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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17일 16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5월 17일 20시 44분 KST

"초콜릿 집어먹는 손모양이 '남혐' 제스처?" : 재재에게 가해진 페미니즘 백래시는 '강남역 사건' 5주기에 벌어졌다

'남성 혐오'란 과연 존재하는 현상인가?

백상예술대상에 참석한 재재
"초콜릿 집어먹는 손모양이 '남혐' 제스처?" : 재재에게 가해진 페미니즘 백래시는 공교롭게도 '강남역 사건' 5주기에 벌어졌다. '남혐'이란 과연 존재하는 현상인가?

‘연반인’ 재재(본명 이은재)가 시상식에서 초콜릿을 집어 먹었다는 이유로 황당무계한 ‘남혐 논란’에 휩싸였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3일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재재가 ‘남성혐오’ 제스처를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SBS 유튜브 ‘문명특급‘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성 부문 예능상 후보로 오른 재재는 단상에서 초콜릿을 꺼내 유머러스하게 먹었는데, 이때 초콜릿을 먹는 손 모양이 남성을 비하할 때(‘한국 남성은 소추’라는 걸 뜻할 때) 쓰이는 손 모양과 비슷하다는 추측이다. 

이들은 재재가 평소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해온 것을 문제 삼으며 이 제스처가 의도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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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집어먹는 손모양이 '남혐' 제스처?" : 재재에게 가해진 페미니즘 백래시는 공교롭게도 '강남역 사건' 5주기에 벌어졌다. '남혐'이란 과연 존재하는 현상인가?

그러나 이는 페미니즘 백래시(페미니즘에 반발하는 공격)에 불과하다. 우선 ‘남성혐오‘는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 개념이다. 남성혐오와 여성혐오는 현실에서 대칭적으로 쓰일 수 없다. 남성혐오는 ‘한남’ ,‘소추’ 같은 단어 때문에 단지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나온 용어지만, 여성혐오는 여성의 생명이 위협받고 안전을 담보받을 수 없는 현실에서 나왔다.

현실에서 여성은 여성을 때리거나 숨지게 만드는 범죄, 여성과 강제로 관계를 맺거나 그를 빌미로 비동의 촬영물을 찍고 유포하는 일에 일상적으로 시달린다. 반면, 소위 ‘남성혐오’로 인한 범죄는 희귀할 정도로 미미하다. 2015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강력 범죄 피해자 중 84%는 여성이었다. 

한겨레
강남역 사건 5주기 온라인 추모공간 누리집

또한, 수백 년 간 지속돼 온 여성혐오를 고작 몇 년 미러링(비슷한 방식으로 돌려줌)했다고 해서 그것을 똑같이 ‘남성혐오‘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손 모양을 두고 무분별한 억측으로 여성 연예인을 공격하는 것은 또 다른 ‘여혐’이라는 반박 또한 나온다.

최근 방송인 박나래씨가 유튜브 예능에서 남자 인형에게 부적절한 묘사를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까지 당하는 등 과도한 처벌을 당하고, 지에스(GS)와 경찰청 홍보물의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남성 비하’의 의도를 담아 제작됐다는 주장 역시 페미니즘 백래시에 해당한다. 재재의 황당한 ‘남혐 논란‘은 오늘(17일)이 ‘강남역 사건’ 5주기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할 뿐이다. 

페미니즘 백래시에 속하는 'GS 25' 홍보포스터와 '박나래 인형 논란'
 "초콜릿 집어먹는 손모양이 '남혐' 제스처?" : 재재에게 가해진 페미니즘 백래시는 공교롭게도 '강남역 사건' 5주기에 벌어졌다. '남혐'이란 과연 존재하는 현상인가?

강나연 : nayeon.k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