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필리핀에는 더 많은 정치가 필요하다

파야타스라는 빈민 지역에서 다큐를 찍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와 그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로 유명한 곳이다. 도착하는 순간 전혀 다른 세상에 왔다는 것을 느꼈다. 출퇴근에 바쁜 사람들과 자동차로 정신없는 도시와는 딴판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의 다음 끼니를 찾느라 분주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쓰레기 더미를 걸어 다니는 모습. 버려진 음식을 집으며 다시 요리하면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 남자의 모습.

  • Nicky Daez
  • 입력 2016.05.17 12:08
  • 수정 2017.05.18 14:12
ⓒASSOCIATED PRESS

난 솔직히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이런 나를 무관심다거나 무식하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그런데 필리핀에 살다 보면 아무리 무관심한 사람도 정치에 촉각을 안 세울 수가 없다.

몇 달 전, 파야타스라는 빈민 지역에서 다큐를 찍었다. 산더미 같은 쓰레기와 그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로 유명한 곳이다. 도착하는 순간 전혀 다른 세상에 왔다는 것을 느꼈다. 출퇴근에 바쁜 사람들과 자동차로 정신없는 도시와는 딴판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의 다음 끼니를 찾느라 분주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쓰레기 더미를 걸어 다니는 모습. 버려진 음식을 집으며 다시 요리하면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 남자의 모습.

또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쓰레기를 뒤진다는 여자도 만났다. 그렇게 그날 장사할 물건을 찾는다고 했다. 그녀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시골에서 도시로 이사했다고 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메었다.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그녀에겐 삶은 정말 힘겨운 것이다. 우리가 만난 파야타스의 여성 대부분은 일주일당 500 페소(10 달러) 정도의 생활비로 자녀들을 돌보며 살았다.

프로덕션 회사에서 근무하며 마닐라 같은 대도시에 살다 보면 인구의 과반수가 빈곤층이라는 사실을 잊기 쉽다. 파야타스에서 경험을 통해 난 현실을 알게 되었다. 이곳 저곳을 방문하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불공평한 현실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왜 아직도 이런 일이 우리 나라에 발생하는 것인가? 왜 우리 정부는 이 문제를 고치지 못하고 있는가? 어떻게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가? 수많은 질문이 내 머리 속을 빙빙 돌았다. 뭔가 해야 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무력감에 시달렸다.

정치에 대한 내 무관심은 이제 많이 바뀌었다. 얼마 전 선거가 있었다. 국민들은 자기들이 지지하는 지도자들을 뽑았다. 그는 이상적이지 못한 지도자도 있을 수 있고, 또 가장 적합한 역할을 맡은 지도자일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람들의 높은 참여의식과 자신들의 의견을 표시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가 울릴 수 있게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나는 좀 더 정치에 관여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걸 선택했다. 교육을 받고 주거지가 있고 직장이 있는 사람이라면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의 삶을 도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선택 사항으로 보면 안 된다. 또 빈곤 제거가 정부의 책임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에게도 동등한 책임이 있다. 우리로부터 시작된다. 좀 더 창의적으로 문제를 직시하자. 상자 밖을 생각하자.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자. 직접 식물을 키우고 유지하는 법을 가르치자. 난 아주 중요한 시점에 우리 나라가 도달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어떤 미래가 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필리핀 #선거 #국제 #Nicky Daez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