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택시기사가 무단횡단 사망사고를 내고도 무죄를 받은 이유

ⓒgettyimagesbank

무단횡단 보행자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 기사에게 법원이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 기사 A(75)씨에게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의견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4월14일 오후 1시25분께 이슬비가 내리는 서울 강남구 편도 3차로 중 1차로를 운전하다가 무단횡단하는 B(61·여)씨를 치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오후 2시9분 다발성 외상으로 숨졌다.

검찰은 A씨가 전방 좌우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제때 작동하지 못한 결과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이 낸 증거들만으로 A씨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사고 당시 제한속도(시속 70㎞)보다 느린 시속 68㎞로 주행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사고분석 감정 결과가 중요한 근거가 됐다. 사고가 난 도로와 보행로 사이에 울타리가 있어 운전자는 무단횡단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점도 이유가 됐다.

재판부는 "날이 흐리고 이슬비가 내리는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제한속도를 준수한 A씨에게 갑자기 사람이 3차로를 무단횡단하는 경우까지 예견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이 재판의 결과가 국민의 법 감정을 반영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일반 국민이 가진 상식적인 법 감정에 맞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국민참여재판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국민은 판사에 비해 정당방위를 넓게 인정하고 돌발상황에서 운전자의 과실 책임을 좁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같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당시 엄상필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낮 시간대에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의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택시기사 #사회 #무단횡단 #횡단보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