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강아지 공장' 잠입 취재한 'TV 동물농장'의 천경석 PD가 말한 뒷 이야기

  • 강병진
  • 입력 2016.05.24 06:10
  • 수정 2016.05.24 06:11
ⓒSBS

지난 15일 방송된 <동물농장>(에스비에스) ‘강아지 공장’의 반향이 거세다. 모견들을 가둬놓고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한 뒤, 강아지들을 내다 파는 실태를 고발했다. 그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업자 처벌을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현아 등 연예인들이 나서고, 포털에서는 서명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제작진은 6개월간 공들여 잠입 취재했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터라, 번식장을 찾는 것부터 힘들었다. 천경석 피디는 “번식장은 수천개가 있는데, 등록된 곳은 100곳 정도다. 이마저도 사유재산이라 경찰과 가도 주인이 못 들어오게 하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20곳을 찾아가 7곳을 몰래 촬영했다. 번식장을 준비한다고 속였지만 외부인한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아 여러번 찾아가 친분을 쌓은 끝에 4개월 만에 겨우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직접 목격한 광경은 너무도 참혹했다. “방송에 나간 건 얼마 되지 않아요. 어디까지 내보내야 할까 고민이 컸어요.” 강제 인공수정 장면도 실제로는 5분 넘게 이뤄졌단다. 너무 끔찍한 장면은 뺐지만, 편집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19년 동안 이 일을 했다면서 강아지를 생명이 아닌 물건처럼 여기는 업자들의 모습이 참담했습니다.”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점도 제작진을 힘 빠지게 했다. 현행법상 번식자가 강아지 공장을 운영하며 강제 임신, 제왕절개 수술을 일삼아도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방송에 나온 업자도 제왕절개 수술에 불법 마취제를 사용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한 혐의’로만 조사받았다. “현재로선, 업자를 설득시키는 것외에는 폐쇄시킬 방법이 없어요.” 제작진도 동물연대와 함께 업자를 설득해 그나마 몸이 좋지 않은 80마리를 겨우 구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일부 시청자들은 “왜 강아지를 다 구조하지 않고 시청률로 이용만 하느냐”는 비난도 한다. 천 피디는 “그럴 때는 힘이 빠진다”고 했다. “이런 아이템은 불편해서 잘 안 보려고 하기 때문에 시청률은 더 안 나와요.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시청률은 10%(8일)에서 8%로 떨어졌다.

제작진은 지난 18일 전남 화순의 강아지 공장을 다시 찾았다. 건물이 들여다보이던 철조망을 검은 천으로 덮어놨고, 폐회로티브이를 달아놨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연락두절인 업주한테서 답을 들을 순 없었지만, 강아지 공장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더군요.”

동물자유연대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고 전국의 번식장을 전수 조사해 불법을 일삼는 업체를 퇴출하라”고 요구했다. 현아는 에스엔에스에 “이렇게 팔려나간 강아지 대부분이 펫샵으로 유통된다. 펫샵에서 강아지를 사지 말고 유기견을 입양해 달라”고 호소했다.

*관련기사

- TV 동물농장이 보여준 ‘강아지 공장'의 운영방식 7가지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동물 #동물보호 #TV 동물농장 #강아지 공장 #사회 #방송 #문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