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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동의 없이 몰래 콘돔을 빼버리는 걸 경험한 피해자 4명의 이야기

그는 "내가 알아서 잘 할 수 있어"라고 말했다. 빌어먹을. 장난하나?

스텔싱(stealthing)은 이성애자 남성이나 게이 남성들이 섹스 중에 상대의 합의 없이 몰래 콘돔을 벗는 행위를 가리킨다. 허프포스트에서 소개한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의 연구는 스텔싱을 경험한 사람들의 후유증을 다루었으나, 법정 대응 가능성에 주로 초점을 맞추었다.

 

브로드스키의 논문이 나오기 석 달 전, 스위스 법정은 여성을 상대로 스텔싱을 한 남성을 강간 혐의로 기소했으나, 항소 결과 강간에서 더러운 행위(defilement)로 감경되었다. 브로들리의 레일라 애타치피니는 “이 사건은 스텔싱을 강간으로 보는 선례를 남기지는 못했으나, 스텔싱을 범죄 행위로 보는 선례는 남겼다.”고 썼다.

 

허프포스트의 예전 기사에 스텔싱은 강간의 한 형태라고 반응한 독자들이 많았다. 페이스북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이기적 바람에 따라 누군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형태의 강간이다.”, “이건 강간이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브로드스키의 연구에 협조한 여성들 중에서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여성은 스텔싱이 ‘강간에 가까운 행위’라고 했다. 이 여성은 스텔싱과는 별개로 강간을 당한 경험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강간처럼] 해침을 당했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Shutterstock / discpicture

스텔싱의 경험이 어떤지, 피해자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또한 그들이 스텔싱을 성폭력으로 느꼈는지 알아보기 위해 허프포스트는 독자들의 경험담을 모았다.

 

이것을 강간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보다는 피해자들이 인정과 지지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1. 앨리스(여성, 32)

 

난 스텔싱이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도 몰랐지만, 십여 년 전 대학생 때 나보다 열 살 정도 많은 남성과 사귀었다. 그가 나와 섹스할 때 스텔싱을 했다는 걸 나는 나중에야 알고 언짢아졌다. 그는 내가 미쳤다는듯,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는듯 느끼게 만들었다. 나는 임신했고 낙태해야 했다.

 

동의 하에 했던 섹스였기 때문에 강간이나 성폭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믿을 수 없는 사람, 나를 별로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 섹스한 나의 선택이 잘못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당시 나는 정말 바보 같은 어린 여성이었다.

 

나는 파트너를 잘못 고른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자책하기만 했다. 이런 일이 여성들에게 자주 일어난다는 기사들을 읽고 난 지금은 마음이 좀 바뀐 것 같다. 지금도 그게 강간이나 폭력이라고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법적으로는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

 

 

 

2. 대니얼 (남성, 26)

 

2016년 말에 나는 잠시 샌프란시스코에 살았다. 바에서 한 남성을 만나 금세 가까워졌다. 흔히 그렇듯 자연스럽게 진전이 이뤄져 나는 그를 집에 데리고 왔다. 분위기가 너무 뜨거워지기 전에 그는 자신이 HIV+이며 바이러스가 검출되지는 않는다고 알렸다. 성인이 된 이후 나는 10개국 이상에서 HIV/AIDS 교육을 하며 생활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위험도가 낮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가 콘돔을 쓴다면 나는 괜찮았다. 그는 콘돔을 썼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콘돔을 썼고 우리는 섹스를 시작했다. 그가 내게 삽입했다. 섹스가 끝나기 전에 그는 콘돔을 벗었다. 나는 섹스가 끝날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 나는 몹시 언짢아졌고 그에게 가라고 했다. 지금도 나는 그의 성조차 모른다.

 

2월에 아주 아파져서 병원에 갔더니 HIV 양성 진단을 받았다. 내가 HIV에 감염되었을 일은 그때가 유일하다고 생각된다.

 

성폭력이나 강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침해당했다고도 느끼지 않는다. 나는 동의했고, 내가 배신당했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즐겼다. 내가 느꼈던 기분이 그것이다. 배신.

 

 

 

3. 니나 (여성, 50)

 

나는 16세 때 첫 경험을 했다. 콘돔을 썼다. 그가 콘돔을 쓰는 것을 보았다. 내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다.

 

몇 년 뒤 나는 그 남성과 다시 가까워졌다. 나는 “콘돔 써.”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번에는 안 썼어.”라고 말했다. 나는 “아니, 썼어. 봤어. 내가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어.”라고 답했다. 그는 “섹스 전에 벗었어. 내가 알아서 잘 할 수 있어.” 말할 필요도 없이, 나는… 빌어먹을, 장난하나? 싶었다. 나는 즉시 나와버렸다. 내가 경험했던 중 가장 큰 믿음의 배신이었다. 이것은 분명 성폭력 또는 강간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4. 레이첼 (여성, 39)

 

내가 처음 ‘스텔싱’을 경험한 것은 17세 때였다. 상대 남성은 20세였다. 섹스를 하고 난 후 그는 콘돔이 빠져 내 몸 안에 남았다고 믿게 만들었다. 나는 몸 안에 콘돔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니 겁에 질려서, 어머니에게 부탁해 같이 병원에 갔다. 의사가 살펴봤지만 콘돔은 없었다.

 

병원에 가서 내 몸 안에 콘돔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난 후에야 그 남성은 섹스 중에 콘돔을 벗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자신의 더러운 행동을 숨기기 위해, 내가 어머니에게 털어놓고 진료를 받는 끔찍한 일을 하게 만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귀었던 몇 달 동안 그가 나에게 한 폭력적인 행동은 이것만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와 헤어졌고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나는 그와 섹스를 하기로 동의했기 때문에 강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는 콘돔을 쓰는 섹스에만 동의했다. (나는 강간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쓰지 않는다. 20대 후반에 폭력적으로 강간당한 적이 있다.) 그가 콘돔을 벗고 내가 성병에 걸릴 위험이나 임신하여 인생을 망칠 위험을 감수하게 만든 것은 내게 있어 성폭력이다. 나는 그가 나를 침해했고 굴욕감을 주었다고 느꼈다. 22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 허프포스트US의 Victims Of Stealthing Open Up About Why It’s So Damaging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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