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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7일 10시 07분 KST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기업 결합을 사실상 반대하면서 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결합하면 시장 점유율 93%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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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K-스타트업 위크 컴업 2019'에 참가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왼쪽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결합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면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에 대해 자회사인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내용을 포함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DH가 2012년 설립한 요기요는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 2위 업체다. 2015년 업계 3위인 배달통을 인수한 DH가 업계 1위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마저 최종 인수하면 독과점에 따른 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10월 기준, 배달의 민족(63.2%)과 요기요(28.5%)·배달통(1.2%)의 합산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93%에 달한다.

 

DH ”공정위 결정 동의할 수 없다” 반발

현재 DH는 공정위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요기요를 팔고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 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DH는 지난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들의 고객 경험을 향상하려는 DH의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고 음식점 사장님과 라이더, 소비자를 포함한 지역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DH는 배달의민족 인수하면서 ‘음식 배달 시장에서의 생존과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을 내세웠다.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DH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DH는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식품·책·전자제품 등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네이버·쿠팡 같은 대형 IT기업이 경쟁자”라고 밝힌 바 있다.

‘배달 시장 점유율이 90%가 넘는다’는 비판에 관해서는 ”변화가 심한 시장이다. 인수는 이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다”며 ”기업 합병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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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기업 성공 모델 정부가 가로막아서야” 반대도

업계에선 2009년 오픈마켓 시장 1·2위였던 이베이(옥션)와 지마켓의 기업결합에서 공정위가 “3년간 판매 업체 수수료를 올릴 수 없다”는 조건을 걸고 허가한 것과 비교해 이번 방침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e커머스 시장 2위 옥션을 운영하는 미국계 기업이었고, 업계 1위 지마켓은 토종 e커머스 업체로 옥션과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와 마찬가지로 토종인 업계 1위가 2위인 외국계에 먹히는 구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서 외국기업에 자회사를 매각하라고 한 결정은 본적이 없다”며 ”옥션과 지마켓 기업결합 심사 때도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80%를 훌쩍 넘었으나 매각 결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DH가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포기할 경우 공정위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토종 유니콘’의 성공 모델을 입증한 배민의 혁신을 공정위가 가로막는 구조가 향후 혁신 기업 발전에 발목을 잡는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DH는 지난해 인수합병 계획을 밝히면서 우아한형제들 기업 가치를 4조7500억원으로 평가했다.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의 경우 인수합병 이후 DH와 우아한형제들이 싱가포르에 세우는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 회장직을 맡아 아시아 11개국 배달 사업을 이끌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