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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맥주 농약 사태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세 가지 사실

  • 박세회
  • 입력 2016.05.19 11:31
  • 수정 2016.05.19 13:15

독일 맥주에 농약이 들어있다는 내용의 한 블로그가 여기저기서 공유되며 독일 맥주 공포증을 키우고 있다. 독일에서 유명한 10개 업체의 맥주 14종에서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리터당 0.46~29.74㎍ 검출됐다는 것.

그러나 이런 공포에는 조금 짚고 넘어가야 할 논점이 있다.

왜 독일 맥주에서만 농약이 나왔나?

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조금 싱겁다. 독일 매주에서만 이 성분이 검출된 이유는 독일 맥주만 조사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맥주는 애초에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 '카스, 아사히에서는 안 나왔는데 파울라너에서는 나왔다며?'라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독일 내의 맥주회사를 전부 조사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독일에는 대략 1,300여 개의 맥주 생산업체가 있는데 그 중 10여 개 유명 회사의 제품만을 조사했다.

게다가 글리포세이트가 포함된 제초제인 '라운드 업'은 미국의 회사 몬산토에서 생산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제초제 중 하나. 맥주의 주원료가 모두 '식물'인 홉과 맥아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같은 원재료로 만든 다른 업체의 맥주도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브루마스터 겸 비어소믈리에인 류강하 씨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맥주의 경우 홉과 맥아 등의 원재료를 자국과 주변국에서 수급한다"며 "독일 맥주는 '맥주 순수령'(홉, 맥아, 물만 사용해 맥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독일의 법)때문에 다른 경로가 거의 없다. 독일 맥주에서 검출되었다면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의 맥주에서도 검출 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허용량을 생각하면 안전하다?

일단 글리포세이트는 그 안전성을 두고 환경단체와 기업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성분이다. 코메디닷컴에 따르면 5월 16일 식량농업기구(FAO)와 WHO 합동위원회는 지난 16일 글리포세이트의 발암 가능성이 작으며, 유전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작다는 새로운 안전 검토 결과를 내놨으며 일일 허용섭취량이 체중 1kg당 1mg으로 다시 확정했다. 글리포세이트를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경우엔 이를 하루 체중 1kg당 0.5mg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어떤 기준에 따르더라도 이번에 발표된 독일의 맥주가 크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아래는 14개 맥주의 글리포세이트 함유량을 나타낸 표로 단위는 리터당 마이크로그램이다.

독일의 맥주 업계는 "UIM이 발표한 잔류량 정도라면 성인이 하루 약 1천 리터의 맥주를 마셔야 인체에 해롭다는 것"이라며 "맥주엔 WHO 분류기준으로 발암물질인 알코올이 글리포세이트의 십억 배 이상 들어 있다는 점에서 UIM의 인체 유해 주장은 생각해볼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안전하니 계속 마셔야 한다?

그렇다고 '안전하니 독일 맥주를 계속 마시자'는 싱거운 결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사건을 매우 상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지혜로운 선택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독일 맥주는 '물, 맥아, 홉' 세 가지만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순수한 맥주로 불린다. 그러니 전 세계에서 가장 순수하다는 맥주들을 검사했는데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제초제의 성분이 검출되었는 의미.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홉과 맥아의 원료 회사들 모두 자신들의 원재료가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 내추럴소사이어티에 따르면 보리에 이미 법으로 글리포세이트 성분을 분사하는 것은 금지되어있으며 맥주 회사에서도 금지되기 전에 분사되어 토양에 남은 성분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이러니, 어디서 이 순수한 독일의 맥주가 오염되었는지를 완벽하게 밝히기란, 힘들다. 추측하자면 '어디에나 있다'는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여기저기서 조금씩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

내추럴 뉴스에 따르면 독일양조협회의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지난 수십 년간 농업에서 널리 쓰여왔기 때문에 제초제 성분은 어디에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글리포세이트가 들어있는 '라운드 업'은 유럽에서도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의 몇몇 지방 정부가 엄격하게 제한한 경우를 제외하면 도시 조경에 쓰이는 매우 흔한 약물이다.

이번 맥주 사태에서 우리가 잊지 말고 분노해야 하는 포인트는 생각지도 못한 약물이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음료를 오염시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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