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8월 21일 09시 28분 KST

트럼프 핵심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이 국경장벽 모금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

모금액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다.

ASSOCIATED PRESS
트럼프 정부 초기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일했던 스티브 배넌이 검찰의 기소에 대해 진술한 뒤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2020년 8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66)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20일(현지시각) 체포됐다. 트럼프가 추진한 미-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모금한 돈 일부를 빼돌린 혐의다.

미 연방 뉴욕 남부검찰은 이날 배넌과 다른 남성 3명을 송금 사기와 돈 세탁 모의 혐의로 붙잡아 기소했다. 배넌 등은 2018년 12월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우리는 장벽을 세운다’라는 이름으로 모금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어떠한 보상도 챙기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십만명의 기부자들로부터 2500만달러(약 297억원) 이상을 모금했다고 한다. 그러나 배넌은 자신이 통제하는 비영리기구를 통해 이 돈 중 100만 달러 이상을 받아 상당 금액을 자신이 챙기고 수십만 달러를 전직 공군 출신인 브라이언 콜파지에게 보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배넌, 콜파지 외에 함께 붙잡힌 이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앤드루 바돌라토, 티모시 셰이다.

배넌 등 4명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모든 돈을 비영리단체와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돈을 송금하고, 이를 비밀로 하기 위해 가짜 영수증으로 위장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콜파지는 35만달러 이상을 집 리노베이션과 보트·보석 구입 등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배넌은 이날 코네티컷주의 웨스트브룩 해변에서 친구인 중국 억만장자 궈원궈이의 호화 요트에 타고 있다가 해안경비대에 붙잡혔다. 그는 이날 법정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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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대안우파'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은 백악관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등과 갈등을 빚다가 경질됐다.

 

트럼프는 이날 배넌의 체포·기소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매우 오랜 기간동안 그와 상대하지 않았다”고 거리를 뒀다. 트럼프는 배넌이 사적으로 모금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던 일”이라며 “나는 그 프로젝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게 과시 목적에서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장벽은 정부 프로젝트이어야 하고 민간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크고 복잡하다고 여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우리는 장벽을 세운다’ 그룹이 2019년 뉴멕시코주에서 연 심포지엄 행사에 참석해 이 단체를 “최고의 개인 기업”이라고 추어올리며 “다른 무엇보다도 더 잘 하고, 더 빠르고, 더 싸게 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 설립자인 배넌은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승리를 이끈 핵심 공신이다. 그는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수석전략가로 무슬림 입국 금지 등 트럼프의 국수주의적 정책을 주도했다. 다른 참모들과 충돌을 일으키고 돌출적 발언들을 하다가 2017년 8월 트럼프로부터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그는 이후에도 유럽 등지를 돌면서 극우 포퓰리즘을 지원하는 등 활동을 이어왔다.

배넌 외에도 한때 트럼프 측근이었다가 사법적 심판을 받는 이들은 많다.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유죄를 선고받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 책사 로저 스톤, 트럼프 대선 캠프 선대본부장 출신으로 은행·세금 사기 혐의로 수감중인 폴 매너포트 등이다. 트럼프의 ‘집사’였다가 등을 돌린 마이클 코언 변호사는 트럼프의 성추문 입막음용 돈 지급 등과 관련해 3년 형을 선고받았다. 코언은 다음달 트럼프의 치부를 폭로하는 책 <불충한: 회고록>을 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