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필 논란’에 휩싸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만에 다시 작성한 방명록이 눈길을 끈다. 이번에는 보다 힘줘서 쓴 흔적이 역력했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분야가 필체라는 교훈을 준다.
이준석 대표는 6월 23일 당대표 당선 이후 처음 제주를 찾았고, 제주4·3평화공원에서 희생자 넋을 기렸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다시 찾아뵈었습니다. 아픔이 완전히 치유될때까지 더 노력하고 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썼다. 지난 6월 4일 같은 장소에서 방명록을 남겼다가 악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지 20일 만이다.
이준석 대표의 필체 논란은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이준석 체제에 비판적인 이들이 이 대표의 악필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민경욱 전 의원은 지난 14일 이 대표가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남긴 방명록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뒤 조롱 섞인 비판글을 올렸다.
민 전 의원은 이 대표의 방명록 사진을 함께 올리면서 ”이 글이 ‘내일들 룬비하는 대탄민국든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딪지 닪민늡니다’라고 읽힌다”고 비아냥거렸리며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했다. 옛 선조들은 사람이 쓴 글씨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세 번째 기준으로 쳤다”며 이 대표의 필체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세대, 컴퓨터 세대 글씨체는 원래 다 이런가. 그렇다면 죄송하다”면서도 “이 글은 비문까지는 아니더라도 굳이 숭고한 희생의 헌신과 주체를 빼놓은 게 어딘가 모자라고 많이 어색한 문장이다. 도대체 누구의 희생을 말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을 주어로 썼는데 그런 어법은 외국을 방문한 대통령이나 쓰는 어법”이라며 “지금 이 젊은이는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다.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쓴 젊은이의 단 한 문장이 이렇게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번 방명록에서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쓰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글씨도 좀 더 크면서 선명해지고, 글자마자 힘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필체는 대동소이했다. 악필은 한번 굳어지면 노력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고치기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나연 : nayeon.k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