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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11일 14시 23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6월 11일 16시 20분 KST

"승객들 '살려달라' 울부짖는데, 제 손과 머리가 잔해에 끼어 못 구해” 광주 54번 시내버스 기사가 전한 당시 정황

이번 사고로 9명의 시민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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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들 '살려달라' 울부짖는데, 제 손과 머리가 잔해에 끼어 못 구해” 광주 54번 시내버스 기사가 처음으로 당시 정황을 전했다.

전라남도 광주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면서 잔해물 더미에 깔린 54번 버스기사가 당시 정황을 전하는 동시에 처절한 심경을 토로했다. 

6월 11일 문화일보는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면서 잔해물 더미에 깔린 54번 버스의 운전대를 잡은 이성우(57)씨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번 사고로 9명의 시민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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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면서 54번 시내버스를 덮치는 순간. 버스는 잔해물 더미에 깔렸고, 이번 사고로 총 9명의 시민이 숨졌다.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씨는 어렵게 사고 순간을 떠올리며 “사고 직후 내 머리하고 손이 (구조물에) 딱 껴서 구조될 때까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며 “잔해에 깔렸을 때 ‘살려 달라’는 승객들의 목소리를 들었는데…이씨는 ”버스 뒤편에서 승객들이 ‘살려줘, 살려줘’ 울부짖는데, 내가 정말 미치겠더라고요….”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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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면서 잔해물 더미에 깔린 54번 시내버스. 이번 사고로 총 9명의 시민이 숨졌다. 

버스기사가 사고 당시 버스 안 상황을 밝히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날 버스에는 모두 17명이 탑승해 있었고, 뒤편에 있던 승객들이 주로 숨졌다. 버스기사 이 씨는 버스에 깔린 지 1시간 정도 만에 구조됐고,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후 지금은 일반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송 당시에는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현재 회복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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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면서 잔해물 더미에 깔린 54번 시내버스가 이송되는 모습. 이번 사고로 총 9명의 시민이 숨졌다. 

이씨의 아들 이세기(27) 씨도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아버지는 상반신에 전체적으로 골절을 입었고, 귀 안 연골이 찢어져 뇌출혈도 진행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어제(10일) 아버지가 정신을 잠깐 차리셨을 때 뉴스를 통해 처음 사상자 소식을 들으셨는데, 상심이 너무 크시다”며 “당시 상황과 무너지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고 반복해서 말씀하시며 힘들어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태”라고 토로했다.

사고는 9일 오후 4시22분쯤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내려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발생했다. 숨진 9명은 모두 버스 뒷자리에 앉아있던 승객들로 건물 잔해들이 차량 뒷좌석 쪽을 먼저 짓누르면서 무너져내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중상을 입은 8명도 모두 해당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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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인 5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면서 54번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번 사고로 총 9명의 시민이 숨졌다. 해당 건물이 붕괴된 모습. 

하지만 사고 당시 공사 현장의 관계자들은 붕괴 징후를 느껴 모두 대피한 것으로 확인돼 공분을 자아냈다. 사고 당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던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총 4명이다. 붕괴 전 작업자 4명이 건물 안과 밖에서 각각 두명씩 작업 중이었으나 이들은 이상징후를 느끼고 대피해 모두 부상을 입지 않았다. 

경찰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 굴착기 기사 등 공사 관계자 4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철거 원인 규명을 위해 철거계획서에 따라 철거가 됐는지, 공사 관계자들이 안전 규정을 준수했는지, 감리가 철거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강나연 : nayeon.k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