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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노비도 저렇게 일 안했다" 아내 홍윤화와 가사일 분담한 김민기한테 개그맨 권재관이 던진 안 웃기고 부적절한 말

택배 박스 정리? 분리수거? 장보기? 전업주부들은 매일 하는 일입니다만...

가사일과 육아는 부부가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가사일과 육아는 24시간 끝없고, 결혼이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종속되는 계약이 아니다. 두 사람이 만나 운명공동체를 이루는 게 결혼이다. 가사와 육아를 두고 남편이 아내를 ‘돕는다’는 표현조차 잘못된 이유다.

현실은 아직 후진적이다. 여성은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관습적으로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시부모 봉양 의무까지 떠안는다. 현실에서 결혼한 여성은 대부분 남성에게 종속되며, 노예처럼 부려져도 경제적 보상 따위 없다. 그래서일까. 요즘 20-30대 여성들은 ‘비혼’을 부르짖는다.

'옛날 노비도 저렇게 일 안했다' 아내 홍윤화와 가사일 같이 하는 김민기 보며 동료개그맨 권재관이 한 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옛날 노비도 저렇게 일 안했다" 아내 홍윤화와 가사일 같이 하는 김민기 보며 동료개그맨 권재관이 한 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인스타그램 / JTBC 1호가 될 순 없어

7월 4일 방송된 JTBC ‘1호가 될 순 없어’(이하 ‘1호가’)에서 개그맨 김민기가 아내 홍윤화와 함께 가사분담하는 모습을 보고 동료개그맨 권재관이 ”옛날 노비도 저렇게 일하지 않았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대단히 부적절하다. 물론 방송에서 김민기-홍윤화는 웃음을 유발하려고 일부러 가사일을 일부러 과도하게 설정한 것으로 보이며, 권재관 역시 웃자고 한 소리일지 모른다.

문제는 현실에서도 여성들이 24시간 가사와 육아의 굴레에서 고통받을 때, 명백히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할 땐 침묵하거나 방관하던 사람들이 남성이 여성과 함께 가사일을 하며 조금만 지친 모습을 보이면 꼭 ‘노예처럼 일한다, 착취당한다’ 같은 소리를 한다는 것.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남성이 가사나 육아할 경우  ‘최고의 남편’, ‘애처가‘ 같은 표현으로 그를 ‘올려치기’할 가능성이 크다.  

'옛날 노비도 저렇게 일 안했다' 아내 홍윤화와 가사일 같이 하는 김민기 보며 동료개그맨 권재관이 한 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옛날 노비도 저렇게 일 안했다" 아내 홍윤화와 가사일 같이 하는 김민기 보며 동료개그맨 권재관이 한 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

이날 방송된 ‘1호가’에서 홍윤화는 김민기에게 줄 술 냉장고를 비롯해 여러 물건을 주문했다. 대문 앞에 쌓인 택배를 본 김민기는 “14년째 같지만 아직 널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두 사람은 택배 언박싱을 했고, 홍윤화는 상황극을 하며 김민기에 박스 정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손이 큰 홍윤화가 주문한 많은 택배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주류 냉장고였다. 애주가 김민기를 위해 구매한 상품이었다.

그 외에도 김민기는 수많은 택배를 뜯으며 박스 정리를 했고, 스스로 ‘나는 행복하다, 이런 말을 안하면 난 결혼생활 할 수 없어. 이런 말로 세뇌해야 해’라며 현타가 온 듯 자작극 노래를 불러 웃음을 유발했다. 이때 홍윤화가 옆에서 응원만 하자 패널들은 이유를 물었고, 홍윤화는 “서로 잘하는 걸 하자고 합의했다, 난 요리, 오빠는 정리를 담당하기로 했다”며 두 사람이 명확한 가사분담에 합의했음을 밝혔다.

이 모습을 본 패널들은 “윤화가 언제까지 예쁠 것 같냐”며 궁금해 했고, 이에 홍윤화는 “오빠는 나이가 들어서 오빠가 저를 무뚝뚝하게 대하면 속상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해 김민기의 애정을 전했다. 박미선은 “옛날보다 사랑스러운지 궁금했다, 둘이 그냥 부럽다”고 말하며 홍윤화를 향한 김민기의 사랑에 감탄했다. 하지만 권재관은 김민기를 보며 “너 정확히 말해서 사육당하는 거다. 훈련 받은 거다”라고 말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택배 물량이 좀 많긴 했다. 김민기가 ”나 너무 힘들다”며 지친 모습을 보이자 홍윤화는 처음에는 “아직 정리할게 더 남았다, 나도 응원할 생각에 더 힘들다”며 농담으로 받아쳤지만, 나중에는 지친 남편을 대신해 홍윤화가 택배 정리를 도맡았다.

김민기가 베란다 정리는 지금 못하겠다며 포기를 선언하자 홍윤화는 김민기에게 분리수거를 부탁했고, 김민기는 분리수거를 하고 돌아왔다. 김민기는 분리수거를 마친 후 지친 내색을 보였으나, 아직 가사일은 남아 있었다. 바로 장보기. 이만큼 가사일이라는 게 끝없다. 전업주부의 고충을 뼈저리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홍윤화는 김민기를 위해 “먹고싶은 걸 해 주겠다”고 말했다. 홍윤화는 평소에도 요리를 잘하며, 남편 식사를 매우 잘 챙기기로 유명하다. 아침에도 김민기를 위해 LA갈비를 비롯한 25첩 반상을 차려내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메뉴로 카레를 택했다. 카레야말로 간단하게 인스턴트로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직접 요리를 해주겠다며 홍윤화는 김민기를 챙겼고, 두 사람은 식재료를 사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서 카레 재료 외에도 다른 물품들을 사면서 점점 카트가 무거워지자 김민기는 “쇼핑이 이렇게 힘들었나, 괜히 따라왔다, 그냥 시켜먹을 걸”이라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굳이 첨언하자면, 원래 가사일 중 쉬운 건 없다. 많이 걷고, 많이 들어야 하는 장 보기조차 결코 녹록지 않다. 김민기는 이날 하루 무거운 짐을 들며 힘들다고 불평했지만, 전업주부들은 매일매일 그 일을 한다.  

'옛날 노비도 저렇게 일 안했다' 아내 홍윤화와 가사일 같이 하는 김민기 보며 동료개그맨 권재관이 한 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옛날 노비도 저렇게 일 안했다" 아내 홍윤화와 가사일 같이 하는 김민기 보며 동료개그맨 권재관이 한 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JTBC 1호가 될 순 없어

홍윤화가 산 물건은 대부분 김민기가 좋아하거나 김민기를 위한 것이었다. 김민기는 “소비에 너무 대책과 계획이 없다”면서도 ”그런데도 뭐라 말을 못하겠는 건 이게 다 날 먹이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필 배달이 안 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에 당황한 두 사람. 무거운 물건 중 일부는 제자리에 갖다 놓고 일부는 낱개로 분리해 가방에 넣었다.

문제의 발언은 이때 나왔다. 권재관이 마트에 들어갈 때와 달리 짐을 한가득 든 김민기를 보며 ”너 진짜 눈물 잘 참는구나. 옛날에 노비도 그렇게 일을 안 했다. 노비도 저렇게 일 시키면 다 도망간다”고 말한 것.

집으로 돌아온 김민기는 “오늘 쉬는 날인데, 짐 정리한 기억 뿐이다”며 지친 모습을 보였고, 스튜디오에서 이를 보던 패널들은 폭소하면서도 “일을 또 시켜, 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기에게 “솔직히 윤화의 응원이 힘이 솟아 나냐”고 질문한 뒤 김민기가 “재밌다”고 답하자 “재밌긴 뭐가 재밌냐, 세상에 이렇게 슬픈 드라마가 없다”고 말해 권재관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자아냈다. 

 강나연 : nayeon.k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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