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최민정과 김아랑 등 동료선수를 폄하하고, 락커룸에서 녹취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지는 일이 있었다.
심석희와 국가대표팀 C코치가 개인적으로 나눈 대화라 C코치가 이 내용을 유출한 건 아닐까 의심이 증폭되는 상황이었데, 놀랍게도 이를 유출한 사람은 심석희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10월 14일 중앙일보는 성폭행 혐의로 수감 중인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와 C코치가 대화한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진정서 형식으로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보냈다고 보도해 충격을 안겼다.
조재범 측 변호인은 1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메시지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보내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당사자(조 전 코치)가 보낸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재범 전 코치는 대체 심석희와 C코치가 사적으로 대화한 내용을 어떻게 확보한 걸까? 중앙일보에 따르면 조재범 전 코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심석희와 C코치의 메시지를 심석희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피고인은 재판 중에 방어권 차원에서 수사기관으로부터 얻은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제3자에게 유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조재범 전 코치는 수사기관이 심석희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한 결과를 피고인으로서 열람했다가 이를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에 보냈고, 이후 이 내용이 최초 보도한 디스패치 등 언론에게까지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메시지에는 앞서 공개됐다시피 심석희가 대표팀 동료 최민정, 김아랑 등을 비하하는 내용, 1000m 경기에서 최민정과 고의로 충돌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내용, 락커룸에서 녹취를 시도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조재범 코치가 불법유출한 사적인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심석희는 선수촌에서 퇴출되고 올해 대한민국체육상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고역을 치르는 중이다. 그렇다고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는 1심에서는 징역 10년 6월, 2심에서는 더 높아진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문자 메시지는 재판 과정에서 공개됐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에서 문자 메시지 내용과 성폭행 건은 별개의 내용으로 본 것”이라는 해석을 중앙일보 측에 내놓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가 만 17세이던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29차례에 성폭행, 강제추행,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조 전 코치는 미성년자이던 심석희에게 “너 오면 선생님한테 너 자신을 내놔라”, “절실함이 없네. 넌 너 자신을 버릴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성관계를 강요했고, 심석희 선수에게 남자친구가 생기자 스킨십 여부를 물으며 그를 때리기도 했다.
조재범 전 코치가 불법 유출한 메시지를 두고 지난 10일 심석희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조재범 코치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여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진천선수촌을 탈출하는 등, 당시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스스로 가진 화를 절제하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드러내며 미성숙한 모습을 보인 점은 현재까지도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나연 : nayeon.k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