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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컷이니까 페미", "페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 둘러싼 낯 뜨거운 좌표 공격

혐오세력에게 '이대남'이라는 자의식 심어준 이준석부터 반성해야.

'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안산 지킴이' 릴레이 포스터/ 뉴스1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의 머리가 짧으니 페미니스트일 것이라 예단하고, 또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금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며 여성 스포츠인을 공격하는 일이 중세시대도 아닌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며, 얼마 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57년 만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다. 선진국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혼성 단체와 여자 단체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산 선수는 현재 양궁 3관왕 도전을 앞둔 올림픽 영웅이다. 오랜 기간 고된 훈련을 거쳐 피땀 흘려 딴 메달로 온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한 안산 선수를 비난하는 일이 시작된 건 국가대표 프로필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안산 선수 프로필 사진

″숏컷이니 페미다!”, ”여대 다니니 페미다!”, ”사과하라”, ”메달 반납하라” 좌표 찍고 공격

 

안산 선수가 프로필 사진에서 입은 양궁 조끼에 세월호 추모 리본이 있는 걸 보고 극우 남초 사이트에서 ‘좌파’라는 프레임으로 공격을 시작했고, 이내 안산 선수 헤어스타일이 숏컷이라는 점, 여대에 재학 중이라는 점을 근거로 ”안산은 페미니스트이므로 금메달을 박탈해야 한다”, ”페미니스트는 믿고 거른다” 같은 주장으로까지 비화됐다. 이들은 안산 선수가 과거 인스타그램에 쓴 ‘오조오억‘, ‘웅앵웅’ 같은 표현을 찾아내며 ”남혐을 했다”고 우기는가 하면, 아직 경기를 앞두고 있는 안산 선수의 인스타그램을 찾아가 욕설과 조롱이 담긴 댓글 및 DM을 남기기도 했다. 

마녀사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양궁협회에 전화를 걸거나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겨 안산 선수에게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 해명하라는 것이다. 머리가 숏컷이거나, 여대를 다니거나, ‘오조오억‘이나 ‘웅앵웅’ 등을 썼다고 해서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설령 페미니스트라고 해도 뭐가 문제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뉴스1

페미니스트는 국가대표하면 안 돼? ‘안산지킴이 릴레이’도 확산

 

페미니스트는 국가대표가 되면 안 된다는 건가? 페미니스트는 금메달리스트여선 안 된다는 건가?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추구하면서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사상이지, 남성혐오 사상이 아니다. ‘페미니즘=남혐’은 페미니즘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무지의 산물이자, 기득권을 지키고 싶어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선동 프레임일 뿐이다. ‘남혐’은 생명과 안전을 논하는 여혐과 달리 단지 불쾌하게 느껴지는 무언가일 뿐이다. 이번 일은 페미니즘이 뭔지 제대로 이해하려 들지도 않은 채 무턱대고 배척하는 정도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뉴스1

상황이 이처럼 황당하게 돌아가자 ‘국가대표를 향한 좌표 공격으로부터 안산 선수를 지켜달라’는 움직임까지 나온다. 안산 선수를 지키자는 이들은 대한양궁협회에 ▶선수를 사과하게 하지 말라 ▶절대 반응해주지 말라 ▶도를 넘는 비난에 대해 강경하게 선수를 보호하라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소셜미디어에도 ‘안산 지킴이’ 릴레이가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안산 선수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인 포스터를 공유하며 대한양궁협회에 항의전화를 하거나 자유게시판에 응원메시지를 쓰자고 독려하는 중이다. 

'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안산 지킴이' 릴레이 포스터

 ‘페미 같은’ 모습 따윈 없고, 페미니즘은 누구의 허락이 필요한 문제도 아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7월 28일 페이스북에 ”‘페미 같은’ 모습이라는 건 없다”며 ”여성 정치인의 복장, 스포츠 선수의 헤어스타일이 논쟁거리가 될 때마다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여성들도 참 피곤할 것 같다. 저도 몇 년동안 숏컷이었는데, 요즘에는 기르고 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요”라며 ”긴 머리, 짧은 머리, 염색한 머리, 안 한 머리. 각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여성이 페미니스트입니다. 우리는 허락받지 않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사진으로는 본인이 과거에 숏컷을 했던 모습을 올렸다. 외모로 페미니스트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할뿐 아니라, 페미니즘이 누구에게 허락받고 말고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까지 분명히 한 것이다. 

'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뉴스1

″혐오세력에게 ‘이대남’이라는 자의식 키워준 이준석 책임 의식 느껴야”

 

칼럼니스트 위근우 또한 인스타그램에 이번 상황을 언급하며 ”양궁협회가 펨코 성차별주의자들에게 사과하지 말라는 요청에서 끝내면 안 된다. 그동안 펨코에서 나온 헛소리에 ‘이대남‘이니 뭐니 힘을 실어주면서 그들의 자의식을 살찌워준 사람들에게, 그러니까 이준석뿐 아니라 펨코랑 소통해보겠다던 김남국 같은 사람까지 ‘너희가 만든 세상을 보라’고 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에서) 지금 올림픽 영웅에게 저런 말도 안 되는 여성혐오 중인 거고요. 그리고 69제스처(한국 남성 성기가 작다는 의미로 쓰이는 손가락 모양)가 연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사과한 GS 25, 경찰청, 최근 스타벅스에게도 따져야 한다. 답해줘선 안 될 일에 답하고, 사과한 탓에 뭐가 됐든 자기네 말을 들어줄 거란 효능감에 취한 혐오주의자들 때문에 지금 여기까지 왔다”며 ”지금 머리가 짧다는 이유 하나로 오직 올림픽에서 잘한 죄밖에 없는 국가대표 선수가 이렇게 당하는 게 이유가 있어 보이냐”고 지적했다.

″이른바 ‘남혐’ 논란으로 GS, 경찰청 등이 사과하는 동안 남초 여혐려들 우쭈쭈 떠받들어지면서 자의식 비대해져”

 

위근우는 또한 ”그동안 우쭈쭈 떠받들어지는 동안 비대해진 남초 여혐러들이 자의식이 비대하다 못해 흉한 본심이 디룩디룩한 자의식 밖으로 터져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69제스처 ‘남혐’ 논란까지만 해도 잘은 모르지만 저렇게 떠드니 뭔가 있나보다 하던 사람들도, 하다 못해 이준석처럼 거기에 숟가락 얹고 부채질하던 더러운 기회주의자도, 올림픽의 영웅 안산 선수가 단지 숏컷을 했다는 이유 하나로 저런 공격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쉽사리 동조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칼럼니스트 위근우와 생각의 궤를 같이 했다. 장혜영 의원은 7월 29일 페이스북에 ”능력주의가 세상을 구원할 것처럼 말씀하시던 분들, 그리고 세상에 2030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없다던 분들이 지금 안산 선수가 겪는 일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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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컷이니까 페미", "여대 다니니까 페미"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박탈해야 한다"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공격이 펼쳐지고 있다. 숏컷이라고 페미니스트인 것도 아니지만, 페미니스트니까 국가대표를 하면 안 된다는 발상이 더 우려스럽다. ⓒ뉴스1

장 의원은 ”평소 2030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없다는 지론을 퍼뜨리시던 이 대표에게 요청한다. 도를 넘은 공격을 중단할 것을 제1야당 대표로서 책임 있게 주장해주시기 바란다”며 ”이 문제를 침묵한다면 많은 이들은 이준석 대표가 안산 선수에 대한 과도하고 비난과 요구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나연 : nayeon.k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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