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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와 롯데칠성이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여달라는 초등학생 손편지에 직접 답장을 보냈다 (영상)

“라벨에 접착제를 조금만 붙여달라” “뚜껑과 몸체의 플라스틱 재질이 같게 해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를 담았다.

강릉 연곡초 학생들이 롯데칠성음료에 보낸 손편지.
강릉 연곡초 학생들이 롯데칠성음료에 보낸 손편지. ⓒ한겨레/연곡초 제공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된 음료 용기를 100% 수거해 재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내년에는 라벨(상표띠) 분리가 쉬운 코카콜라를 선보이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ㅡ 코카콜라코리아

 

“포장재 제조업체, 재활용업체, 지자체, 정부와 협력해 포장재와 재활용 체계를 개발·개선하고 있습니다. 롯데칠성에서 재활용이 쉬운 플라스틱병을 만들고, 국민은 올바른 분리배출을 해 재활용이 잘 되는 사회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ㅡ 롯데칠성음료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로의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는 포장재 사용 금지 등 미비점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ㅡ 환경부

 

이달 초 국내 탄산음료 시장의 절대강자인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코리아가 각각 보낸 손편지가 강원도 강릉 연곡초등학교에 도착했다. 편지에는 플라스틱 음료수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는 두 회사의 약속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계획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롯데칠성과 코카콜라 담당자가 직접 쓴 손편지였다. 재활용 정책을 책임지는 환경부도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대기업과 정부 부처가 전교생 188명의 작은 초등학교에 이런 약속을 한 데는 ‘플라스틱 음료병의 재활용률을 높여달라’는 이 학교 학생들의 간절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궁금해서 만나봤다. 어떤 학생들일까. 12월17일 ‘한겨레’는 연곡초 학생 15명을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연곡초 4~6학년 학생 30여명은 지난 10월19일 ‘재활용이 쉬운 플라스틱병을 생산해달라’는 내용으로 손편지를 써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코리아, 해태음료, 환경부에 보냈다. 학교 어린이회(학생회)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개선을 위한 행사를 열자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일을 벌인 것이다. 편지에는 “플라스틱병과 재질이 다른 상표 띠 및 뚜껑은 몸체와 함께 버리면 재활용률을 떨어뜨린다” “라벨에 접착제를 조금만 붙여달라” “뚜껑과 몸체의 플라스틱 재질이 같게 해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를 담았다.

편지를 보낸 이유를 물었다.

“거북이 코에 빨대가 박힌 모습이나 태평양의 쓰레기 섬을 수업 자료로 봤는데 충격적이었어요.”(고윤태)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고 재활용에 큰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뉴스에서 봤어요.”(조예원)

지난 10월 교실에 모여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코리아 등 음료제조 기업에 보낼 편지를 쓰는 강릉 연곡초등학교 학생들.
지난 10월 교실에 모여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코리아 등 음료제조 기업에 보낼 편지를 쓰는 강릉 연곡초등학교 학생들. ⓒ한겨레/연곡초 제공

코로나19도 학생들을 움직이게 한 동력이 됐다. 손 쓸 수 없는 재난으로 일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한 학생들은 환경오염으로 또다시 비슷한 고통을 겪을까 봐 두려워했다고 한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쓰잖아요. 나중엔 환경이 파괴되고 공기가 나빠져서 또 마스크를 쓸까 봐 걱정이에요.”

학교에 가는 날이면 종일 마스크를 쓰느라 답답했다던 고윤태군은 이런 걱정을 털어놨다.

“지금 학생들은 마스크를 끼고 등교해서 짝꿍도 없이 외딴 섬처럼 수업을 들어요. 점심시간에도 말 한마디 못하고요. 큰 재앙 이후의 변화가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학생들의 편지쓰기를 지도한 교사 김은영(24)씨의 설명이다.

ⓒJag_cz via Getty Images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예측 불가능한 미래 사이에서 학생들이 택한 당장의 할 일은 기업과 정부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회사에 편지를 보내면 라벨이 덜 붙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병 색깔도 투명색이 아니면 재활용이 어렵다고 하니 투명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오세비)

“접착식 말고 라벨과 플라스틱병 사이에 구멍을 크게 만들어주면 좋겠어요.”(채서윤)

코카콜라코리아, 롯데칠성음료, 환경부가 강릉 연곡초에 보낸 답신
코카콜라코리아, 롯데칠성음료, 환경부가 강릉 연곡초에 보낸 답신 ⓒ한겨레/연곡초 제공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월 플라스틱병 몸체에서 상표 띠를 제거한 먹는샘물을 출시했다. 상표 띠를 아예 없애거나 비접착식으로 바꾸는 기업들의 시도도 속속 보인다. 환경부는 상표 띠가 붙어 있지 않은 먹는샘물과 병 몸체 대신 병마개에 상표 띠를 부착한 먹는샘물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먹는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 개정안을 지난 4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먹는샘물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들은 페트병 겉면에 부착된 상표 띠를 제거한 채로 제품을 생산하는 게 가능하다. 다만 먹는샘물의 품목명과 제품명, 유통기한, 수원지, 영업허가번호 등 의무표시사항들은 별도로 표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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