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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이춘재가 "영화 '살인의 추억' 봤지만 아무 느낌 없었다"고 말했다

"불을 찾아다니는 불나방처럼 범행을 저질렀다”고도 했다.

이춘재가 증인으로 출석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이춘재가 증인으로 출석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뉴스1

30년 전 경기도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을 자백한 이춘재(57)가 법정에 나와 자신의 범행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을 봤지만, 별다른 마음의 동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2일 오후 수원지법에서 열린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53) 재심 사건 증인으로 출석해 ”복역 중 ‘살인의 추억’을 봤다”고 말했다. 윤씨 측 박준영 변호사가 ‘그때 느낌이 어땠냐’고 묻자 ”그냥 영화로서 봤다. 느낌이나 감흥 같은 건 없었다”고 답했다.

이춘재는 이날 증인석에서 범행 동기, 과정, 결과 등을 진술하면서도 마치 자신은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늘어놨다. 영화뿐 아니라 자신의 범행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거에 관심 갖고 생활하지 않았다. 얽매이지 않았고,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덤덤히 말했다.

범행 동기를 물어도 무책임한 답변을 쏟아냈다.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직도 명확한 해답을 못찾았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그랬다”고 했고, 과정에 대해서도 ”계획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냥 즉흥적인 게 많았다”며 충동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자신을 돌아보니 ”어떤 계획을 갖고 한 게 아니라 불을 찾아다니는 불나방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다”고도 했다. ”그냥 자연스러운 과정”, “멈추면 강간이 되고 진행되면 살인이 되는 것” 같은 발언이 그의 입에서 거리낌없이 흘러나왔다.

아울러 ‘대부분 살인사건이 성범죄 후 발생했는데 성욕 때문이 아니었냐’는 질문에도 ”성욕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스타킹 결박·속옷 재갈 등을 한 이유에 대해선 ”결박은 반항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재갈은 소리지르지 못하게 하려 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머리에 속옷을 뒤집어 씌운 것은 나를 못 보게 하려 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MBC 프로그램 '실화탐사대' 캡쳐

이춘재는 증인신문 내내 ”무의식 중에 했다” ”뚜렷한 목적은 없었다” ”범행 후 그대로 두고 떠났다” ”언론보도 관심이 없었다” ”(피해자 가족이 받을) 충격은 생각해본 적 없다” 등의 답변을 무덤덤하게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자신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복역한 윤성여 씨를 비롯해 피해자들에게는 ”반성하고 참회한다”며 자신의 자백으로 피해자와 가족이 ”마음의 평안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담당 재판부는 이춘재가 ‘증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법정 내부 촬영을 허가하지 않아 이춘재의 현재 모습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했다. 박모양(당시 13세)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과거 이 사건 진범으로 몰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이후 감형돼 수감 20년만인 2009년 8월 출소했다.

이춘재는 지난해 9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사건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이에 윤씨는 지난해 11월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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