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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프로파일러가 밝힌 '강남역 살인사건'(일문일답)

  • 원성윤
  • 입력 2016.05.22 12:41
  • 수정 2016.05.22 12:44
ⓒ연합뉴스

22일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남 묻지마 살인' 피의자 김모(34)씨가 프로파일러 면담에서 스스로 '여성혐오'를 부인했다면서 "피의자는 온라인상의 여성혐오 현상과 자신이 다르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는 진술 전반에 걸쳐서 "2년 전부터 여성들이 나를 견제하고 뒤에서 험담한다"며 여성에 대한 반감과 피해망상을 드러낸 바 있어 진술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이다.

경찰은 '증오 범죄'(헤이트크라임)와 '정신질환 범죄'를 구분지어야 하며, 김씨 범행은 증오 범죄가 아니라 정신질환 범죄라는 입장이다.

17일 새벽 서울 서초구의 한 주점 화장실에서 여성을 마구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프로파일러인 과학수사계 이상경 경사를 투입해 김씨를 면담했다. 이 경사는 이화여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법대에서 범죄수사법학 석사를 취득한 범죄분석 전문가다. 지난해 '트렁크 살인사건' 김일곤 수사에도 참여했다.

다음은 이 경사와 일문일답.

-- 김씨 같은 피해망상 정신질환자가 특정 대상에 반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는데 이 경우 왜 하필 '여성'인가.

▲ 모르는 여자가 자신에게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 여성이 자신을 공격하고 괴롭힌다고 주장했다. '지하철에서 여성들이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일부러 여자들이 내 앞에서 천천히 가서 나를 지각하게 만든다'며 여성들에게 실제 피해를 당해 반감을 갖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2년 전 속했던 집단에서 여성들로부터 기분 나쁜 일을 겪었다고 한다.

-- 무슨 집단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

▲ 신학원이다. 김씨는 20대 초반에 신학원을 다녔는데 2년 전 한 교회에서 개설한 교리 교육 코스를 다시 수강했다. "추진력 있게 일을 하려 했는데 여학생들이 견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등 막연한 느낌과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인 피해 경험은 진술하지 않았다. 망상을 보이는 조현병 환자들의 진술 패턴이다. 근거없이 '내 느낌이 그렇기에 확실하다'며 피해를 받았다고 신념화하는 것이다.

이상경 프로파일러

-- 김씨가 신학원에 있던 2014년 이전에는 여성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이상행동을 보인적 없나.

▲ 여성이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고 믿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김씨 어머니 진술에 따르면 그전에도 막연한 피해망상 증상은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에게 누가 자기 욕을 하는 게 들린다고 말하거나, 집 근처 대문을 부순다든가 하는 이상 행동 보인 적 있었다고 한다.

-- 김씨가 여성에게 물리적 형태의 공격성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인가.

▲ 육체적인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머니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적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버지와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고 그나마 소통하는 게 어머니였는데, 어머니에게 거친 말이나 욕설을 하는 등 언어적 공격성을 보인 바 있다.

-- 최근 일했던 가게에서 위생 상태 지적받았다는데 여자에게 받은 것인가.

▲ 가게 매니저 등 남성이다. 가게 사람들은 위생상태를 지적한 적 없고, "너는 홀서빙이 맞지 않는 것 같으니 주방일을 해야겠다"고 말한 적 있다고 했다. 김씨는 그 지적의 뒤에 여자들의 음해가 있었다고 믿고 있다. 비일반적인 사고다.

-- 피의자는 일부러 공용 화장실을 노린 것인가. 왜 하필 그 화장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나.

▲ "자연스럽게 거기를 떠올렸다"고 진술했다. 범행 장소 선택 이유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을 하지못했다. 정신질환자들 특징이 자신에게 익숙한 장소, 편한 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른다. CCTV도 고려하지 않는 등 현실 검증력이 떨어진다.

-- 헤이트크라임과 정신질환 범죄는 다른 것인가.

▲ 지난해 '특정 민족이 우리나라를 망친다'는 망상을 가진 정신질환 환자가 해당 민족 사람 3명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인종 혐오'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피해망상이 범행을 유발한 것이다. 모르는 사람을 칼로 찔러놓고 '나를 감시하는 정부의 스파이'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이 경우에도 '정부 혐오'라기보다는 정신질환이다. 증오범죄와 정신질환 범죄는 다르다.

-- 김씨는 스스로 '여성 혐오'가 있다고 인정했나.

▲ 여성 혐오 있는지, 일반적인 여성 전반에 대한 반감이 있는 지 물었더니 '일반 여성에 대한 반감은 전혀 없다'면서 자신이 여성 혐오가 아니라고 진술했다. 여자에게 인기가 있었던 적도 있고,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도 있었다고 하더라. 그러다가 여성들에게 실제 피해를 당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 있는 여성혐오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어린 사람들의 치기 어린 행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이들과는 다르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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