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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티핑포인트

교육이 여러 가지 분야에서 티핑포인드(tipping point)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교실 내 증가된 학생의 다양성, 학생의 학교교육 불만족도, 상위 20~30%를 위한 교육에 동참하는 저급한 교육 윤리성, 중앙정부의 일방적 통제와 정책의 거듭되는 실패, 교사의 무기력과 교사 공동체의 붕괴, 학교교육의 한계, 지식 전달식 낡은 교수법, 유례없는 복잡성 증가, 학생들의 건강 악화, 높은 사교육 의존의 부정적 영향, 무한 경쟁과 양극화로 특징 지워진 신경제의 한계 등>이라고 생각된다. 이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거나 개발하지 못한 채 분노와 열패감을 안고 학교를 다니거나 학교를 떠나고/졸업하고 있다.

ⓒgettyimagesbank

2030년 바람직한 미래학교 구상(6), 2030년 학교교육의 비전과 달성 전략

글 |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eduinnovator@21erick.org

목차

1. 시작말

2. 미래사회,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1) 미래사회, 어떻게 변할 것인가?

2) 미래사회에 대한 예측, 얼마나 정확한가?

3) 미래사회 변화 예측에 교육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3. 미래의 학교교육,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4. 세계 주요국들은 어떤 교육비전/목표를 세우고 있나?

5. 2030년 학교교육, 어떤 비전이 필요한가?

6. 2030년 교육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과제는 무엇인가?

7. 맺음말

1. 시작말

지금까지 '2030년 미래학교의 구상'에 대해 총 5회에 걸쳐 살펴보았다. 이번 6회가 이 시리즈를 총 결산하는 마지막 회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계기로 한국사회는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미래사회 및 미래 삶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워졌다. 그렇다면 미래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한국의 학교교육에는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이런 변화 가능성에 대해 대응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런 변화가 마치 확인된 사실이기도 한 듯이 당장 기존의 제도나 내용을 바꾸어야 한다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변화가 줄 영향은 그리 크지 않거나 그런 변화가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하니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과 적응능력을 갖추는데 충실해야 한다는 태도이다. 한국의 경우는 전자의 입장이 더 우세한 듯하다. 언론기사나 관련 토론회에 가보면 미래사회에 대한 변화의 영향에 대해 균형 잡힌 생각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AI 튜터(tutor)가 사람을 가르치고, 온라인 무료 강좌가 일반화될 것이기 때문에 2030년경이면 대학이 없어질 것이란 예측, 또 지식교육은 인공지능 등에 맡기고 학교는 프로젝트 수업이나 문제해결 수업을 하면서 창의성과 같은 역량을 키우는 교육 위주로 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극단적인 주장들은 대부분 미신(myth)일 가능성이 높다. 기술의 발전이나 기술의 발전에 의한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측한 것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정확했는지 살펴보고 학교교육이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기로 한다.

2. 미래사회,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1) 미래사회, 어떻게 변할 것인가?

미래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은 많다. 예를 들면 2030년경에는 AI(인공지능) 튜터의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대학이 사라지고(무료인터넷강좌 MOOCs가 이를 가속화) 교직 역시 사라질 것이란 예측,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공장의 노동자부터 택시 운전사, 의사, 경찰관, 기자 등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지게 될 것이란 전망, 2030년이면 표준화 시험이 전면 폐지될 것이란 예측, 2030년경이면 학교는 지역사회와 통합될 것이란 전망, 2025년경이면 인체에 칩(chip)을 넣는 기술이 상용화되어 수백 쪽짜리 소설이나 교과서를 통째로 인간의 뇌에 업로드 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올 것이란 전망, 2030년경이면 기존 직업의 60%가 사라지고 10년 후의 직업은 아직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란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 등이 있다. 또한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사피엔스』의 저자 하라리 교수는 지식의 습득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예측을 했다.

"지금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연장자에게 배운 지식으로 인생을 준비해 나가는 게 불가능한 첫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인생이 배우는 시기와 배운 것을 써먹는 시기로 나뉘던 시대는 지났다."

"2050년대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자녀 세대가 40대가 되었을 때 그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 중 80~90%는 쓸모없을 확률이 높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육체적 자질을 결정하는 필연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기술의 혜택이 빈부격차와 직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미래에 대한 전망은 10여 년 전의 것에 비해 신빙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래 기술의 발달이 초래할 사회변화나 영향에 대한 예측들은 그 정확성이 얼마나 될까?

2) 미래사회에 대한 예측, 얼마나 정확한가?

역사적으로 보면 미래사회에 대한 예측은 대부분 빗나갔다. 인터넷이 생기면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신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PC가 종이문서를 없앨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종이문서는 없어지지 않았다.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모두 컴퓨터로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재 컴퓨터는 학습의 보조수단 정도로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다. 또한 1989년의 영화 'Back to the Future' Part II는 인터넷이 만들어낼 변화 부분을 통째로 생략하기도 했다. 빌게이츠 등 컴퓨터 전문가들의 예측도 번번이 빗나갔다.

"어떤 사람에게라도 개인 컴퓨터 용량은 640KG면 족할 것이다."(Bill Gates, 1981)

"스팸은 2년 후면 사라져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Bill Gates, 2004)

"컴퓨터 시장은 세상에 아마 5대 정도가 될 것이다."(Thomas J. Watson, 전 IBM 사장)

앞에서 언급한 미래사회에 대한 어떤 예측은 이와 상반되는 것도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30년 대학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과 정반대로 그런 기술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거나 교수학습법 유행 추(pendulum)는 강의식 교수법 쪽으로 움직일 것이란 예측이다. 학교교육의 기능이 지식의 전달이 전부가 아니며 학교는 지식을 넘어 지혜를 키우는 곳도 되어야 하고 분석적인 마인드를 배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미래 대학에서는 면대면(face to face) 교육과 사이버 교육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한다. 필자의 생각 역시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 보더라도 전통적인 것과 새로운 것이 균형을 이루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미래사회 변화 예측에 교육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예상되는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해 교육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지금까지 학교교육은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를 살펴보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세계의 주요 연구기관들은 학교교육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OECD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Competencies, 2002) 프로젝트의 6가지 학교교육 변화 시나리오와 영국 FutureLab의 Beyond Current Horizons 연구(2007)가 제시한 6가지 시나리오다. 이는 학교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는 식의 연구가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학교교육 변화를 몇 개의 시나리오로 작성해 본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세상과 교육의 변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해볼 수 있게 해주고,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학교의 대응에 대해 주목해야 할 중요한 특성이 하나 있다.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점이다.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란 책은 각 조직이나 단체의 변화의 속도를 아래와 같이 주장한 바 있다.

·기업 - 시속 100마일(기준)

·시민단체, 비정부기구(NGO) - 90마일

·가정 - 60마일

·노동조합 - 30마일

·정부 조직 - 25마일

·학교 - 10마일

·국제기구, 유엔 - 5마일

·정치조직 - 3마일

·법 - 1마일

이런 토플러의 주장은 19세기 산업시대의 학교교육이 21세기에도 본질적으로는 거의 변한 게 없으며 일찍이 개정되었어야 할 누더기 교육 관련 법들이 그대로인 것을 고려하면 대체로 맞다.

최근의 사례를 하나 보자. 20세기 말부터 역량 교육이 새롭게 강조되기 시작했다. 일하는 방식과 도구가 달라졌고, 또 글로벌 시대를 맞아 무한 경쟁 속에서 각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 전통적인 지식 교육보다 역량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강조의 배경이었다. 각국이 역량 교육을 나름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21세기 사회에 강조될 필요가 있는 역량 교육은 핀란드도 21세기가 16년이나 지난 시점인 2017년부터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간다. 종합학교 교육과정에 명시적으로 포함시켰고, 한국 역시 2015개정 교육과정에 포함시켰다. 한국의 경우, 이것도 문서상의 반영이지 실질적 반영까지는 또 다른 10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역량의 필요성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확실해진 후 학교교육이 이를 반영하는 데만 15년이 걸렸다. 학교교육은 지금까지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 예측내용을 미리 혹은 제때 학교교육에 반영한 역사가 없다. 그런 변화가 현실화되고 나서도 학교교육은 변화하지 못하는 양태를 줄곧 보여 왔다.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학교교육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지 말고 '이미 도착한 미래'에 바르게 대응하는 것이 더 우선적인 일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미래사회 변화에 대해 대응을 논할 때 문제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와 '이미 도착한 미래'를 혼동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도착한 미래에 대한 대응에 초점이 없다는 점이다. 전자에 대한 예를 보자. 흔히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고 일컫는 인공지능로봇, 사물인터넷, 모바일, 3D프린터, 나노·바이오 기술 등이 우리의 사회와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를 미래의 기술로 간주한다. 이게 미래의 기술인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이미 이런 기술은 지금 벌써 활용되고 있다. 이런 인식은 기술의 발달과 그 영향에 대한 교육의 대응을 지체시킬 수 있다. 이런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나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학교교육은 '이미 도착한 미래'에 대한 대응력을 높혀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는 불확실해서 대응하지 못하고 '이미 도착한 미래'는 도착하지 않은 미래로 착각하거나 변화 지체 현상으로 인해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이미 도착한 미래에 대한 대응에 초점이 없다는 점을 살펴보자. '이미 도착한 미래'가 사회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다. 양극화의 심화와 이로 인한 지속가능성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교실 내 학생들의 다양성 급증, 환경문제 같은 것들이 그 예이다. 그런데도 학교교육은 여전히 상위권 위주로 입시중심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교육비 감소', '선행학습 금지'와 같은 비본질적인 것들이 교육문제 담론의 최상위를 차지한다. 슬픈 현실이다.

미래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교육의 근본은 별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인간이 왜 사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고 가치 있는 삶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사회에 대해 교육의 대응이 의젓했으면 한다. '이미 도착한 미래'의 특성을 보면 교육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 특성은 다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① 학습능력(learning to learn)

② 함께 일하는 능력(learning to work together)

③ 함께 살아가는 능력(learning to live together)

이는 21세기 교육을 떠받치는 3가지 핵심기둥이라고 생각된다. 학교교육은 도착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호들갑을 떨지 말고 기본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3. 미래의 학교교육,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2030년 미래사회를 조망해 보고 그것이 가져올 교육의 변화에 대해 세계 주요국들은 연구를 지속해 왔다. 이미 본 칼럼에서 몇 차례 소개를 했지만 마침 2030년 미래사회 변화로 인해 교육에 어떤 변화가 도래할지를 잘 정리한 연구가 있어서 주요 내용을 소개하겠다. 이는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소속 합동연구소(JRC: Joint Research Centre)의 하나인 IPTS(Institute for Prospective Technological Studies)가 유럽의 각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선발된 13명의 전문가로 국제 연구팀을 구성해서 수행한 연구 결과물의 요약본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연구는 연구 기법(GCM: Group Concept Mapping)뿐만 아니라 내용도 우수하다. 이의 한국 버전을 만드는 것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연구는 연구를 시작한 시점(2010)으로부터 10~20년 후 교육과 훈련에 일어날 주요 변화를 '중요성과 실현가능성'을 기준으로 12개 항목(교육에 있어서 기술의 사용; 학습을 향상시키는 도구와 서비스; 교육의 오픈 소스; 평가와 자격 인증; 교육의 글로벌화; 학교의 역할; 개인화와 직업준비 교육; 교사의 역할 변경; 평생학습; 비형식 교육의 비중과 중요성 증가; 학습의 개별화와 사회적 학습; 교수학습 원리의 인식론적/존재론적 기반)으로 분류하고 주요 예측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 2030년 미래교육/미래학교 상상

• 가상현실/중강현실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다.

• 인터넷 상의 여러 가지 서비스가 학습 환경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 학습 효과를 높이는 약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복용될 것이다.

• 관심이 같은 동료들과 그룹을 지워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서비스가 개발될 것이다.

• 교육의 오픈 소스가 광범위하게 채택될 것이다.

• 도서관 건물은 사라질 것이다.

• 교과서는 디지털 형태로 대체될 것이다.

• 공교육과 관련이 없는 다양한 자격증이 나타날 것이다.

• 배우는 방식대로 평가하는 방식이 개발될 것이다.

• 자격증의 글로벌 표준이 제정될 것이다.

• 어떤 자격증을 가졌는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 모든 교육시스템은 상호 연결될 것이다.

• (공통의 언어로 소통이 가능한 지역의) 학생들은 국제간 협업을 하면서 서로 배우게 될 것이다.

•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에 대한 의존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 학교의 주 역할은 학습자 각자가 어떤 학습경로를 선택하고, 어떤 학습 유형과 필요한 자원을 선택하며, 학습한 내용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안내하는 역할이 될 것이다.

• 탐구중심의 교수요목을 제공하는 대학의 유형이 생겨날 것이다.

• 학교는 공동체의 지식 센터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 목적과 흥미에 따라 분야 간, 과목 간 학교 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다.

•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고등교육은 민간 개인의 부담으로 전환되기 시작할 것이다.

• 학급 구성의 기준은 연령 대신 지식, 역량, 흥미, 학습유형 등이 될 것이다.

•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경로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 학습은 개인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외부 평가에 의존하지 않게 될 것이다.

• 대학 프로그램은 점점 더 특정 직업 능력 개발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 학습자들은 학습 목표와 선호도가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학습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 교사의 본연의 역할은 학습의 중재자/(공동)학습자가 되는 것일 것이다.

• 교사는 코칭/멘토링의 전문성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 대부분의 교사들은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온라인 교육기관에 소속되어 일하게 될 것이다.

• 학습은 일상적 삶의 활동과 통합될 것이다.

• 학습이 일터, 지역사회, 가정으로 초점이 옮겨갈 것이기 때문에 학습과 관련한 학교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다.

• 사람들이 서로 다른 직업세계를 오가는 것은 흔한 일이 될 것이다. 이때 학습이 이런 이동을 수월하게 하는 데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 학생들은 자신에 속한 네트워크 내 사람들과 학습하는 것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 전문성 네트워크가 교육의 다양한 수단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교육은 학교교실을 떠나게 될 것이다.

• 학교를 중단하는(또는 졸업하는) 연령이 점점 더 낮아질 것이다. 학습에 더 적합한 환경과 대안이 학교 외부에 있기 때문이다.

• 점점 더 학습은 맥락이 있고 범교과적 문제해결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 전통적 교과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다. 학습자가 범교과적 학습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일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 다양한 학습 유형과 개인의 욕구에 적합한 교수법이 종전보다 강화가 될 것이 자명하다.

• 개별화 학습과 사회적 학습을 위해 동일한 과정에 대해 다른 학습 유형과 변형된 교수법이 활용될 것이다.

• 실습(practice)이 학습의 초점이 될 것이다.

• 학습은 친사회적이고 요구가 있을 때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 학습자들이 학습의 과정에서 동료를 가르치는 것이 보편화될 것이다.

• 사회적, 인지적 과정과 이들의 수렴은 교수학습 원리의 하나가 될 것이다.

• 범교과 프로젝트 수업활동이 학습디자인의 주류가 될 것이다.

• 구성주의도 여전히 유지되겠지만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나타날 것이다.

• 게임과 학습은 더 이상 서로 반대되는 활동이 아니게 될 것이다.

4. 세계 주요국들은 어떤 교육비전/목표를 세우고 있나?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대응 방식으로 가장 일반적인 것이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비전이란 한 조직이나 단체가 '만들어가고 싶은 바람직한 미래상'을 일컫는다.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다. 그냥 '인재상'으로 표현하는 곳도 있고, '교육의 목적'으로 제시하는 나라도 있다. 싱가포르는 일찍이 '학습하는 국가, 생각하는 학교(Learning Nation Thinking School)'란 비전을 선포해 이를 실현하고 있다. 매력적인 비전의 설정은 전 국민의 열망을 교육목표에 담는 과정이고 그 나라 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도달점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개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핀란드의 미래학교 교육의 변화 방향을 제시하는 한 연구에서 '학습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국가(A land of people who love to learn)'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앨버타 주는 교육비전 개발 문서의 이름을 '고무시키는 교육(Inspiring Education)'으로 하고 있다. 온타리오 주는 비전을 담은 문서를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과 '모두를 위한 학습(Learning for All)'으로 설정하고 질 높은 통합교육을 실천해 가고 있다. 한편 미국은 '아동낙제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란 법 제정을 통해 교육의 비전을 '최소 수준의 학업 성취도 달성'에 두기도 했다. 이는 작년 '모든 아동이 성공하는 교육법(Every Student Succeed Act: ESSA)'으로 개정된 바 있다. 미국의 ESSA를 공식적으로 비전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그 성격은 분명히 비전이다. 가장 유명한 비전 선언문을 꼽으라면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의회 연설에서 "앞으로 10년 내에 미국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킬 것이다(By the end of the decade, we will put a man on the moon.)"란 것과, 1963년 인권운동 행진을 하던 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인종차별에 저항하면서 절규처럼 토해냈던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란 연설에 나오는 표현이다.

비전은 왜 필요한가? 비전은 목표의 상위 버전의 또 다른 이름이다. 목표가 없는 교육을 상상해보라. 끔찍하다. 또 비전은 희망의 원천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한국의 교육에 대해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데, 비전은 이처럼 어려울 때 견뎌낼 수 있는 힘과 동기가 된다. 그리고 비전은 모두가 정북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한국은 온 국민의 열망을 담은 비전이 없다. 교육과정 총론의 인재상은 비전 구실을 못한다. 비전에 온 국민의 열망을 담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액자용 비전처럼 문서상의 구호일 뿐이다. 비전은 그렇게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비전을 개발하는 절차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곳 중의 하나가 캐나다 앨버타 주다. 2010년 작성된 앨버타 주 비전 문서 '고무시키는 교육: 앨버타 주민과의 대화(Inspiring Education: A Dialogue with Albertans)'의 부제(副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앨버타 주민과의 대화'라고 부제를 단 데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비전의 초안을 만들 때도 각 이해당사자들과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초안을 가지고 국민들과 '대화'에 나서기 위한 문서로 규정한 것이다. 비전이 비전의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래야 한다. 모두가 함께 만든 비전은 모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고 자치와 분권화의 초석이 된다. 함께 책임지며, 함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런 공감과 설득의 과정이 충실했을 때 비전은 비로소 비전 구실을 할 수 있다. 공유에 실패한 비전은 공허한 액자용 구호일 뿐이다. 한국은 언제 비전다운 비전을 가질 수 있을까?

한국의 학교교육을 위한 교육비전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 주요국의 교육비전이나 교육목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몇 가지 예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핀란드의 교육비전

'폭넓은 교과목으로 구성된 교육을 탁월하게 실행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미래, 건강과 높은 삶의 질, 경제적 경쟁력을 확보한다(Broad-based education and excellence guarantee a sustainable future, well-being and economic competitiveness).'

핀란드의 교육비전은 국가의 생존, 그리고 학생들의 건강과 삶의 질, 그리고 경제적 경쟁력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과거 어려웠던 국가의 역사가 반영된 듯하다.

▶ 스웨덴의 교육목표

① 개인의 자기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킨다(to satisfy individual wishes and desires)

②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운다(to bring up democratic citizens)

③ 계층 간의 격차를 줄인다(to decrease the difference between classes in society)

(황선준, 2007)

매우 간명하고 표현이 추상적이지도 않다. 이런 교육비전은 공유하기도 쉽고, 사회적으로 합의하기도 쉽다. 이 세 줄이 모든 교육에 있어서 정북이라는 방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 온타리오 주의 새로운 교육목표

① 탁월성(excellence)을 추구한다(이때의 탁월성은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음).

② 공정한 교육(educational equity)을 추구한다.

③ 아동의 웰빙(wellbeing)을 촉진한다.

④ 학교교육에 대한 자신감(public confidence)을 향상시킨다.

▶ 앨버타 주의 교육비전

① 참여하고 고등사고력을 갖춘 사람(Engaged Thinker: "I collaborate to create new knowledge.")

② 윤리적 시민(Ethical Citizen: "I do the right thing because it is the right.")

③ 모험에 도전하는 사람(Entrepreneurial Spirit: "I create new opportunities.")

한국의 학교교육의 목적과 목표도 이렇게 구체적이고 시대상황을 반영한 실제적인 것이면 좋을 것이다.

▶한국 학교교육의 새로운 목표 제안(이찬승, 2015)

① 양극화, 사회갈등 심화로 인한 사회, 학교, 개인의 지속 가능성 위기 → 공정한 학습과 성장기회 제공

② 학교교육이 개인의 이익과 성공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어서 학교와 사회의 지속가능성 위기 → 공동선의 추구

③ 학교 안팎의 사회정의와 민주주의의 위기 → 책임 있는 민주 시민성 함양

④ 상위 20-30%를 위한 교육 → 모두가 성장하는 교육

⑤ 지나친 만성스트레스로 정서, 정신, 신체 건강, 관계의 악화 → 정서적,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웰빙

⑥ 다수의 아동이 현재의 학교교육 내용에 의미를 느끼지 못함; 자신감 상실 → 의미 있는 교육, 자신감을 키우는 교육

5. 2030년 학교교육, 어떤 비전이 필요한가?

2030년 한국 학교교육의 바람직한 모습은 무엇인가? 한국은 수많은 아동들을 실패자로 만들고 있는 현재의 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흑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동, 이민 와서 한국어가 서툰 아동들도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을 포함한 모두의 열망을 담아 가슴 설레게 하는 학교교육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비전이 가슴 설레게 하는 비전일까? 앞의 예에서 보았듯이 비전의 표현 양식은 다양하다. 한국의 교육비전은 어떤 것이 좋을까? 간명한 비전과 구체적인 비전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한국처럼 아직 비전 중심의 학교교육 개혁의 성공 경험이 일천한 나라는 아래와 같이 구체적인 것의 장점이 더 크다. 이는 임팩트는 작지만 교육이 나아갈 방향,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한 비전은 아래와 같다.

위 비전을 하나의 비전 슬로건으로 축약한다면 "공정한 학습과 성장의 기회 제공을 통한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비전을 제안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지금 한국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초등교육 출발선 격차가 매우 크다. 중고교로 올라갈수록 상위 20~30%를 중심으로 한 교육을 하기 때문에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 이를 방치할 경우, 개인의 학습권을 무시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국가의 발전에 발목을 잡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며 나아가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입시를 향한 경쟁교육의 심화로 인해 '신체적·정서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을 학교교육의 주요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이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한국은 학교교육이 특히 빈곤소외계층 아동들의 발달과 성장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학교는 아동들이 학교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면 이를 아동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교육제도와 교수법 등이 이런 아동에게 맞지 않기 때문인데 이를 학생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도 윤리적이지도 못하다. 또 '학습공동체'를 강조하는 것은 이제 교육은 학교 울타리 안에서보다는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의 비중과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학습공동체는 학교 내 학습공동체와 학교 안팎의 다양한 학습공동체를 아울러 말하고 있는 것이다.

6. 2030년 교육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과제는 무엇인가?

앞에서 제시한 2030년 교육비전을 달성하려면 아래와 같은 과제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1) 학교시스템(schooling)의 근본적인 재디자인

낮은 수준의 기술과 지식이 필요하던 산업시대의 수요에 맞추어 19세기 만들어진 학교의 역할은 그 수명이 한계에 달했고, 21세기가 마주한 도전을 해결할 새로운 교육이 필요해졌다. 교육이 여러 가지 분야에서 티핑포인드(tipping point)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교실 내 증가된 학생의 다양성, 학생의 학교교육 불만족도(학교교육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 증가), 상위 20~30%를 위한 교육에 동참하는 저급한 교육 윤리성, 중앙정부의 일방적 통제와 정책의 거듭되는 실패, 교사의 무기력과 교사 공동체의 붕괴, 학교교육의 한계, 지식 전달식 낡은 교수법, 유례없는 복잡성 증가, 학생들의 건강 악화, 높은 사교육 의존의 부정적 영향, 무한 경쟁과 양극화로 특징 지워진 신경제의 한계 등>이라고 생각된다. 이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거나 개발하지 못한 채 분노와 열패감을 안고 학교를 다니거나 학교를 떠나고/졸업하고 있다. 학교 시스템의 재디자인은 이런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학교제도를 재정의하고 기존의 시스템의 기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변화에 매진하는 것을 말한다.

2) 학교 개념의 확장

이제 교육이 일어나는 장소를 학교로 한정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21세기는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서 학습이 일어난다. 그래서 이제 학교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가정과 지역사회를 학습의 주요 파트너로 포함시켜야 한다. 학습의 모든 책임을 학교로 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실현가능하지도 않다. 교육비전을 위와 같이 설정할 경우, 건강과 안녕, 잠재력의 실현, 진학·취업·삶의 준비 등이 주요 교육목표로 설정되고 있기 때문에 표준화 시험을 통한 교육목표의 측정은 점점 더 타당성을 잃게 된다.

또 모든 아동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이 시작되기 이전 단계인 영유아의 발달과 교육에 대한 투자가 시급히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조기 투자 없이는 학교교육의 출발선 차이는 클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학교교육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격차를 벌일 것이다. 이런 불평등은 학교 혼자서 혹은 교육 정책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학교는 폐쇄성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문을 활짝 열고 학교-가정-지역사회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서 교육문제를 함께 책임지고 함께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식적 학습과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비공식적 학습의 통합적 접근과 관리가 필요하다.

3) 학교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력격차 완화

학력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정배경요인과 학교경험요인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주목하고 이를 크게 개선해야 한다. 가정배경 개선 요인은 일차적으로 건강, 주거환경, 부모의 돌봄 등의 열악함이고 학교경험의 개선요인은 학교가 아동의 다양한 차이를 무시하고 획일적인 교육을 하는 것 및 가정 배경, 유전적 요인이 좋은 아동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그렇지 못한 아동들은 배제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특히 불리한 위치에 있는 아동들에게는 병원의 환자 치료시스템과 같은 교육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모든 아동들에 대해 공동의 집단책임감이 강한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또 개인적 돌봄과 지도는 물론이고 예방과 보정을 위한 더 많은 시간의 확보가 필요하다. 방과후(지역아동센터 포함), 주말, 방학 때 이들을 위한 질 높은 프로그램들이 제공되어야 한다.

4)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교육을 중단할 교육 패러다임 대전환

능력주의(meritocracy)와 상대평가에 기반을 두고 교육이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이 정당하다는 인식을 거두어야 한다. 능력주의는 모든 아동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와 룰이 주어질 때, 또 이를 통해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최대한 키워줄 수 있을 때만 정당화될 수 있다.

교육의 표준화도 이젠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 어떤 내용을, 어떤 그룹에게, 어떤 수준까지 공통으로 배워야 하는지를 누가 결정하는 것이 정당한가? 동일 연령의 아동들 간에도 발달 등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는데 배울 내용과 수준을 사전에 국가가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 전인교육을 지향해야 할 때 표준화된 소수과목으로 학업성취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 다양성이 급증하는 21세기 학교교육에서 교육을 표준화하고 그 내용을 대규모의 전달식으로 지도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한가?

아울러 '도덕적 교육목적(moral purpose)의 추구'를 모든 교육자가 사명으로 받아들이는 윤리성 제고가 절실하다. 이를 통해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높은 기대 유지와 성장관점)", "격차를 줄인다"를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받아들이는 학교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5) 새로운 평가와 책무성 제도의 도입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과 역량이 필요하다. 또 평가는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기능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모두의 잠재력을 극대치로 키우기 위한 평가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자기평가, 동료평가, 교사와 멘토의 관찰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아동을 표준화 시험 성적으로 줄 세워야 한다는 능력주의에 대한 성찰과 보완 그리고 대입전형의 혁명적 변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와 대학의 집단적 사회 책임감 조성이 필요하다.

또한 학습은 학교 밖이나 사이버 공간에서 비공식적으로 일어나는 것의 양과 중요성이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학습에 비해 크다. 이런 상황에 맞는 새로운 책무성 관리 제도가 필요하다. 이는 외부서 가하는 징벌적 책무성이 아니라 '진단·평가 → 지원 강화 → 지속적 시스템의 개선' 방식의 현명한 책무성 관리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6) 학생의 다양성에 반응적인 지도와 교수법 도입

비교적 경제적으로 발전된 나라 혹은 새로운 노동력을 외국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나라의 21세기 학교에는 이주민으로 인해 인구의 다양성이 증가한다. 또 빠른 양극화 속에서 계층별 아동들의 학업 준비도도 매우 다양하다. 21세기 학교교육은 이런 다양성을 수용하고 다양성에 반응적인 지도와 교수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헬싱키 디자인 연구소(2011)가 밝히고 있는 다음 말을 한국의 학교교육이 적극 받아들이고 실천에 나섰으면 한다.

"미래 사회에서 교육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다양성에 대해 얼마나 잘 대처하며 다양한 아동들을 모두 학습에 참여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렸다."

7) 학생 중심(student-centered)의 개별화 교육 지향

최소한의 결과적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속도록 배우게 하는 붕어빵 교육(one-size-fits-all)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의 주도권을 점진적으로 학생에게로 이전해야 한다. 이는 지식전달자로서의 전통적인 교사의 역할이 학습 환경기획자, 학습촉진자, 공동학습자 등으로 바뀔 것을 요구한다. 이런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어떻게 극복하고 교사를 이런 변화의 주체로 세우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8) 학생·교사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

학생이든 교사든 신체적,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학교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교육과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학생과 교사의 신체 건강과 정서 및 정신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되어야 한다.

7. 맺음말

한국의 학교교육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사회 변화에 대해 바른 대응이 필요하다. 그 첫번째 과제가 전 국민의 열망을 담아 가슴 뛰게 하는 2030년 학교교육 비전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기필코 달성하기 위해 핵심성공요인을 도출하고 창의적인 실행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미래는 기술의 변화로 인해 저절로 특정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란 인식과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미래사회와 미래교육은 사회구성원들과 교육의 주체들이 지금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교육은 우선적으로 '이미 도착한 미래'에 충실히 대응해야 한다. 이미 도착한 미래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와 연결되어 있으며 별개가 아니다. 이미 도착한 미래에 충실히 대응하는 것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바르고 빠른 준비이기 때문이다. 셋째, 기존의 교육개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업시대의 유물인 기존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엇을 조금 더 잘하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닫힌 접근이다. 비전과 목표를 먼저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열린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목표중심접근인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현재의 시스템보다 더 나은 것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해결해야 할 과제 중 중요하고 실현가능한 몇 가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게 무엇일까? 한국의 학교교육이 다가오는 20년 동안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상위 20~30%를 위한 교육을 중단하고 "공정한 학습과 성장의 기회 제공을 통한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이라는 비전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를 비전으로 삼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이고 실현 가능한 과제와 전략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사회 변화에 따른 학교교육의 바른 대응'은 언제나 공유된 비전부터 세우고 배우는 내용, 배우는 방법, 평가방법을 이에 정렬시키는 일일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가슴 뛰는 2030 학교교육의 비전이 실현되는 날을 고대해 본다.

[주]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디자인 싱킹은 관찰·공감을 통해 인간(end user)을 이해한 뒤 협력(collaboration) 을 통해 다양한 대안을 찾는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와 다수의 해결책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찾는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의 반복을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디자인 싱킹은 새롭고 더 나은 방식이 존재하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이는 21세기가 마주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문제해결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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