었다면, 이제 혼자가 된 그녀에게 이 영화는 하나의 용기일지도 모른다. ‘델마와 루이스’가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1. “두 명의 여자가 범죄의 향연을 벌인다.”

‘델마와 루이스’는 ‘블레이드 러너’와 ‘에이리언’ 등을 연출했던 리들리 스콧의 작품이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건, 당시 방송 드라마를 몇 편 썼던 작가 캘리 쿠리였는데, 그녀는 “두 명의 여자가 범죄의 향연을 벌인다”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후, 이 작품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놓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캘리 쿠리가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1980년대 후반만해도 여성이 주체인 범죄영화라는 컨셉은 상당히 신선했을 것이다. 그녀의 아이디어 대로 주인공은 두 명의 여성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루이스(수잔 서랜든)이다. 델마는 자신을 애 취급하며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남편과 살고 있다. 친구 루이스는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그냥 살고 있을 뿐이다. 두 사람은 여행을 계획한다. 델마는 남편에게 쪽지 한 장만을 남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여행을 떠난다.

2. 로드무비로 시작한 탈주액션영화

영화 속 델마와 루이스의 여행이 도피극으로 변하는 순간은 우발적인 살인이다. 들뜬 마음에 술에 취한 델마는 모르는 남자와 춤을 추는데, 이 남자는 그녀를 강간하려 든다. 이 모습을 목격한 루이스는 권총을 들고 남자를 위협하지만, 남자는 성적인 모욕으로 가득한 말을 루이스에게 던진다. 이때 격분한 루이스가 그 남자를 쏴 죽이면서 두 사람은 도주를 하게 된 것이다. 델마는 루이스가 총을 쏜 것에 대해 놀라지만, 이후 그녀가 자신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상처가 있었다는 걸 직감한다. 멕시코로 도피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델마는 ‘텍사스’를 경유해서 가자고 하지만 루이스는 몸서리치며 거부한다. 루이스는 텍사스에서 강간을 당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3. 직접 운전해서 여행을 가는 여자들

시나리오 작가인 캘리 쿠리는 1992년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했다. 당시 그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자인 영화팬으로서 나는 영화 속에서 여성 캐릭터가 언제나 수동적이라는 점이 지겨웠어요. 대부분의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이야기를 나아가게 하지 않아요. 여성이 결코 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기 때문이죠.” ‘델마와 루이스’에서 자동차는 이들의 여행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영화에서 그들이 탄 차는 포드의 1996년형 썬더버드다. 그들이 그들만의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 이유, 그리고 탈주를 할 수 있는 이유,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모두 ‘자동차’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희자가 이 영화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직접 운전하는 여성’이라는 캐릭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는 상황이니 말이다.

4. 결말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

‘델마와 루이스’는 해피엔딩으로 끝날까? 아니면 비극적인 마무리로 끝날까? 이들이 가는 길에는 곳곳에 남자들이 있다. 돈을 훔쳐가는 잘생긴 건달 청년(브래드 피트), 성희롱을 멈추지 않는 트레일러 운전사. 그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어리숙한 주부였던 델마는 총을 든 전사가 되어간다. 그리고 그들을 쫓는 경찰과 그랜드 캐넌의 절벽에 대치한다. 뒤에는 경찰들이 깔려있고, 델마와 루이스의 앞은 절벽이다. 이들이 왜 도피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알고 있는 경찰(하비 케이틀)은 어떻게든 이들을 살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델마와 루이스의 선택은 가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차는 절벽 너머로 돌진하고, 두 여자는 손을 맞잡고, 영화는 이들의 자동차가 공중에 떠있는 상태에서 멈추고 끝난다. 이러한 연출 때문에 ‘델마와 루이스’는 비극을 예감하게 하는 동시에 희망적인 결말로 기억되는 영화다.

하지만 리들리 스콧을 비롯한 제작진은 여러 버전의 엔딩을 고민했었다. 아래 영상은 이들의 자동차가 아래로 떨어진 걸 보여준 후, 그 상황을 바라보는 하비 케이틀의 복잡한 표정까지 드러내는 엔딩이다.

리들리 스콧은 좀 더 낙관적인 엔딩을 위해 두 여성 중 한 명을 살리는 엔딩도 고민했었다. 그가 아주 잠시 생각한 엔딩은 자동차가 절벽으로 떨어지기전, 루이스가 델마를 자동차 밖으로 밀어낸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5. ‘델마와 루이스’가 준 영감들

델마와 루이스’의 25주년을 맞이해 ‘타임’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 영화는 미국 사회에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논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할리우드의 아메리카 : 영화로 보는 20세기의 미국’이란 책은 당시 ‘델마와 루이스’에 대한 몇몇 비평가들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세상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되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 대항하기 시작하는 세상의 움직임 말이다.” 또한 ‘델마와 루이스’는 할리우드 영화의 여성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이끌기도 했다. 그리고 ‘토리 아모스’란 가수는 이 영화를 본 후, 그전까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을 털어놓았다. ‘나 그리고 한 자루의 총’(Me and a Gun)이란 노래를 통해 21살 때 로스앤젤레스에서 강간 당했던 일을 드러낸 것이다. 가사의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나와 총.

그리고 내 등에 올라탄 남자

하지만 나는 바베이도스를 본 적이 없으니 여기서 빠져 나가야 해.

그래, 나는 섹시한 빨간 옷을 입었어.

그게 내가 너, 네 친구들, 네 아버지를 위해 다리를 벌려야 한다는 뜻이니. 에드

난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나는 몇 년 전에 예수와 자주 만났는데, 예수는 이렇게 말했어.

"이건 네가 해야 할 선택이야. 네가 3일 뒤에 돌아올 것 같지는 않으니 선택을 잘 하도록 해."

뭐가 옳은지 말해 봐.

프레드의 자동차에 엎드려 있는 게 나의 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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