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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03일 17시 45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2월 03일 17시 46분 KST

"문 걷어차며 'X 같네'" 기안84가 또다시 문재인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부동산 풍자'를 선보였다

의도했든 아니든 현재 ‘복학왕’ 댓글란은 현 정권 비판으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뉴스1
기안84

웹툰 작가 기안84가 연재 중인 ‘복학왕’을 통해 대한민국 부동산 과열 분위기를 신랄하게 풍자하면서 연일 이슈와 논란을 만들고 있다. 웹툰 독자들은 부동산 문제를 거침없이 다루는 기안84 작품에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통쾌하다”는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현 정권을 비판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 ”불편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이 과정에서 기안84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주변을 연상케 하는 작법으로 갈등을 계속 끌어가는 양상이다.

 

문 걷어차며 “귀족·노예 가른 건 아파트”

2일 네이버 웹툰에는 ‘복학왕’ 329화 ‘입주 2화’가 올라왔다. 이번 편 역시 지난 편에 이어 문제적 장면이 등장했다. 등장인물 중 가파른 집값 상승에 좌절하는 역으로 나오는 김남정이 아파트 입주에 들뜬 주인공 집 현관문을 걷어 차며 “누군 앉아서 10억 벌고, X 같네!!”라는 대사를 내뱉는 대목이다.

이어 복학왕은 ″똑같은 신분에서 한 명의 귀족, 한 명은 노예. 그것을 결정한 것은 직업도 아닌 아파트였다”라고 전한다. 집을 소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극명하게 가르는 이분법 속에서 김남정이 문을 걷어차는 장면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중이다.

네이버 웹툰
기안84 웹툰 '복학왕'

 

한 달 500만원 벌어도 집값 상승 앞에서 머리 찧는 김남정

한 주 전 공개된 복학왕 328화 ‘입주 1화’에서도 문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 등장했다. 배달 일로 한 달에 500만원이라는 제법 큰 돈을 벌어 들인 김남정은 자신이 열심히 일하는 사이 부동산 가격이 1억 원 이상 올랐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갑자기 길바닥에 쓰러져 머리를 찧는다. 이 장면을 두고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이른바 대깨문(머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연상케 한다며 설왕설래가 오갔다.

지나친 억측만은 아닌 이유가 있다. 기안84는 지난해 10월 같은 작품에서 등장인물이 보름달을 가리키는 가운데 “가끔은 기가 막힌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도 집 살 길은 보이지 않는 게”라는 대사를 등장시켰는데, 이때 등장한 ‘달’ 역시 문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오브제였기 때문이다.

 

네이버 웹툰
기안84 웹툰 '복학왕'

‘대통령 비판’ 설왕설래에 가려진 ‘복학왕’의 진짜 폭력

기안84가 현직 대통령을 비판했느냐 아니냐는 소모적 논쟁이다. 거기에 가려진 더욱 중요한 문제는 바로 기안84가 공공임대주택을 묘사하는 방식이었다. 복학왕 326화 ‘청약 대회 마무리’ 편에는 행복주택·임대주택에 관해 “선의로 포장만 돼 있을 뿐 난 싫어. 그런 집은 늬들이나 실컷 살라구”라며 칼을 들고 소리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기안84는 임대주택을 곳곳에 금이 가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같이 낡고 초라한 모습으로 그려냈다.

이쯤 되면 그가 복학왕에서 대변하고자 하는 집단은 꽤 분명하다. 김남정과 같이 ‘집 없는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함에도 가파른 집값 상승에 좌절 중인 3040 세대, 그들에게 복학왕이 그리는 ‘부동산 풍자’는 분명 사이다와 같은 쾌감을 준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기안84가 절대 공감할 수 없는 곳에 매번 임대주택 공고가 뜨기만 기다리며 그 속에서 희망을 만들려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기안84 ‘복학왕’은 그 자체로 충분히 모욕적이고 폭력적이다.

 

네이버 웹툰
기안84 웹툰 '복학왕'
기안84 웹툰 '복학왕'

기안84는 지난해 8월, 복학왕에서 여성이 성 상납을 통해 취직에 성공한 에피소드를 선보여 논란이 됐고, 결국 사과했다. 이후 복학왕은 완전히 주제를 틀어 ‘부동산’ 문제에 집중하는 쪽을 선택했고, 매주 성공적인 스코어를 기록 중이다.

기안84 웹툰을 작품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지나치게 정치화해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최근 ‘복학왕’ 댓글란은 정치 관련, 그중에서도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악의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지금 복학왕은 현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땔감으로 전락했을 뿐, 만일 작가의 의도라면 성공일 것이고, 아니라면 기만이다.

김임수 에디터 : ims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