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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의 대책이 '정신질환자를 가둬라'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

  • 허완
  • 입력 2016.05.23 18:31
  • 수정 2016.05.23 18:53
ⓒ연합뉴스

"경찰관이 치안활동 중 정신질환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정신병원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해 '행정입원' 조치하도록 하겠다" (강신명 경찰청장)

경찰이 23일 발표한 '강남역 살인사건'의 대책 중 하나는 바로 '행정입원'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의 설명은 이렇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은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술에 취해 자신이나 남의 생명·신체·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은 의료기관 등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관서에 두고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정신보건법 역시 범죄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의심되는 정신질환자를 경찰관이 발견하면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를 통해 지자체장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행정입원이라고 부른다.

강 청장은 "경직법상 경찰관의 조치는 사실상 사문화한 조항인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도 행정입원 조치에 적극 공감하는 것으로 안다"며 "행정입원 전 72시간 동안 응급입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5월23일)

이에 대해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정신질환자를 '더 많이 감금'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실제로 이번에도, “이런 사람들이 거리를 그냥 활보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강남역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문제로 치부하게 되어, 편견과 낙인이 찍히면, 치료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더 어려워지고, 그들을 고립시키게 됩니다. 소수자에 대한 또 다른 차별과 편견, 배제 .... 이것은 여성혐오에 반대하고, 모든 차별과 적대와 폭력을 몰아내려는 현재의 움직임과 정반대의 방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응’이 불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사회복지를 강화하여, 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존엄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래야 필요한 경우 ‘치료’도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고요. (홍성수 페이스북, 5월23일)

홍 교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물론 전문가들도 조현병과 범죄와의 연관성은 매우 낮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학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다운로드)을 보자.

- 정신질환자는 폭력적 성향이 크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것 아닌가.

▲ 대검찰청 범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정신 장애인의 범죄율은 정상인 범죄율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일부 정신질환은 일시적으로 조절되지 않은 충동성 때문에 자·타해 위험성을 보일 수 있지만 타인을 해칠 위험성은 자해 위험성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연합뉴스 2월25일)

대한신경정신학회는 23일 낸 성명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조현병 환자들이 망상에 대한 반응이나 환청의 지시에 따라 기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동기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은 일반 인구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조현병은 급성 악화기에 환청과 망상에 압도되고 극도의 불안과 초조,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으며, 이 시기에 일부에서 본인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될 수 있으며, 꾸준한 유지치료로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 이외에 조현병 환자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에서 특히 급성 악화기에 본인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국가 기관 등에 의한 동의 입원 즉 강제 입원을 통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는 강제 입원 이후 증상이 안정된 후에는 자의에 의해 입원 연장을 결정하며 6개월마다 국가에서 정한 심판위원회에서 입원적합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한신경정신학회 성명서 5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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