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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 인터뷰] 권인숙 의원이 말하는 낙태죄 전면 폐지와 디지털 성범죄,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사용법

권인숙의 후예들은 'N번방'과 맞서 싸우며 성취를 이뤄냈다. 이제 국회가 답할 차례다.

  • 김임수
  • 입력 2020.12.17 15:30
  • 수정 2020.12.18 13:53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허프포스트코리아와 인터뷰를 가졌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허프포스트코리아와 인터뷰를 가졌다.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66년간 유지돼온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해가 바뀌고, 국회 원 구성이 달라졌으며 전 세계 코로나 바이러스가 휘몰아쳤음에도 국내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더니 곧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마저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낙태죄는 여전히 그대로인 채, 헌법재판소가 정한 입법 시한(12월 31일)을 이제 2주 남겨 놓았다.

사실 생물학적 남성으로서 낙태죄 폐지 문제와 관련해 가장 최선은 침묵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지난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고, 이미 사문화 된 법인데 어련히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난 8일 공청회를 지켜보면서 깨달았다. 낙태죄는 그리 쉽게 없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김남국 의원과 정의당 간 갈등처럼 어이없는 일에 관심이 집중됐을 뿐, 졸속으로 열린 데다 생산적인 논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공청회였다.

낙태죄 폐지 키를 쥔 180석의 더불어민주당, 그중 가장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권인숙 의원을 만난 건 그래서였다. 낙태죄 폐지 입법안은 이제 그의 손을 떠났지만, 앞으로 남은 일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는 여전히 50대 남성이 주류인 국회를 20~30대 여성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좀 더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국회가 기계적 균형 맞추려 여성 목소리 외면하고 있다”

- 낙태죄 대체입법 관련해 지난 8일 법사위에서 공청회가 열린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다. 공수처법, 검찰개혁, 필리버스터 등에 파묻혀버린 느낌이다.

= 관심이 집중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다. 공청회에서 국민의힘 쪽 진술인들이 가장 극우적 입장에서 정부안보다 한참 후퇴한, 헌법재판소 결정과도 무관한 발언을 쏟아냈다. 가령, 친족 간 임신으로 인한 낙태 허용 범위조차 넓다거나, 이런 발언들이 좀 더 이슈화 됐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 공청회를 잠깐 봤는데,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라도 낙태죄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발언에 귀를 의심했다.

= 국민의힘 쪽 진술인 발언을 들으며 개인적으로 고민스러웠다. 이게 정말 대한민국의 현재 지형일까, 그들을 불러들인 야당 의원들 생각이 정말 저런 것일까 하는. 분명한 것은 이 문제에 직접 당사자인 일반 여성의 목소리와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와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에 복잡했다. 

- 특정 종교단체 발언이 과잉 대변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긴 하다.

= 여론조사를 봐도 낙태 비범죄화에 대한 남녀 인식 차이도 별로 없고 대략 70% 이상은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공청회 당시 질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역시 기본적으로는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질문한 분들이 많았다. 

- 그럼에도 낙태죄 폐지 논의는 왜 지지부진한가.

=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 문제다. 보건복지부 안에서나 이번 공청회처럼 국회 안에서 균형을 맞춘다는 이유로 프로 라이프 같은 특정 단체에 속한 이들의 발언을 경청하면서 실제 당사자인 20대 여성들이 목소리와 똑같은 비중으로 두는 것인데, 저로서는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현재 낙태죄 관련 형법·모자보건법 개정 논의는 세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낙태 허용 범위를 넓히되 전면 폐지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정부안, 또 하나는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권인숙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이다. 이와 대척점에서 태아의 심박동이 존재하는 시점인 6주(최대 10주)를 기준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있다. 이번 공청회는 이 법안들을 모두 놓고 가장 균형 있는 안을 도출하겠다는, 결국 전면 폐지와 요원해 보이는 국회의 생각이 돌출된 사건이라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

 

“낙태가 범죄이든 비범죄이든 해야만 하는 여성들이 있다”

- 지난 9월, 정부안에 여성들이 크게 분노했다. 한편으로는 전면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나름의 중재안을 도출한 것은 아닌가.

= 이번 공청회 때처럼 기계적 균형이다. 형법상 낙태죄가 사문화된 법이라는 것은 모두가 동의한다. 이런 법안에 새로운 조항을 집어넣어 생생하게 살려 낸다는 것, 이를 통해 낙태는 여전히 범죄라는 전제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낙태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 아둔한 질문이지만 하겠다. 낙태죄는 왜 폐지되어야 하는가.

= 몇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일단 낙태라는 행위가 범죄이든 비범죄이든, 해야만 하는 여성들은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고민과 판단을 국가가 범죄라고 규율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이 도대체 무엇인가. 정부 안에서 언급하는 ‘숙고’, ‘상담을 통한 확인’과 같은 개념 자체가 여성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 여성의 건강권 문제와도 직결된다.

= 요즘 지방에는 산부인과가 거의 없다. (정부안대로) 24주 수주 제한을 둔다면 청소년과 정신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의 낙태가 범죄화될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5개월까지도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10대 청소년들이 많다.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이 임신중지를 빠르게 결정하고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해외 사례를 봐도 임신중지를 의료행위로서 인정하고 여성의 판단을 지지하고 돕는 국가일수록 중기 이후 낙태 횟수가 적다.

- 입법 기한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해를 넘기면 현재의 낙태죄가 사라지는 셈인데, 이럴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나.

= 낙태죄의 형법상 실효성이 사라지고 그와 연관된 모자보건법상 제한 조치들도 없어진다. 이러한 입법 공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모자보건법상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이슈들이 있다. 먹는 낙태약인 미프진 허용을 위해서 입법이 필요하고, 임신중지 여성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문제, 상담 기능 활성화 등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 과정에서 20대 권인숙은 거대한 권력에 맞서 세상을 바꾼 하나의 이름이었다. 그 시절 낡아빠진 노동 환경, 인권 문제를 혁파하고자 가짜 이름으로 제조회사에 위장 취업했고, 이후 체포돼 악명높은 성고문을 당했다. 이어진 ‘권양’의 용기있는 선택은 커다란 상징이 됐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재판 당시 권인숙 의원과 변론을 주도한 故 조영래 변호사. 조영래 홍성우, 이상수, 박원순 등 이 사건 변호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훗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으로 발전했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재판 당시 권인숙 의원과 변론을 주도한 故 조영래 변호사. 조영래 홍성우, 이상수, 박원순 등 이 사건 변호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훗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으로 발전했다. ⓒ권인숙 의원실 제공

세월이 흘러 ‘권양의 후예‘들이 등장했다. 익명의 젊은 여성들은 가상의 디지털 세계에서 느슨한 연대로 성범죄에 맞섰고,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권 의원은 얼마 전까지는 이들과 같은 곳에서 목소리를 냈고, 이제 국회 안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지옥의 문을 연 악마와 같다”

- 지난 1년간 익명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강력한 처벌을 끌어냈다. 유치한 표현이지만 ‘권양의 후예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젊은 여성들이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지난 몇년 간 치열하고 처절하게 문제를 제기한 결과다. 소라넷 폐지를 시작으로 2018년 혜화역 시위, 이번 N번방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에 이르기까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여론을 만들고 세상을 바꾸기까지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

- 이 분노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 이전까지는 디지털화된 가상의 세계가 어떻게 여성의 삶을 지배하고 불안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었다. 여성들은 끊임없이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고,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소위 ‘빡쳤다’. 온라인 세계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지옥의 문이 열린 듯한 악마성을 지니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 1호 법안으로 ‘온라인 그루밍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 온라인 그루밍이라는 것은 낯설고 새로운 개념인데, 일단 여가위 안에서 위법, 범죄라는 것을 확정 지었다. 다만 실제 수사와 관련해 경찰의 위장 수사, 잠입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요소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남아있다.

-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됐으면 좋았겠다.

= 내년 2월까지는 어떡하든 이뤄내야 할 법이다. 지금까지는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어떤 행위가 이뤄져야만 범죄라고 봤다면, 앞으로는 성적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것 자체가 범죄라는 인식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63개 국가가 이미 통과시켜 시행하고 있는 법이기도 하다.

= 지난 10일부터 ‘N번방 방지법’이 시행되면서 불법촬영물, 성착취물에 대한 국내 IT 기업들의 책임이 강화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20대 국회에서 웹하드 업체 및 통신사들 삭제 의무 조치를 담은 법이 통과됐다. 앞으로 오프라인 세계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세계에서도 강력한 규제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손정우 사건과 같이 불법촬영물 유통망을 설계·기획·운영한 사람을 특별 가중처벌하는 후속 법안들도 통과되어야 한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나씨나길’ 권인숙은 어쩌다 

-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한 것 같다. 잠시 추억 여행을 하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출신, 김태희 선배다. 잘 상상이 안 된다.

= 어릴 때 일러스트에 소질이 있었다. 어떡하면 유명해질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디자이너라는 꿈이 생겼다. 2학년 때는 프랑스로 유학을 가겠다는 목표로 앙리앙스 프랑세즈에서 불어도 배우러 다니고 그랬다.

=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권인숙은 어쩌다 유학길에 오르지 않고 노동 운동에 빠져 위장 취업까지 하게 됐나.

= 그 길이야말로 가시밭길 아니었을까(웃음). 세계관이 바뀌는 계기들이 있었다. 원래 자기 중심이 강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했다. 일생 부모님 말을 들어본 적이 없이 살았다. 대학 때 운동권 친구들, 또 농촌 활동을 통해 내가 잘되는 삶이라는 게 참 의미 없다는 생각, 사회 구조 속에서 불행하고 힘든 삶을 사는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 꽉 찼었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일들을 겪게 됐지만, 그 때는 그게 자연스러운 길이었다.

- 속된 말로 ‘나씨나길(나는 XX, 나의 길을 간다)’ 스타일, 누가 시켜서 갈 수 있는 길은 절대 아니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이후 ‘작은 영웅’으로 주목받는 것이 싫었다고 말해 왔는데, 현실 정치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 이전까지는 정치하면 불행해진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세상에 내가 해야 할 몫은 어느 정도 했다는 생각이 있었고, 내 삶과 어느 정도 분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시절을 거치게 됐는데, 너무 불행했다. 정치가 사람을 이렇게까지 불행하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고, 거리를 둔다는 내 판단이 의미 없구나 깨달았다. 그 무렵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 측 영입 제안에 응하게 됐다.

- 지난 9일 21대 첫 번째 정기국회가 끝났다. 사회운동가, 교육자가 아닌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지켜본 국회는 어땠나.

= 정기국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임시국회가 시작됐고, 상임위도 계속 열리고 있다. 감상을 느낄 시간도 없이 현재를 살아야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특성이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지금 당면한 이슈를 그 시기에 맞춰 준비하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 버리고 만다. 지금은 그 호흡을 맞추는 훈련의 과정이라는 느낌이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여성들이 국회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좀 더 알 필요가 있다”

- 국회의원으로 일한 지 이제 9개월째다. 여전히 낙태죄는 폐지되지 않았고, 여론조사를 보면 젊은 여성들이 점점 현 대통령과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더불어민주당이 지나치게 주류화, 보수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여성과 노동 문제 관련해 관심을 갖고 일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2030 세대 목소리가 주류는 아니다. 우리 당 문제라기보다 전체 국회 지형이 그렇다. 여전히  50대 남성 중심 구조를 지닌 것이 국회이고, 아직까지 젊고 진보적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들어야 하는 지에 대한 감들이 성숙하지 못했다.

- 지역구 중심주의에 목소리가 묻히기도 한다.

= 사실 굉장히 큰 부분이다. 저로서는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국회 안에서 더 크게 들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여성들도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좋겠다.

-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아닐 텐데.

= 이번 낙태죄 국회 청원 10만명 돌파와 같은 일들은 의미가 컸다. 앞으로 낙태죄 폐지 등 여성 관련 의제가 있을 때 지역구 의원들에게 실질적으로 와 닿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성들이 지역구 안에서 표로 당신을 판단하겠다는 직접적인 의사 표현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보수단체들이 잘하는 일 아닌가.

= 그분들은 엄청 적극적이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여성들은 상당히 결벽증적 면모가 있고 평가가 냉정하다. 잘하면 잘한다고 대놓고 이야기를 안 하신다. 1989년 박영숙 당시 평민당 총재가 가족법 개정을 이끌어 낸 일이 있었다. 아들, 딸 차별을 막고 유산 균등 상속 등을 담은 대한민국 여권 신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법이었다. 훗날 말씀하시기를 여성계에서 고맙다는 전화가 한 통도 안 왔다고, 그런 식이다.

- 여성들이 좀 더 조직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

= 직접 접촉, 직접 반대와 같은 행위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우리 사회 진보적 의제에서 등 돌릴 수 없는 정당이다. 물론 비판도 의사 표현의 한 방식이지만 그것만으로 행동을 끌어낼 수 없다. 여성들이 국회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좀 더 알고, 가장 가능성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움직여 주셨으면 한다.

- 아무래도 ‘180석’이 지닌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

= 어마어마한 것이다. 2030대 여성의 표가 국회의원 자신과 연결돼있다는 것을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이번 낙태죄 공청회에서는 보수 단체가 훨씬 세게 결집해 있다는 느낌이었다. 당 안에서 낙태죄 폐지 등 여성 의제가 지닌 대의에 동의하지 않을 분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이고 법안 때문에 못 살겠다, 어떡하든 이번에 통과시키자고 하는, 그 느낌이 굉장히 중요하다.

- 여성 비례대표 의원들은 후원금도 잘 안 모이지 않나.

= 한참 안 찼다. 아무래도 남자 의원들과 인맥을 형성하는 규모도 다르고.

- 권인숙 의원실 곳간이 비었다니요!

= 절대적 후원자 수가 적지는 않다. 지금은 검찰개혁을 이야기해야 돈이 모인다. 그런 분들이 훨씬 결집돼 있고, 그런 목소리가 당을 움직인다. 여성들을 중심으로도 그런 움직임이 만들어진다면 대한민국은 더 빨리 바뀔 것이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흔히 국회의원 300명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다들 치열하고 바쁘게 움직인다. 이들의 소명을 자극해 법안을 내게 만들고 중지를 모아 통과시키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이 콧대 높은 자들의 주위를 환기하고 내 뜻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손쉬운 방법? 역시, 표와 돈이다. 낙태죄 전면 폐지의 보편타당성에 공감하고 있다면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 걸음걸음마다 돈 길을, 훼방하는 이들에게는 문자 폭탄을 날려주는 것은 어떠신가.

에디터 역시 내년 연말정산에서 10만원을 돌려받기로 했다.

김임수 에디터 : ims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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